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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과 식품의 과학] 고추는 왜 매울까

  • 입력 : 2018.02.09 15:54:24   수정 :2018.02.09 16:1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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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신료가 유럽에 도입됐을 때 프랑스 상인들은 이를 동양에서 온 `파라다이스의 알갱이`라고 불렀다고 한다. 인간은 미지의 세계를 동경하는 경향이 있는데, 아주 멀고 낯선 나라에서 온 특별한 맛을 내는 향신료는 동경의 대상이 될 수밖에 없었다. 18세기까지만 해도 아시아가 세계 경제의 80%를 차지했고, 그런 동양에서 온 것으로 짐작되는 향신료는 풍요로움과 행운 그리고 신비의 대상이었다. 그래서 중세에 후추 1파운드는 농노 1명을 살 수 있을 정도로 비싼 대접을 받았다.
그런 향신료를 한참 인기일 때는 `양념의 광기`라는 표현이 나올 정도로 맛있는 정도를 훨씬 벗어나 고통스러울 정도로 과하게 썼다고 한다. 향신료를 마음껏 쓸 수 있다는 것은 그만큼 대단한 능력자임을 과시하는 매우 효과적인 수단이었기 때문이다. 사실 향신료는 그 자체로는 그리 매력적이지 않다. 음식에 적당량 추가됐을 때 유난히 풍부한 자극을 만들어, 음식을 매력적으로 만든다고 한다.

최근에는 향신료가 왜 그렇게 인기를 끌었는지에 대한 새로운 설명을 제공한다. 바로 우리 몸의 온도 감각까지 자극한다는 것이다. 우리 몸에는 몇 종의 온도 감지 수용체가 있고, 원래는 온도에만 반응을 해야 하는데 실수로 향신료의 분자에도 반응을 한다는 것이다. 후추, 생강, 겨자, 서양고추냉이, 와사비 같은 향신료는 우리 몸에서 15도 이하의 가장 차가움을 감각하는 수용체(TRPA1)를 자극하고, 42도 이상의 뜨거움(hot)을 감각하는 수용체(TRPV1)를 동시에 자극한다. 한국인이 좋아하는 고추의 캡사이신은 뜨거움 수용체만 자극한다. 우리 몸은 음식에서 느껴지는 자극이 다양하고 풍부할수록 좋아하는 경향이 있다. 향신료는 미각, 후각뿐 아니라 온도 감각까지 동시에 자극하니 매력적이었던 것이다.

고추의 특별함도 온도 수용체가 설명한다. 고추를 먹으면 캡사이신이 뜨거움 수용체를 강하게 자극한다. 그럼 뇌는 화상을 입은 것으로 착각해 고통을 덜어주기 위해 진통·쾌락 성분인 엔도르핀을 분비한다. 진통 성분이 분비됐는데 실제로 화상을 입은 것은 아니다. 통증이 사라지면 묘한 쾌감이 남는다. 고추가 핫(hot)한 것은 뜨거움 수용체를 자극했고, 그것이 쾌감으로 이어졌기 때문이다.


문제는 우리의 뇌는 항상 평범한 수준의 쾌감 상태를 유지하려 한다는 것이다. 동일한 자극에는 점점 약한 쾌감을 부여한다. 사람들은 점점 매운 것을 먹어야 처음 느꼈던 쾌감의 수준을 유지할 수 있는 것이다. 점점 강한 자극을 찾고, 참으면 생각나는 것을 중독이라고 한다.

[최낙언 식품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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