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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경춘추] 종결 욕구

  • 입력 : 2018.12.07 00:05:01   수정 :2018.12.07 17:1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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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까 말까 망설이는 중이다. 여러 달 전부터 눈독을 들이고 있지만 결정하기가 쉽지 않다. 입던 양복을 새 옷처럼 바꿔준다는 의류관리기 얘기다. 찌든 냄새와 미세먼지를 없애주고 바지 주름도 잡아준단다.
그럴 듯한 광고에 혹하다가도 `정말 그럴까` 하고 반신반의하는 중이다. 만만찮은 가격도 선뜻 내키지 않는다. 무엇보다 `동거인`의 동의를 얻지 못했다. 결정하기 어려운 이유는 얼마든지 많다. 디자인, 가성비, 설치 장소 등. "사느냐, 마느냐. 그것이 문제다!" 햄릿도 풀지 못할, 현대인에게 주어진 숙명적 질문 아닐까. 우리는 어떤 결정을 위해 여러 조건을 살핀다. 기능, 가격, 디자인 등은 `신상` 구매를 위해 꼭 따져야 할 조건이다. 모든 조건이 균형을 이뤘다는 판단이 설 때 구매가 결정된다. `지름신`이 내린 사람은 이런 조건을 살피지 않은 채 성급한 결정을 내린다. 한시라도 빨리 `신상`을 손에 넣고 싶은 욕망 때문이다.

심리학에 `종결 욕구(need for closure)`라는 개념이 있다. 어떤 문제가 속히 종결되기를 바라는 심리를 일컫는 말이다. 종결 욕구가 강한 사람은 모호한 상태, 불확실한 상황, 길어지는 논의 과정을 견디지 못한다. 어떤 일이든 신속히 결정돼야 하고 분명한 대답이 주어져야 한다. 이런 특성이 강할수록 문제를 둘러싼 여러 조건을 살피지 못한 채 결론을 내리게 된다.

주변을 둘러보면 뜻밖에 종결 욕구가 강한 사람이 적잖다.
취업했으니 성적을 줄지 말지 결정하라는 수강생, 미완의 논문 초고를 들고 와 학위 받겠다는 대학원생, 시간 없으니 서류에 빨리 도장 찍으라는 교수, 강의를 `모실 테니` 당장 날짜를 일러 달라는 기업 담당자, 송년회 장소 잡자며 다그치는 친구들….

따라 잡기 어려운 속도로 변해가는 세상은 더욱 강한 종결 욕구를 주문한다. 그러나 어쩌랴. 문제 하나가 종결됐다고 다른 문제까지 종결되는 건 아니다. 성급한 결정에 뒤이은 부작용은 더 심각한 상황을 만들어내기도 한다. 때로는 모호한 상황을 견디며 기다리는 능력이 필요하다. 그저 기다리는 게 아니라 문제를 둘러싼 조건을 꼼꼼히 살피면서!

[임대근 한국외국어대 교수·아시아문화콘텐츠연구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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