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k

  • 구독신청
검색전체보기
 

오피니언칼럼

[매경데스크] 국민성장의 길

  • 김명수
  • 입력 : 2018.02.04 18:27:48
  • 프린트
  • 이메일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스토리
  • 공유
80782 기사의 0번째 이미지
국내 10대 그룹 한 최고경영자는 최근 조 단위 신규 사업 투자를 검토 중이다. 현재 미국법인을 운영 중인 이 경영자는 미국과 한국의 법인세를 감안해 계산해보니 미국 투자가 낫다는 결론을 내렸다. 법인세율이 낮아진 미국에 투자하는 게 한국에 투자해서 얻는 이익보다 더 크다는 판단에서다. 이 결론대로 실제 투자에 나선다면 국내에서 생길 수백 개 일자리가 해외에 만들어질 판이다.
저임금 근로자들을 보호하기 위해 최저임금을 2020년까지 1만원으로 급격히 인상한다는 정책의 결과는 아르바이트 자리마저 줄였다. 영세 자영업자들은 자신들 소득에서 월급을 줘야 하는데 차라리 자신들이 더 일해 자기 소득이라도 유지하겠다는 현상이다.

한국이 법인세를 올리고 최저임금을 급격히 인상하는 것은 낙수효과가 크지 않다는 인식에서 출발한다. 대기업이 수출을 늘렸지만 국내 중소기업이 그 효과를 크게 보지 못하고 근로자들 간 임금 격차는 더 벌어졌다는 해석이다. 결국 법인세를 더 걷어 이 돈으로 정부가 임금소득을 늘려 성장을 꾀한다는 소득 주도 성장에 나선 것이다. 경제적 약자를 보호하려던 정책의 유탄은 결국 `을(乙)들의 전쟁`으로 나타나는 양상이다. 비정규직 근로자들을 정규직으로 전환하자 비정규직과 정규직 노조 간 싸움이 일어난 것도 한 사례다.

원인은 바로 정부의 과도한 시장 개입 탓이다. 특히 임금을 급격히 올리라 하는 반면 물가는 내리라 하면서 시장 왜곡을 자초하고 있다.

낙수효과 부족이 우리 경제의 구조에서 나온 문제라고 한다면 그 해법도 경제구조에서 찾아야 한다. 즉 일자리가 줄어드는 한계산업을 수술하고 혁신산업을 키워 새로운 일자리를 만들어야 한다. 그러나 구조조정에 반대하는 노동계가 정치권을 동원해 구조조정을 지연시켰던 게 우리 역사다. 역대 정권은 이 문제를 풀기 위해 노력했지만 만족스럽지 못했다.

다행히 이번 정권은 좋은 카드를 보유하고 있다. 노동계 지지를 받아 탄생한 정권이란 점에서다. 과거 김대중정권이나 노무현정권도 그런 지지와 상호 신뢰를 활용해 외환위기를 극복했고 1인당 국민소득 2만달러를 달성했다. 문재인정부도 그런 신뢰관계를 구축한 것은 장점이다. 실업에 대한 파격적인 보완 대책을 갖춘 뒤 구조조정을 제대로 추진할 수 있는 토대를 구축한 셈이다.

10년 이상 정권을 목표로 한다면 그 구조조정의 시점은 지금이다. 그 강도는 이전과 달라야 한다. 제한된 자원으로 한계산업을 보호하는 동시에 혁신산업을 키우려다 보면 아무것도 하지 못할 수 있다.

특히 4차 산업혁명기 특징은 산업 간 융·복합이 속도전을 펼치고 있다는 점이다. 대기업만으로는 안되는 이유다. 혁신적인 사업 아이디어나 기술을 가지고 발 빠르게 움직이는 기업이 무수히 등장해야 한다.

그 토양을 만들어주는 과정에서도 정부의 개입 강도나 정도가 심하면 정부의 실패로 귀결된다. 대신 민간 기업들이 경쟁적으로 나서야 한다. 그러나 우리 대기업들은 벤처기업이나 혁신 중소기업에 투자하거나 인수·합병에 나서는 게 쉽지 않다. 대기업의 `우량 중소기업 죽이기`란 국민 정서 때문이다. 결국 대기업이 혁신 벤처를 찾아나서는 곳은 국내가 아니라 주로 해외다. 대기업들이 국내 벤처기업을 제값 주고 사줘야 혁신적인 기업가 정신이 살아나는 선순환이 가능한데 우리는 쉽지 않은 상황이다.

그나마 과거 김대중정부 때 벤처 버블 논란에도 불구하고 국내에서 벤처기업을 키운 결과 지난 3차 산업혁명 시기에 이들과 협력한 삼성전자나 현대자동차가 글로벌 기업으로 활약할 수 있었다. 그러나 요즘엔 한계점에 달하고 있다. 국내에 4차 산업혁명에 특화된 혁신 중소기업이 다수 포진해 대기업과 협력할 수 있는 토양을 만들어줘야 하는데 우리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일본은 1990년대 초부터 `잃어버린 20년`을 겪으면서 소니 같은 글로벌 기업도 역사 속에 잊힐 뻔했다. 그러나 요즘 일본 기업들은 엔저와 세금 인하에 힘입어 부활하고 있다. 구인난을 걱정할 정도다. 그 기저에는 예로부터 혁신 기업들, 즉 핵심 소재·부품 업체나 장비 제조업체가 많았던 덕분이다.

우리 기업들도 전 세계 시장에서 이익을 많이 내고 협력하는 혁신 기업들에 돈이 흘러가면 세금도 많이 걷히는 건 당연하다. 세금이 그만큼 늘어나면 경제적 약자나 취약계층을 지원할 여력이 커진다. 여기서 정부의 역할을 찾는다면 을들 간 싸움은 벌어질 수 없는 셈이다.


20년 정권을 꿈꾼다면 20년을 내다보는 정책이 필요하다. 당장의 선거는 순간일 뿐이다. 그런 점에서 문재인 대통령의 잇단 혁신 현장 방문은 환영할 만하다. 파괴적 구조조정을 기반으로 한 혁신성장이야말로 을들의 눈물을 닦아주고 국민 성장으로 가는 진짜 지름길일 수 있다.

[김명수 산업부장]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피니언 목록

박재현의 경제노트 더보기

박재현의 경제노트 썸네일급증하는 달러 투자

포토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