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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경시평] 한국 경제의 전략적 위기 4가지

  • 입력 : 2018.12.03 00:06:01   수정 :2018.12.12 17:4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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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에 닥쳐오는 위기는 크게 관리적 위기와 전략적 위기로 구분한다. 관리적 위기는 기업의 재무적 성과가 현저히 나빠지거나, 매출을 발생시키기 위한 기본적인 운영이 어려워지거나, 혹은 핵심 기술인력들이 계속해서 이직하는 현상을 말한다. 관리적 위기보다 기업의 생존을 훨씬 심각하게 위협하는 것은 전략적 위기이다. 특히 전략적 위기는 적절한 시기에 인식하기 어렵기 때문에 제대로 대응하는 것은 더욱 어렵다.
그럼 전략적 위기란 무엇인가? 전략적 위기의 가장 첫 번째는 미래에 중요한 변화가 발생할 수 있다는 사실을 예측할 수 있는 시점을 말한다. 왜냐하면 특정 기업이 중대한 미래 변화를 인지한 바로 그 순간부터 혼신의 노력으로 대응하고자 하여도 변화를 따라가기 쉽지 않기 때문이다. 둘째, 기업 전체가 특정한 단일 사업부의 성과에 지나치게 의존하고 있는 상황 역시 전략적 위기이다. 왜냐하면 예측하지 못했던 상황 변화가 발생하여 해당 사업부의 성과가 급격히 나빠지면 조직 전체가 위기에 빠지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특정 사업부의 비중이 지나치게 높을수록 미래를 대비하기 위해서 현재의 자원을 배분하는 과정에서 지나친 왜곡 현상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셋째, 캐시카우(Cash Cow) 사업부가 많은 이익을 창출하여 재무적으로 매우 여유 있는 상황이다. 충분한 재무 자원을 보유한 기업일수록 다가오는 위기를 인식하기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쉽게 말하면, 배가 클수록 방향을 바꾸기 어려운 반면에 큰 배가 가라앉을 때는 많은 물이 일순간에 밀려들기 때문에 감당하기 어렵다. 마지막으로 멀리 있는 경쟁사들이 흡수·합병을 통해서 덩치를 키우는 상황이다. 왜냐하면 3~4년 후에는 M&A를 통해서 지금보다 두세 배 이상 덩치가 커진 경쟁사를 상대해야 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경쟁사들이 규모를 키울 때 적극적으로 대처하지 않으면 매우 심각한 위기를 맞을 수 있다.

현재 한국의 경제는 아주 심각한 전략적 위기 상황에 처해 있다. 첫째, 가까운 미래에 닥쳐오는 중대한 변화가 눈에 보이는데도 한국은 제대로 준비된 대응조차 못하고 있다. 중국, 미국, 일본을 비롯한 우리의 중요 경쟁국가들이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대비하기 위해서 국가적 차원에서 대규모 투자를 하고 과감한 규제 개혁을 하고 있다. 특히 중국은 2025년까지 반도체 산업에만 170조원의 투자를 준비하고 있으며, 선전시 정보기술 특구에서는 "No"가 없는 도시라는 기치하에 하루에도 수백 개의 기업이 창업을 하고 있다.

둘째, 한국 경제의 무역수지는 2~3개 소수 산업에 지나치게 의존하고 있다. 한국의 월별 경상수지는 약 80개월 연속 흑자를 기록하고 있지만, 수출액에서 반도체와 석유화학제품이 차지하는 비중이 40%를 초과하고 있다. 반도체 가격이 급격히 하락하거나, 혹은 유가가 갑작스럽게 변화하면, 한국 경제의 무역수지는 심각하게 위협을 받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셋째, 한국 경제는 무역수지 흑자 때문에 급격히 무너지고 있는 산업 경쟁력을 간과하고 있다. 현재는 자동차 산업의 근간이 흔들리고 있으며, 관련 부품 기업들은 시장에 매물이 넘치고 있는 상황이다. 일반 소비재 제조기업들 역시 수출 및 내수가 동시에 흔들리고 있다. 최저임금 인상과 주당 52시간 노동시간 단축 역시 기업들을 옥죄고 있다.


마지막으로 한국 경제의 주요 경쟁국가들은 M&A 시장을 활성화시키고 대기업에 대한 지원을 확대하여 글로벌 시장에서 규모를 기반으로 한 경쟁력을 갖춘 기업들을 만들기 위해 국가적 차원에서 노력하고 있다. 반면 한국에서는 대기업에 대한 경제적·제도적 지원은 고사하고, 모든 경제적·사회적 문제의 가장 중요한 원인이 대기업이라는 인식이 팽배해지고 있다. 한국 경제에서는 대기업이 마치 사회적 죄인처럼 대접받고 있다. 이런 인식이 지속되면 궁극에는 글로벌 시장을 주도하는 외국 대기업들을 한국에서는 중소기업들이 맞서 싸워야 할 것이다.

[박남규 서울대학교 경영대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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