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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칼럼

[매경데스크] 주말 장사 접고 주말 나들이 포기하라니

  • 이은아 
  • 입력 : 2018.12.07 00:07:01   수정 :2018.12.07 17:1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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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은 한때 대형 유통업체의 야간 영업과 일요일 영업을 금지했다. 근로자의 종교생활과 휴식권 보장을 위해서다.

하지만 맞벌이 부부나 혼자 사는 직장인처럼 야간과 일요일에나 쇼핑이 가능한 사람들이 점점 늘어났다. 규제에 발이 묶인 이들이 찾은 해법은 간단했다.
늦게까지 영업하는 덴마크, 벨기에 등 이웃 나라로 국경을 넘었다. 규제가 유통업 경쟁력을 떨어뜨렸다고 판단한 독일 정부는 2006년 결국 이 규제를 풀었다. 미국, 일본, 프랑스 역시 영업시간 규제를 완화하는 추세다. 그런데 거꾸로 영업시간 규제를 강화하려는 나라가 있다. 우리나라다. 현재 관련 법안이 31개나 발의된 상태다. 이름은 `유통산업발전법`이지만 발의된 법안에 산업 발전을 위한 내용은 없다. 모조리 규제 강화를 담고 있다.

발의된 법안 가운데 정부 의견에 가장 부합하는 개정안은 홍익표 의원이 대표 발의한 것으로, 2013년부터 대형마트와 기업형 슈퍼마켓에 한해 시행해온 의무휴업을 복합쇼핑몰로 확대하는 것이 골자다. 이 법이 통과되면 복합쇼핑몰로 등록된 대형 유통시설은 한 달에 두 번, 휴일에 문을 닫아야 한다. 롯데아울렛 파주점이나 현대백화점 판교점, 스타필드 하남 같은 곳들이 해당된다.

법 개정을 추진하는 정부나 정치권은 골목상권과 자영업자의 어려움이 대형마트나 복합쇼핑몰 때문이라고 규정한다. 하지만 이 진단은 잘못됐다.

지금 유통시장은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싸움이지, 복합쇼핑몰과 전통시장의 경쟁이 아니기 때문이다. 대형마트는 식자재나 생필품 등 전통시장과 겹치는 판매 품목이 꽤 있지만 아웃렛이나 대형 쇼핑몰은 전통시장과 경합하는 제품을 찾아보기도 힘들다. 도시 근교 아웃렛이 문을 닫는다고 해서, 동네 시장에 가는 사람이 늘지 않는다는 것을 모르는 사람은 없다.

대형마트에 대한 의무휴업일 지정이 6년째로 접어들었지만, 그사이 전통시장이 살아났다고 할 만한 증거도 찾기 힘들다. 대형마트를 규제하는 사이 늘어난 것은 개인이 운영하는 대형슈퍼마켓(매출액 50억원 이상)뿐이다.

자영업자를 돕겠다는 이 법안이 자영업자를 더욱 힘들게 만들 수 있다.

복합쇼핑몰 입점 업체 70~80%는 자영업자나 소상공인이기 때문이다. 이들 쇼핑몰은 `롯데`나 `신세계` 간판을 달고 있지만 주말 장사를 접어야 하는 것은 그곳에서 장사를 하는 자영업자라는 점을 법 개정안은 놓치고 있다.

한국경제연구원은 복합쇼핑몰 규제가 이뤄지면 매출이 연간 4851억원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다. 백화점·아웃렛까지 규제 대상에 포함된다면 매출 감소액은 연간 2조5221억원까지 늘어난다. 쇼핑몰 매출 감소는 납품 업체 이익과 일자리 감소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규제가 이뤄지면 최소 6161개, 최대 3만2031개의 일자리가 줄어들 것이라는 전망도 나와 있다.

법안을 발의한 정부와 정치권이 보지 못한 쇼핑몰의 또 다른 얼굴은 `레저·휴식 공간`이다.

복합쇼핑몰은 쇼핑만 하는 곳이 아니라 주말에 집에만 있기 갑갑한 사람들을 위한 나들이 장소이기도 하다. 복합쇼핑몰은 주말 방문객이 주중에 비해 3~5배에 달한다. 가족이 한나절 놀고, 밥 먹고, 시간을 보내기에 이만한 공간도 없기 때문이다. 폭염, 혹한, 미세먼지 등으로 날씨가 좋지 않을 때는 더욱 그렇다.

상생 해법을 찾으려는 정치권의 노력이 잘못된 것은 아니다. 하지만 대형 유통업과 중소 상인 간 대립을 가정하고 만든 이 규제는 득보다 실이 많다.

시장에 가야만 물건을 살 수 있던 과거와 달리 지금은 침대에 누워서도 쇼핑을 할 수 있는 세상이다.
시장의 경쟁자는 대형 오프라인 몰뿐만 아니라 온라인, 개인이다. 인스타그램에 사진을 올려 제품을 파는 개인 사업자가 얼마나 많은가. 이들에게도 일요일에는 쉬라고 할 것인가.

보호 효과가 명확하지도 않은 골목 상권을 살리겠다며 `몰 안의 소상공인`과 소비자를 뒷전으로 미뤄두는 정책을 계속 고집할 것인지 다시 생각해볼 때가 됐다.

중소 상인도, 대형 유통업체도, 소비자도 공생할 방안을 찾아야 한다. 탁상공론으로 입은 피해는 지금까지만 해도 충분하다.

[이은아 유통경제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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