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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읽기] 과학의 가치 되찾기

  • 입력 : 2018.02.07 17:18:12   수정 :2018.02.07 17:3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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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이 되어 뒤늦게 과학의 즐거움을 되찾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과학을 전공하지 않은 일반 시민이 과학 실험에 참여하여 과학의 순수한 즐거움을 맛보는 실험실 탐방과 공부 프로젝트가 잇따라 열리고 있다.

`변화를 꿈꾸는 과학기술인 네트워크`에서 진행하는 `어른이 실험실`이 10회에 이르렀다. 어른이 실험실은 대학과 연구소 등에서 과학 연구에 종사하는 과학자가 과학을 전공하지 않은 일반인을 대상으로 과학 체험을 제공하는 열린 교실이다.
필자도 2회에 걸쳐 이 교실을 열었고 시민의 호응은 기대 이상이었다. 수학도 마찬가지다. `과학과 사람들`에서 진행하는 `어른의 수학`에서 수학을 포기했던 어른들이 어려운 수학 계산을 열심히 배우고 있다. 무엇이 이들을 다시 과학 현장으로 이끌고 있을까?

어른을 위한 과학 열풍은 출판계로 이어진다. 동아시아출판사에서 최근 `메이커스: 어른의 과학`이 출간되어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구매력이 있고 과학을 선호하는 어른들이 과학을 만져보고 느껴보며 무언가를 직접 만들어보고 싶어한다.

강연 현장에도 어른을 대상으로 한 과학 강연이 단연 인기를 끈다. 한 과학 강연 참석자는 `그저 과학이 즐거워서, 더 알고 싶어서 온다`고 했다. 강연에 찾아오는 사람들의 전공도 철학, 국문학, 음악, 디자인 등 다양하다. 이들은 과학이 어디에 쓸모가 있어서 배우는 것이 아니다. 그저 아는 것이 즐겁고 기쁠 뿐이다.

어른의 과학이 성공하는 이유는 과학이 주는 순수한 기쁨 때문이다. 문제를 해결하고 원리를 찾아가는 과정 자체가 즐겁고 유익하다. 대부분 과학과 수학을 멀리하고 살아왔던 어른들이 뒤늦게 그 맛을 되찾는 중이다. 어른의 과학은 과학의 가치와 즐거움을 시민들이 스스로 되찾는 노력이라 여겨진다. 과학을 경제 발전의 도구로 삼았던 지난 반세기 동안 대한민국 시민들은 과학을 즐기고 기뻐할 여유가 없었다. 과학자에게도 과학은 짐이었다. 경제에 도움이 되는 과학만이 떳떳하고 자랑스러웠다. 대한민국 과학계는 아직까지 이 틀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했다. 이제 변화를 꿈꾸는 시민들이 먼저 과학의 가치와 즐거움을 되찾기 시작했다.

헌법에서 과학을 경제 발전의 도구로 명시한 지 50년이 훌쩍 넘었다. 단순히 과학을 경제 발전을 위한 도구로 제한한 것은 선진국을 향한 국가에서 부끄러운 일이다. `변화를 꿈꾸는 과학기술인 네트워크`에서 헌법 개정을 위한 논의를 시작으로, 최근 과학을 경제 조항에서 독립시키려는 움직임이 과학계에서 일어나고 있으며, 헌법 개정을 위한 국회 청원이 진행 중이다.

과학은 기본 소양이다. 시민에겐 과학을 포함한 학문의 자유가 있으며, 국가는 학술 활동과 기초 연구를 장려할 의무가 있다. 과학자는 경제 발전의 틀에서 벗어나 인류애에 기반한 자유롭고 창의적인 과학 연구에 헌신할 수 있어야 한다. 과학에 대한 인식이 바뀔 때 과학과 국가는 진정한 발전을 이룰 수 있다.

한편에선 수학과 과학을 진작에 포기한 `수포자`와 `과포자`가 계속 늘고 있다. 이것은 단순히 교육만의 문제가 아니다. 과학을 경제 발전의 도구로 명시한 헌법이 있는 한 `과학의 도구화`는 피할 수 없는 문제다.

과학적 소양을 제대로 갖춘 시민에게 국가와 사회 전반의 중요 문제에 대한 올바른 판단과 문제 해결을 기대할 수 있다. 지난해 신고리 5·6호기 공론화위원회 등 국가의 핵심 의제에서 시민의 역할은 무척 컸다. 이제는 가상화폐에 대한 논쟁으로 온 나라가 들썩이고 있다. 시민의 과학적 소양이 다시 한번 절실한 시점이다.

과학의 가치는 새로운 지식을 제공하는 것에 머물지 않는다.
본질적으로 과학은 합리적 사고 방식을 제공한다. 증거 기반의 논리적 사고를 근거로 문제 해결의 이성적 틀을 제공한다. 사회 문제를 이해하고 해결하는 데 과학적 접근이 매우 유용하다. 시민의 과학화는 곧 사회 지성의 성숙이다. 헌법에 명시된 과학의 가치를 수정하고, 시민에게 과학의 가치를 되돌려 주자.

[원병묵 성균관대 신소재공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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