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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칼럼

[김세형 칼럼] 김정은 서울로 데려오기

  • 김세형 
  • 입력 : 2018.12.05 00:07:01   수정 :2018.12.05 13:38: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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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올해 6개월도 안 된 사이 서울을 방문하겠다는 말을 두 번이나 했다. 4·27 판문점회담과 9·19 평양회담 때였다. 정확하게는 "가까운 시일 내에 서울을 방문하기로 했다"는 표현이었고, 이를 받아 문재인 대통령은 "`특별한 사정이 없으면 올해 안에`라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김정은이 사석에선 태극기부대의 반대가 있더라도 꼭 가겠다는 말을 했다고 한다.
그래서 문 대통령은 연내 청와대 방문을 철석같이 믿었던 모양이다. 국제무대에 첫선을 보인 김정은으로서도 약속을 지키는 인물로 각인되는 게 좋을 것이다. 그러나 서울 답방은 도널드 트럼프-김정은 간 2차 북·미 회담을 전제로 한 시나리오였다. 그 사전 회담이 성공하면 김정은이 서울에 와서 남북경협이란 `큰 선물`을 챙길 수 있다고 본 것이다. 그런데 현실은 비핵화에서 막혀 있다. 트럼프는 북한에 속았다는 국내 비판에 직면해 북핵 리스트를 받고 사찰·검증까지 보장해야 2차 북·미 회담을 하겠다는 것이고, 김정은은 영변 핵시설 파괴 정도로 만족하라는 것이다. 둘 간의 기대치는 너무나 간격이 크다.

김정은으로서는 이런 상황에서 서울에 가봤자 아무런 소득이 없을 것으로 계산한 것 같다. 그래서 우리 쪽도 한때 기대를 접었다. G20 정상회의에서 트럼프가 `김정은 서울 답방 환영`이라는 메시지를 던지자 최후의 동력을 되살리려 안간힘이다.

문 대통령은 "김 위원장 답방에 국론 분열은 없고 전 국민이 쌍수를 들고 환영할 것"이라는 간절한 희망을 말했다. 동·서독 통일 과정은 우리에게 하나의 시사점을 준다. 1968년 통독 작업에 나선 브란트 총리는 상호방문의 길을 뚫은 데서 시작해 결국은 성공했다. 서독의 브란트와 동독의 호네커는 총 7차례 회담을 했는데 공산권의 동독 총리가 서독을 4번이나 방문했다. 남북정상회담 역사는 우리가 평양을 세 번 갔고 김정일은 서울에 오겠다고 해놓고 안 왔다.

이번에 김정은이 온다면 실제 청와대 회담에서 큰 합의에 도달하지 못하더라도 통독(統獨)에서 보듯 그 자체로 큰 의미가 있다. 문 대통령이 답방 자체에 의미를 부여한 게 맞는다. 그러나 남한 국민 모두가 쌍수를 들고 환영하지는 않을 것이며 반대 데모도 있을 수 있다. 김정은이 서울에 와서 미국에도 못 준 비핵화 깜짝 선언을 할 리는 만무하다.

그렇다면 김정은이 서울에 온다한들 군사적 긴장 완화, 인도적 교류 등 외에 뭘 할 수 있을까. 김정은이 서울로 발걸음을 하려면 분명한 목표를 설정해야 한다.

김정은은 6월 12일 트럼프와 정상회담 하기 전날 밤, 마리나베이샌즈호텔 전망대에서 야경을 바라보며 "싱가포르가 듣던 대로 깨끗하고 아름답다"고 감탄했다. 꼭 50년 전 덩샤오핑이 싱가포르에 들러 했던 말이다. 김정은이 덩샤오핑처럼 그날 밤 경제 발전을 결심했다면 좋은 일이다. 덩샤오핑은 1978년 시장경제를 받아들일 결심을 하고 일본(10월), 싱가포르(11월), 그리고 이듬해 1월 미국을 차례로 방문했다. 일본에선 신칸센도 타보고 기미쓰 제철소를 방문했으며, 미국에선 포드자동차와 보잉항공사 등을 찾아다니며 꼬치꼬치 캐물었다. 김정은의 서울 답방이 연내든, 2019년 상반기든 기왕 온다면 덩샤오핑처럼 결심하라는 것이다. 2박3일로 부족하다면 추후 2차, 3차로 방문해 남한 경제의 현장을 보고 KTX도 타보고 남한 청년들의 어려움도 살펴보라.

괜히 헬기장을 만들어 가며 겨울 한라산에 가서 사진 찍어봤자 뭐하나.

경호상 교통 통제로 그를 꽁꽁 고립시켜 청와대 경내나 남산타워나 둘러보는 것은 답방 의미가 반감된다. 김정은이 경제를 해보겠다는 행동을 보이면 그것은 비핵화 이상으로 세계인의 눈에 더 어필할 수도 있다. 지금 남북 공동으로 북한 철도조사를 하는 중인데, 시설 현대화를 위해서는 30조원 혹은 85조원이 소요된다는 추산이다. 이를 시행하려면 세계은행(WB) 등 국제자금이 필요하다.
그러자면 IMF 가입이 선행돼야 한다. 북한은 2007년 IMF 가입 신청을 했다가 철회했는데 이번에 문 대통령이 김정은에게 IMF 가입 의사를 떠보면 그의 경제 개발에 대한 의지가 확인될 것이다. 김정은의 서울 답방은 모두에게 플러스다. 다만 문 대통령이 김정은을 만나면 지지율이 올랐는데, 순전히 그걸 노리는 `탁현민 쇼`라면 영리한 국민은 금방 알아챌 것이다.

[김세형 논설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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