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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경의 창] 양극화 심화시키는 교육정책들

  • 입력 : 2018.02.08 17:23:11   수정 :2018.02.08 17:28: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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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특목고와 자사고 폐지 주장이 나오기 시작할 무렵에 그러면 강남 부동산 값이 오를 것이라는 글을 쓴 적이 있다. 특목고와 자사고를 폐지해야 한다는 주장은, 특목고와 자사고가 사교육의 주범이고 그 사교육 비용을 감당할 수 있는 집단에 유리하기 때문에 결국 교육의 양극화를 조장한다는 이유로 부각됐다. 예고대로 특목고와 자사고는 일반고와 지원 시기 동일화로 무력화됐고, 예상대로 강남 부동산 값은 급등했다. 결국 양극화를 막으려던 정책은 양극화를 더 심화시켰다.
초등 방과 후 영어를 폐지해야 한다는 말이 나오기 시작할 때부터 여러 전문가들은 서민들을 더 비싼 학원으로 몰아넣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초등 방과 후 영어 폐지는 선행학습금지법에 의한 것인데, 선행학습금지법은 사교육의 가장 큰 원흉으로 선행학습을 지목하고 이를 금지함으로써 과열된 사교육을 감소시키려는 의도로 만들어졌다. 예고대로 초등 방과 후 영어는 폐지됐고 예상대로 서민들은 울며 겨자 먹기로 훨씬 더 비싼 사교육으로 발길을 돌렸다. 그 사교육비마저 낼 수 없는 계층은 저렴하게 영어를 접할 기회 자체를 아예 박탈당했다. 어릴 적부터 영어에 자주 노출시켜온 부유층은 어차피 학교의 방과 후 수업보다 비싼 사교육에서 영어를 배워왔기 때문에 처음부터 방과 후 영어 폐지는 부유층에는 영향이 전혀 미치지 않고 서민층에만 직격탄을 가하는 정책이었다. 결국 사교육비 격차로 인한 양극화를 막기 위해 만든 방과 후 영어 폐지 정책은 오히려 양극화를 더 심화시켰다.

일각에서는 어릴 때의 영어 학습이 별 효과가 없다는 전문가의 코멘트를 인용한다. 그러나 그건 학교에서 영어를 배우기 시작하는 초등학교 3학년 이후 어떤 환경에 노출되느냐에 따라 천지차이로 달라진다. 영어유치원과 영어학원을 수년간 다녔던 아이나 전혀 영어 공부를 하지 않았던 아이나 초등학교 3학년 이후 미국에 가서 살게 되면 약 1년 후부터는 동일한 수준이 된다. 즉 그 이전의 영어 학습에 의한 격차가 없어진다는 것이다. 그런데 국내에서 이런 환경이 가능한가. 초등학교 3학년부터 주2회 수업하는 환경이라면 어릴 적 노출 빈도에 따라 영어 능력은 당연히 차이가 난다. 초등 수준보다 중학교·고등학교로 갈수록 더 뚜렷한 차이가 난다는 것을 모를 만큼 국민은 바보가 아니다. 그러니 비싼 학원비를 감당할 수 없는 계층에 어릴 적 영어 노출 빈도 자체를 박탈한 정책은 경제 격차가 교육 격차로 이어지게 하는 양극화를 더 심화시키는 것이다.

교육당국은 우리 교육 문제를 자꾸만 사교육 탓으로 돌린다. 사교육만 억제하면 교육 문제가 다 해결되는 줄 안다. 틀렸다. 우리 교육 문제의 가장 큰 범인은 단언컨대 공교육이다. 첫째, 우리 공교육은 사교육을 받을수록 유리하게 구조화돼 있다. 학교 시험도 인근 학원 ○○교 내신반에 다니면 더 유리하게 출제된다. 왜 학교에서는 시험문제를 학원들이 예측하게 낼까. 수능, 내신, 논술, 비교과 모두 학원에 가야만 유리한 구조다. 상위권일수록 사교육비를 더 많이 쓴다는 통계는 공교육이 얼마나 사교육에 의존적인지 보여준다. 둘째, 사교육은 공교육의 아바타다. 즉 사교육은 `공교육에서 할 일`을 공교육에서 못 하니 대신 해주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공교육에서 할 일`의 방향 자체가 잘못돼 있으면 아바타인 사교육도 그렇게 따라간다.
사교육에서 창의교육을 막는 것은 공교육이 창의교육을 철저하게 막는 방식으로 평가되고 있기 때문이다. 공교육은 객관식 정답찾기 획일화된 평가 체제로 학원 운영에서 규모의 경제성을 가능하게 함으로써 사교육 생태계를 유지시키고 있다.

사교육을 금지하면 저절로 4차 산업혁명 대비 역량이 길러지는가. 사교육만 없어지면 공교육이 정상화되는가. 우리 교육 문제는 사교육 억제책으로 풀 수 없다. 진정 교육에서의 양극화를 줄이려면 사교육 억제책이 아니라 `공교육`을 최고의 교육으로 패러다임적 혁명을 하고 `공교육에서 할 일`을 공교육에서 하도록 해야 한다.

[이혜정 교육과혁신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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