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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강제징용' 판결, 동아시아 법치주의의 승리

  • 입력 : 2018.11.05 00:04:01   수정 :2018.11.05 16:37: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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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월 30일. 우리 대법원은 일제 강제동원 피해자들 손해배상청구사건에서 피해자들 손을 들어주는 승소판결을 했다. 상식의 승리이다. 사람을 끌고 가서 일을 하게 했으면 임금을 주고 손해를 배상하는 것은 문명국가의 상식이다.

우선 대법원 판결을 들었을 때의 느낌이다.
나는 판결을 들으며 일본에서 이 승소의 씨앗을 뿌린 양심적 시민들과 변호인들에게 축하를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분들의 노력이 헛된 것이 아니라 보람 있고 가치 있는 일이었고 정당한 것이었다는 게 판명된 것이다. 이런 일본인들의 노력이 없었다면 한국에서 이번 판결은 있을 수 없었을 것이다. 아울러 2010년 12월 양국 변호사회가 공동선언을 통해 밝힌 해법이 우리 대법원에 의해 받아들여졌으므로 한일 양국 법률가의 승리라고 생각했다.

이번 대법원 판결은 동아시아에 있는 일제 피해자들에게 희망을 안겨준 것이며, 동아시아 법치주의를 한 단계 고양시킨 것이다. 왜냐하면 일제 피해자들 문제가 해결되고 있지 않는 근본 원인은 일본 정부와 기업들이 일본 사법부 판단을 경시하는 것인데 한국 법원에 의해 그 태도를 시정할 계기가 되었기 때문에 한일 간 법치주의가 한 단계 승격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일본군 위안부 문제에 대해 일본 사법부는 이른바 고노담화가 나오고 난 후 3년 이내 입법을 통해 사죄와 배상을 하라고 했고, 강제 동원 피해자 문제에 대해서도 2007년 4월 최고재판소 판결을 통해 피해자들이 청구 소송을 낼 권리는 부인했지만 이들의 청구권이 실체적으로 살아 있음을 전제로 기업들의 자발적 구제를 촉구한 바 있다. 일본 정부와 기업들이 자국 사법부의 판단을 존중했더라면 한국에서 이번 판결을 할 필요도 없었을 것이다.

이번 소송은 피해자 네 분이 소송한 것인데 지금은 한 분만 살아계셔서 안타까운 마음도 있지만 그나마 한 분이라도 살아계실 때 판결이 나와 다행이다. 지연된 정의는 정의가 아니라는 법언처럼 정의의 판결이 늦게 나온 것이 아쉽지만 그래도 한 분이라도 살아 있을 동안에 한을 풀 수 있게 되어 다행이다.

또 하나 유감스러운 것은 본건 재판의 피고회사는 일본에서도 재판 도중 한국 피해자와 화해를 한 적이 있는데 피해국가 법정에서 화해를 유도하지 못하고 판결까지 가게 한 것은 문제라고 생각한다. 지금이라도 피고회사는 일본에서 명예롭게 피해자와 화해를 했듯 한국에서도 이번 대법원 판결에 따라 화해하길 바란다.

다행히 2012년 6월 주주총회에서도 한국 법원의 확정판결에 따르겠다고 약속한 바 있으므로 그 약속을 지키길 바란다. 그렇다면 한일 간 평화기업 제1호로 선정이 될 것이다. 그것이 주주의 의사와 이익에 부합하는 것이다.

문제는 일본 외무성의 부당한 개입인데, 회사의 이익은 회사가 스스로 지켜야 한다. 부당한 정치권력을 배제하는 노력은 세계적 기업이 되기 위한 필수요건이며 선량한 주주들의 이익을 지키는 길이기도 하다.


이번 판결로 유사 소송이 이어질 거라는 주장도 있는데, 이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왜냐하면 한일 양국 사법부의 판단을 존중한 해법이 이미 나와 있기 때문에 불필요한 재판을 새롭게 할 필요는 없는 것이고, 현재 계류 중인 재판들도 화해를 통해 원만히 해결돼 소송이 취하될 수 있게 해야 할 것이다. 새로운 소송을 통해 장기간 법정 투쟁이 이어지는 것보다는 한일 양국 변호사회의 공동 노력으로 만들어져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일제강점하 강제동원피해자인권재단 설립에 관한 법률안을 통과시켜 일괄 구제의 해법을 취해야 할 것이다.

이런 상처를 치유하는 과정에서 한일 간 평화 인프라를 구축하고, 한일 기업들은 전 세계를 향해 공동 발전의 길을 함께 걷기를 기원한다.

[최봉태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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