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k

  • 구독신청
검색전체보기
 

오피니언오피니언

[정광필의 인생 낚시터] 교육, 악순환의 고리를 끊으려면

  • 입력 : 2018.12.06 00:05:02   수정 :2018.12.12 17:44:22
  • 프린트
  • 이메일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스토리
  • 공유
761398 기사의 0번째 이미지
이상하게도 교육에 대해서는 너 나 할 것 없이 불평과 비난을 퍼붓는다. 감동이 넘치는 교육현장의 사례도 많건만 이런 미담으로 달래어질 상처가 아닌 듯하다. 실상 교육 때문에 모두가 고통을 받는 건 사실이니까.

2년 전 알파고의 충격으로 한국 사회는 교육이 미래사회의 요구에 어떻게 답해야 할 것인가라는 질문을 놓고 진지하게 고민했다. 그래서 중학교에서 자유학기제를 확대하고, 고등학교에서 학점제를 점진적으로 실시하는 등의 방안이 나왔다.
그런데 지난 1년 넘게 우리 사회 초미의 관심사는 교육 개혁이 아니라 대학입시제도의 개편이었고, 고작 정시와 수시의 비율을 놓고 온 나라가 술렁거렸다. 입시의 공정성이라는 프레임에 갇혀 교육이 아이들에게 미래를 살아갈 힘을 키워줘야 한다는 근본적인 과업을 간과한 것 아닐까? 더욱이 최근에 불거진 숙명여고 사건은 모든 학교와 교사에 대한 불신으로 번져갔다. 이런 확산에는 상위 5%의 이해관계를 대변하는 여론주도자들의 목소리가 크게 작용했다. 교육부는 학교마다 공문을 보내 이중 잠금장치가 된 캐비닛을 구비하고, 인쇄실과 평가관리실 주변에 CCTV를 설치했는지 점검할 것이라 엄포를 놓았다. 열 가지도 넘는 점검 목록을 공문으로 내려보내고, 장학사들이 직접 점검하러 다녔다. 이렇듯 교사와 학교의 평가를 불신하면서 비리를 예방한다는 명분으로 무수한 통제와 관리가 덧붙여지면서 악순환의 늪에 빠져들고 있다. 이는 우리 사회 전반의 불신과 결합하면서 더욱 졸렬한 문화를 생산해낼 것이다.

이제 발상을 바꿔보자. 터지는 사건을 수습하기 위해 관리 행정을 강화하고, 지금의 학생들이 미래를 살아가는 데 아무런 의미도 없는 평가와 교육을 지속할 것인가? 아니면 학생들의 미래를 여는 교육에 힘을 실을 것인가? 입시 중심의 교육 외에 경험이 적은 우리로서는 다소 불안하겠지만 우리 교육 생태계의 건강성을 회복하고 학생들의 미래를 여는 교육에 집중해야 하지 않겠는가.

우선 학교에서는 입시 위주의 교육활동이 아니라 학생의 배움과 성장을 중심으로 교육활동을 하고, 교사에게 평가권을 부여하자. 현재는 개별 교사에게 평가권이 없다. 각 교사는 자신의 수업을 디자인하지만 그에 맞춘 평가를 할 수 없고, 상급학교 진학에 필요한 내신을 산출하기 위해 학년 단위의 공통문제를 출제해야 한다. 이는 역으로 평가 때문에 각각의 수업을 그에 맞추어야 하는 역설을 낳는다. 교육의 혁신을 낡은 평가가 가로막고 있는 꼴이다. 이제는 학교에서 평가를 본래의 자리로 돌려야 한다.

이제 전국의 시도교육청은 교육적 난제에 정면으로 대면하자. 이런 학교의 노력에 주목하고, 학교의 교육활동 자율권과 지원을 강화하며, 그 확산에 노력하자. 대학과 학계는 이런 학교에 밀착하여 교육활동을 관찰하고, 연구하며, 학문적 지원과 협력을 강화해야 한다. 교육부는 지난 1년 반을 현안을 수습하느라 허비했다. 그 결과는 수습이 아닌 악화 아닐까? 이제는 긴 호흡으로 의미 있는 한 걸음에 집중하자. 교육부나 교육청은 제도적 지원책도 필요하지만 자율권의 강화에 따라 책임을 묻는 방식도 바꾸어야 한다. 세간의 공분을 불러일으킨 사례는 엄벌하면 될 일이고, 모든 학교에 규제를 강화하는 방식으로 접근해서는 신뢰를 회복할 수 없다.

그렇지만 교육청이나 대학, 교육부의 노력은 교육 주체들의 관점에서는 객관적 조건에 불과할 수 있다. 결국 학부모가 변화의 주체가 되어야 한다. 불신사회에서 학부모와 학생은 끊임없이 불안감이 자극된다.
그 누구도 믿지 못하기에 자녀의 성장을 포기하고, 입시에만 매달리는 우를 범한다. 이제 부모는 수업과 평가에서 의미 있는 시도를 하는 학교들에 자신의 자녀를 보내야 한다. 전국적으로 이런 시도를 하는 학교들이 꽤 많아졌고, 지역에서도 마음만 먹으면 이런 학교에 자녀를 보낼 수 있다. 그런 작은 선택들이 모여 불신사회를 타파할 힘이 되고, 그 힘이 모여 세상을 바꾼다.

[정광필 50+인생학교 학장]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피니언 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