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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동통신] "인생은 너무 늦게 오는 사람에게 벌을 내린다"

  • 입력 : 2018.02.05 17:39:37   수정 :2018.03.05 17:2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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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과 관련해 북한은 두 개의 지위를 갖고 있습니다. 하나는 반국가단체로서 우리의 적(敵)입니다. 남한을 적화통일시키겠다는 것을 그들의 목표로 삼고 있기 때문입니다. 다른 하나는 교류 협력하고 대화해야 할 상대방입니다.
한 민족으로서 언젠가 함께 통일을 이뤄야 하기 때문입니다. 전자의 입장에서 우리는 안보를 튼튼히 해 북한이 도발하면 언제든지 궤멸시킬 수 있는 태세를 갖춰야 합니다. 나아가 국제사회와 협조해 북한을 최대한 압박함으로써 개혁개방과 비핵화를 유도해 한반도에 평화가 정착되도록 해야 합니다. 후자의 입장에서는 교류 협력을 통해 민족의 동질성이 훼손되는 것을 막고 인도적 지원을 통해 열악한 북한 주민의 삶의 질을 개선하는 노력을 해야 합니다. 이를 위해 제재 압박과는 별도로 대화의 문을 열어놓고 북한 당국자와 대화하는 것을 주저할 것은 아닙니다. 제재 압박과 대화를 병행하는 것이 어려운 일임에 틀림없으나 서로 모순되는 것은 아닙니다. 우리가 양보할 수 없는 한계를 원칙으로 확고히 정해놓고 이를 지키는 한 우리의 대화 노력이 양보나 굴종은 아닙니다. 더욱이 영·유아나 부녀자 등 북한 주민들을 인도적으로 지원하는 일만은 어느 상황에서도 포기해서는 안 됩니다. 국방부나 국가정보원은 전자에, 통일부는 후자에 중점을 두고 일한다면 대북 강경정책이나 포용정책이 병행하게 되고, 관련해 불필요한 남남 갈등도 줄어들 것입니다. 정권교체에도 불구하고 대북정책은 일관성을 유지하게 될 것입니다. 그렇기에 저는 총리 재직 시 당시 야당 의원들의 국회 대정부 질문에 대한 답변에서 비핵화와 금강산 관광객 피살사건에 대한 사죄와 재발 방지 대책을 유도하기 위해서라도 대화는 필요하다고 답변했습니다. 당시 정부 방침은 비핵화와 금강산 사태에 대한 사죄가 선행돼야 대화가 가능하다는 강경한 입장이었으므로 그 원칙을 지키는 모양새 속에서 대화 필요성을 강조하기 위함이었습니다.

우리가 통일을 한다면 그것은 반드시 자유민주주의 체제하의 통일이어야 합니다. 또 어떤 경우라도 한반도에서 전쟁이 일어나서는 안 됩니다. 그렇다면 현재로서는 통일은 불가능한 셈입니다. 지금은 통일 논의는 접어두고 북한의 실체를 그대로 인정하면서 그들을 개혁개방과 비핵화로 유도하는 노력을 다해야 할 때입니다. 굳건한 한미동맹의 바탕 위에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제재 결의 철저 이행 등 국제협력이 북한의 변화를 이끄는 유일하고 유효한 수단일 것입니다.

김정은의 평창동계올림픽 참여, 남북대화 의지를 담은 신년사와 연이은 조치들은 평화제전인 올림픽에 참여함으로써 국제사회에서 이미지를 개선하고 대북제재로 인한 경제 등 어려움을 타개하기 위한 수단을 강구하는 한편 한미관계를 이간하고 핵 개발 완성을 위한 시간 벌기에 다름 아닙니다. 그들은 지금으로서는 결코 핵 개발 완성을 포기하지 않을 것입니다. 그러므로 지금 진행 중인 제재 압박의 끈을 조이면서 비핵화를 위한 대화에 나서도록 하고 그 과정에서 개혁개방과 남북 상생, 평화 공존의 길로 유도해야 합니다. 지극히 힘들어 보이지만 그런 노력을 포기할 수는 없으며 언젠가 성과로 나타날 것입니다.
진인사대천명(盡人事待天命)이라고 했던가요?

1989년 10월 7일, 동베를린에서 열린 동독 정부 수립 40주년 기념식에서 개혁개방에 반대하며 낡은 체제에 안주하고 있던 에리히 호네커 서기장은 지금까지 40년간의 동독 역사는 성공적이었으며 사회주의는 승리할 것이라고 호언했습니다. 그 자리에 참석한 미하일 고르바초프 소련 서기장은 동독의 개혁개방을 촉구하며 "너무 늦게 오는 사람에게 인생은 벌을 내린다"는 유명한 연설로 압박했습니다. 그로부터 채 한 달이 못 돼 베를린 장벽은 무너졌고 다시 일 년이 못 돼 동독은 서독에 흡수되고 역사 속으로 사라졌습니다.

온 인류가 함께하는 이번 평화의 축제 속에서 북한 당국자들은 북한이 생존 번영하는 길이 무엇인지 숙고하는 기회가 되길 소망합니다.

[김황식 전 국무총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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