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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칼럼

[매경데스크] 대한민국 AI 영재는 누가 키우나

  • 이근우
  • 입력 : 2018.02.11 17:29:38   수정 :2018.02.13 15:0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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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이 되면 이른바 대한민국 `과학영재`로 손꼽히는 중3 학생들에게 `지옥문`이 열린다. 서울과학고, 한국과학영재학교 등 영재학교들이 일제히 전국 순회 입학설명회를 열면서 고입 입시 레이스가 본격화하기 때문이다.

공부 좀 한다, 우리 학교 천재라는 전교 1·2등 중3들은 서류전형, 필기, 캠프면접 등 7·8월에 최종 선발하는 영재고 입시에 목숨을 건다. 고등학교 3년간 입시지옥을 겪지 않고도 수시로 서울대, 카이스트를 가고 해외 유학길이 활짝 열린다.
학비, 기숙사도 사실상 무료다. 학생 1인당 연간 3000만원에 달하는 예산이 지원된다. 문제는 올해 고입에 사상 초유의 전쟁이 예상된다는 점이다. 대한민국 영재학교는 총 8곳으로 입학정원은 789명(2018년도·정원 내 기준)이 고작이다. 참고로 서울대 입학정원은 3300명이다. 하지만 영재고에 진학하고 싶어하는 대한민국 영재의 숫자는 훨씬 많다.

한 보고서에 따르면 사설학원이 아니라 교육청 부설 영재교육원 등에서 공식 영재 교육을 받은 중학생 숫자는 1만2400여 명이다. 중학교에서 영재 선발 평가과정을 거쳐 교사 추천서를 받아 영재고 입시 1차 시험을 치르는 학생들 숫자만 1만1055명에 달한다. 14대1의 경쟁률을 뚫은 789명을 제외한 나머지 1만여명은 고등학교 진학과 함께 영재 교육을 포기해야 한다.

지난해만 해도 영재고에 탈락하면 2차로 특목고인 과학고나 자사고에 지원할 수 있었는데 올해부터는 안된다. 과학고가 아닌 특목고와 일반고 전형이 같은 날 치러져 과학고에 가려면 `모 아니면 도`식 모험을 해야 한다.

이 같은 상황에서 머리가 좋고, 영재성이 있으면 영재 교육을 받는다는 희망은 한마디로 개꿈이다. 입학설명회를 가보면 학교 측에선 선행학습금지법에 따라 중학교 교과서 중심의 심화 문제만 낸다고 홍보하지만 실상은 다르다. 고등학교 3년 과정을 1년 안에 속성으로 마칠 수 있는 아이들만 뽑는다. 영재라면 안 풀어보고도 다 안다고? 헛소리다. 초등학교 3·4학년 때부터 미친 듯 선행학습을 해야 한다. 학교 수업이 끝나면 대치동 학원으로 달려가 하루 8시간, 새벽 2시(법으로는 금지)까지 매달려야 한다. 학교 수업시간엔 잠을 자고 한 달에 최소 300만원 이상씩 들여 학원에서 기출 예상 문제를 달달 외워야 한다. 창의교육은커녕 세계 최고의 암기식 영재 육성과 선발이다.

교육과 기술 간 레이스(race between education and technology)라는 말처럼 세상이 양극화되는 이유는 교육이 기술 속도를 못 따라가기 때문이다. 가난한 천재에게 기회의 창이 돼야 할 영재학교는 양극화의 상징이 됐다. 남녀 성비 불균형도 매우 심각하다.

이 같은 문제를 푸는 출발점은 문턱을 낮추는 것이다. 수요가 있으면 공급을 늘려야 한다. 수학·과학 암기 머신이 아니라 다양한 영재성을 갖춘 아이들이 선발될 수 있도록 하려면 일단 많이 뽑아야 한다. 좋은 교육을 받을 권리가 아이들에게 있다. 하지만 교육당국은 평준화 등 이데올로기 탓만 하면서 절대로 입학정원을 늘릴 수 없다는 얘기를 되풀이한다.

영재고에 들어가도 답답하기는 마찬가지다. 지금은 4차 산업혁명 시대다. 인공지능(AI), 빅데이터, 양자컴퓨터 등 정보기술(IT)의 급격한 발전으로 화이트칼라의 전유물로 꼽혔던 안정된 일자리가 급속히 사라지고 있다.

그렇다면 수학·과학 천재만 육성할 게 아니라 IT 영재도 키워야 한다. 그러나 우리나라 8곳 영재고 모두 정규 교과 편성을 보면 수학과 과학은 합쳐 100단위가 넘지만 정보는 8단위가 고작이다.
영재고 3년 전체 과정 중 주 1시간씩 2개 학기가 고작이다. 100만명을 먹여살릴 영재를 키워야 하는데 영재고 학생이 정보 분야를 들입다 파면 서울대는커녕 꼴찌를 한다.

바둑 9단 이세돌을 꺾은 알파고를 만든 구글 딥마인드 최고경영자(CEO) 데미스 허사비스 같은 컴퓨터 천재를 찾느라 전 세계가 난리인데 우리나라에선 키우는 곳이 없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뒤늦게 4만명의 소프트웨어 인재 양성과 AI 영재고 신설을 추진했지만 교육 평준화 이데올로기 덫에 걸려 한 발짝도 못 나가는 게 자칭 IT강국의 현실이다.

[이근우 모바일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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