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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칼럼

[매경데스크] '제로페이 실험' 성공할까

  • 김대영 
  • 입력 : 2018.12.03 00:07:01   수정 :2018.12.03 17:3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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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원순 서울시장과 홍종학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이 간편결제인 제로페이 홍보에 올인하고 있다. 과연 제로페이를 쓰는 소비자가 크게 늘어나 성공적으로 시장에 안착할까. 현재로서는 실험에 가깝다는 평가가 많다. 그렇다면 무엇이 문제일까. 우선 민간에서 이미 카카오페이, 페이코 등 수많은 간편결제 서비스가 나와 있다는 점이다. 한국은 중국과 달리 신용카드 위주로 결제가 이뤄지면서 삼성페이처럼 신용카드 기반의 서비스도 널리 쓰이고 있다.
그런데 왜 정부가 중복된 페이를 내놓겠다는 건가. 사람들 눈에는 박원순 시장이 `자영업자 지원`을 내걸고 정치적 업적을 쌓으려는 포퓰리즘으로 비친다. 당초 제로페이 협의체에 동참할 것으로 기대됐던 카카오페이도 시범사업에 참여하지 않기로 했다. 카카오가 속내를 밝히지 않았지만 제로페이가 경쟁자이기 때문이다. 카카오페이는 가입자가 2500만명을 돌파했고 온·오프라인 가맹점도 15만곳을 넘어섰다. 문제는 `수수료 제로`가 정치적 구호로는 좋을지 모르지만 세상 이치에 맞지 않는다는 점이다. 제로페이는 은행 등이 이체 수수료와 플랫폼 운영비를 부담한다는 전제에서 출발한다. 제로페이에 참여한 금융사업자들은 금융결제원에 위탁한 플랫폼 구축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 초기 플랫폼 구축비만 39억원이며 매년 35억원의 운영비가 든다.

만약 제로페이가 전국으로 확대되면 은행들의 부담은 더욱 커진다. 민간 금융회사들이 이렇게 밑 빠진 독에 물 붓기식으로 비용을 부담하는 체제는 계속 유지되기 어렵다. 무엇보다 최근 금융위원회가 신용카드 가맹점들에 제공하는 수수료 우대 구간 한도를 5억원에서 30억원으로 올리면서 당초 제로페이가 홍보한 효과는 반감된 상태다.

소비자들은 제로페이를 즐겨 이용할까. 그동안 익숙한 결제 수단을 놔두고 굳이 제로페이를 고집할 이유는 많지 않다. 신용카드는 할인과 포인트 적립 등 다양한 혜택을 주고 일정 한도 내에서는 계좌에 잔액이 없더라도 돈을 빌려준다. 한국은행 집계에 따르면 올 상반기 전체 지급카드 이용실적에서 신용카드 비중은 79%다. 반면 계좌에 있는 잔액만으로 결제하는 제로페이와 비슷한 체크카드 비중은 21%에 불과하다. 정부가 제로페이 소득공제율을 신용카드(15%)보다 훨씬 높은 40%로 책정한 것만 유인책인데 그 효과는 미지수다. 소득공제도 따지고 보면 국세나 지방세를 활용한 정부보조금이라서 세금 낭비에 해당한다.

최근 각 지자체 단체장들이 제로페이를 절대 선(善)으로 홍보하는 것을 볼 때 과거의 K도스(K dos) 실패 사례가 떠오른다. 1990년대 초 정부는 `마이크로소프트(MS)에 종속된 소프트웨어 독립`을 외치며 한국형 운영체제인 K도스를 내놓았다. 그러나 국내 PC 제조업체들마저 외면하고 MS도스를 장착하면서 K도스는 폐기됐다.

카카오페이 등 민간 기업이 이미 하고 있는 서비스에 뛰어든 제로페이는 자칫하면 `박원순표 K도스`로 전락할 수 있다. 차기 유력 대선주자의 무리한 선심 정책이란 비판이 벌써부터 나오고 있다. 정부가 이처럼 반강제적으로 기업을 옥죈다면 이는 `정부 갑질`이며 청산해야 할 `적폐`다.

중앙정부의 거친 가격 통제도 금융회사들에는 부담이다. 올해 단행된 카드 수수료 1조4000억원 삭감은 카드사 후려치기다. 무리한 최저임금 인상을 앞세운 소득주도성장 때문에 자영업자들이 입은 피해를 카드사의 팔을 비틀어서 보충하려고 한 것이기 때문이다. 이처럼 정부가 민간 시장에서 수요·공급에 의해 결정돼야 할 가격에 과도하게 개입하면 부작용이 생기게 마련이다.

자영업자들에게 도움이 될 수는 있겠지만 카드 업계에는 때아닌 구조조정 쓰나미가 밀어닥쳤다. 모 카드사는 모집인 1200명을 절반 이하로 줄이기로 했다. 일부 회사는 상당수 직원을 해고하기로 내부 방침을 정한 것으로 알려진다. 정부는 기업과 가계를 돕는 심판 역할을 해야 한다. 지금처럼 경기장에 뛰어들어 민간 기업과 경쟁해서는 곤란하다. 이는 명백한 무임승차이자 민간 영역 침범이다.

이제라도 정부는 할 일과 하지 말아야 할 일을 구분해야 한다. 우선순위를 정해 꼭 할 일만 해야 한다.
아랫돌 빼서 윗돌 괴는 땜질식 정부 정책의 포탄이 곳곳에서 터지면서 우리 사회엔 또 다른 피해자들이 속출하고 있다. 세상에 공짜란 없으며 따지고 보면 공짜만큼 비싼 것도 없다. 시장자본주의에선 `제로 페이`는 없다. `합당한 페이`만 있을 뿐이다.

[김대영 금융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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