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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칼럼

[매경데스크] 아마존의 습격

  • 이은아 
  • 입력 : 2018.02.08 17:24:10   수정 :2018.02.08 17:28: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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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서 의류를 가장 많이 판매하는 곳은 메이시스백화점이다.

하지만 메이시스가 더 이상 1위 자리를 지키지 못할 것이라는 전망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메이시스를 제치고 1위에 등극할 기업은 바로 아마존이다.

지난해 미국 패션 시장은 3% 성장에 그쳤지만 아마존 의류 매출은 25% 증가했다.
리서치 회사 원클릭리테일은 올해 말에는 아마존이 미국 최대 의류 판매 업체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미국 투자은행 코윈앤드코도 아마존의 의류 매출은 올해 30%가량 증가한 280억달러(약 30조2400억원)에 이르는 반면 메이시스 의류 매출은 4% 감소한 220억달러에 머물 것이라는 예상을 내놨다. 아마존은 수백 개 패션 브랜드를 유통하는 데 그치지 않고 패션 전문가를 직접 고용해 7개의 자체 브랜드까지 만들었다. 그동안 할인 판매로 인한 브랜드 가치 저하를 염려해 아마존 입점을 꺼렸던 루이비통, 구찌 같은 명품 업체들마저 아마존과의 협업을 준비 중이다. 아마존은 자체 결제 시스템과 비행기·화물선까지 갖추고 글로벌 공급망 인프라스트럭처를 확대하고 있다. 미국뿐 아니라 독일과 영국에서도 각각 9억5000만유로와 1억7000만파운드의 의류 매출이 아마존을 통해 일어났다. 이런 상황을 감안하면 아마존이 패션 시장을 장악할 것이라는 전망은 단순한 전망에 그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아마존은 새로운 리테일 시스템 `아마존고`로 달라질 쇼핑의 미래를 예고하기도 했다.

인공지능 기술 기반 오프라인 소매점인 아마존고는 지난해 12월 미국 시애틀에 처음 문을 열었는데, 매장 내에는 판매나 계산을 위한 점원이 없다. 기존에도 셀프 계산대를 활용한 무인 식료품점은 있었지만, 아마존고에는 계산대 자체가 존재하지 않는다. 매장에 입장할 때 QR코드로 본인을 인식시킨 후 원하는 물건을 골라 나오기만 하면 컴퓨터 시각화와 머신러닝 기술이 어떤 물건을 집었는지 인식하고 매장을 빠져나갈 때 미리 등록된 카드로 자동 결제한다.

아마존은 인공지능 알렉사를 수백만 가구에 보급하며 `집`에도 침투했다.

아마존고 매장과 알렉사는 수많은 고객의 구매 정보와 체류 시간, 생활 패턴 등 데이터를 확보한다. 공간을 점령한 구글은 데이터 추적과 수집을 통해 또 다른 비즈니스를 구상한다.

아마존은 팔릴 만한 모든 아이템을 지배하는 동시에 고객들의 데이터를 모으며 공간 속을 깊숙이 파고들고 있다. 아마존이 `집`까지 장악하면 무슨 일이 일어날지 상상하기조차 힘들다고 고개를 젓는 전문가가 많다. 이미 `아마존드(Amazon-ed·아마존의 영향으로 기업들이 기존 사업 기반을 잃게 되는 현상)` `소매업의 종말(Retail Apocalypse)`이라는 신조어도 생겨났다.

홀푸드를 인수해 식품업에 진출하고, 의사가 처방한 약을 집으로 배달하는 처방약 시장에 뛰어든 아마존의 먹성에 대응하려는 움직임도 활발하다.

커피와 식품 회사인 네슬레는 농가에 묘목을 배포하는 것부터 식품 제조, 유통, 서비스 시장에까지 진출했다. 글로벌 유통체 네스코는 대형마트에서 출발해 인터넷은행에 진출했다. 가구 업체 이케아는 가구 제조·유통뿐 아니라 루마니아의 숲을 인수하고 가구 조립 서비스를 강화하고 있다.

이미 업역은 파괴됐고, 글로벌 유통 시장은 제조·유통·서비스가 통합되는 기존 산업 생태계의 해체·재정의(再定義) 시대를 맞고 있다.

롯데백화점의 경쟁자는 신세계백화점이나 현대백화점만이 아니다. 이마트의 경쟁자는 홈플러스나 롯데마트에 국한되지 않는다.
패션 업체의 경쟁자도 국내의 다른 의류 업체가 더 이상 아니다.

대형쇼핑몰 영업시간을 제한하고, 대형마트나 백화점에서 일하는 판촉사원 월급을 유통 업체와 제조업체 중 누가 부담해야 하는지를 놓고 다툴 때가 아니다. 유통 업계가 더 빠르게 변신하고,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도록 규제는 더 빠르게 완화돼야 한다. `우물 안 규제`에 발목 잡혀 있는 동안 우리 유통업이 `아마존드`되지 말란 법도 없기 때문이다.

[이은아 유통경제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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