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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사는 이야기] 탈출국가 안되려면

  • 입력 : 2018.12.01 00:0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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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솔직하게 지금 경제가 어떤가요?" 민관 분위기를 통틀어 알 만한 사람들에게 물었다. 항공모함에 구멍이 뚫리기 시작했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우리가 경제 외형상 티는 안 나지만 서서히 가라앉고 있다는 거다. 의미를 곱씹을 틈도 없이 대외 여건이 밤새 안녕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민족주의 채찍이 또 바람을 가른다. 공장 문 닫게 생겼다는 GM 살리겠다고 수입차에 관세 부과 카드를 꺼내 들었다. 가뜩이나 우리 자동차 사정이 어려운데 수출로 먹고사는 우리로선 오싹한 뉴스다. 경제를 정치로 막는 민족주의 파고를 어떻게 감당할 것인가. 결론부터 말하면 열강 속에서 우리가 무역만으로 힘의 균형을 유지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남북 우리 민족끼리 대응하겠다 웃음을 자초할 수도 없는 노릇이고 말이다. 이제 어디로 가야 하는가. 바깥세상을 보자. 21세기 기술혁명, 지금은 초지능이 지배하는 시대다. 유튜브를 펼치면 구글이 나보다 나를 더 잘 안다. 검색하는 동영상 순서도, 중간중간 들어오는 추천 영상도 `거기 누가 있소` 묻고 싶을 정도로 상대를 다 파악하고 있다. 의식 없는 알고리즘이 의식 있는 나를 규정한다. 부지불식간에 우리의 가장 소중한 개인정보를 드러내고 동영상을 보는 것으로 그들 번영의 토대가 만들어진다. 스마트폰 속 이 영상을 선택한 것이 나의 자유 의지인지 스마트한 알고리즘의 의지인지…. 호접몽을 이끄는 빅데이터를 글로벌 주자들이 잡으려 뛴다. 그게 지금의 권력이자 대세다.

우리로 돌아와본다. 정부 정책 역량을 집중하겠다는 발표로 맨 앞을 치고 나온 게 자율주행차와 드론이다. 실행과제면 넉넉할 사안, 목표로 보긴 머쓱하다. 국내 일자리를 만들겠다고 유턴기업을 돌리겠다는 방안이 나왔지만 고용보조금 조금 더 준다고 올 기업이 얼마나 있을까. 아쉽게도 우리는 투자 유치에서 더 이상 매력적인 나라가 아니다. 2015년 GDP 대비 외국인 직접투자 유입 비중에서 국토가 서울 크기에 불과한 싱가포르가 334%, 우리는 20분의 1도 되지 않는 13%다. 개도국이 다수 포함된 아시아 경제특구 사업환경평가에서 우리는 사실상 꼴찌다. 최하위로 그들이 점수를 매긴 이유는 과도한 규제와 대립적 노사 관계. 이 자료가 나온 지 몇 년이 됐지만 아직도 우리 상황은 그대로다. 오히려 `탈출국가`(경제철학의 전환)의 그림자가 어른거리고 있다.

파업을 적지 않게 하는 현대차와 기아차 국내 공장 생산 비중이 2008년 각각 60%, 72.5%에서 2015년엔 37%, 50%로 급감한 걸 봤다. 올해 우리 국적을 포기한 사람이 지난 10년치 평균보다 많은 3만명이다. 귀화하는 사람도 매년 감소세라는데 국내 경제 소득을 올려 소비를 촉발한다지만 소득은 월급을 주는 사람 입장에서는 비용이다. 늘 양면이 있는 경제, 세계를 막연히 쫓아갈 게 아니라 세계를 불러모으는 역발상이 아니면 돌파하기 어려운 때가 왔다.

정부가 진짜 달려들어야 할 싸움은 땅을 차지하고 기계를 확보하는 싸움이 아니라 보이지 않는 가상 공간과의 싸움이다. 이 보이지 않는 공간은 규제를 없애야 보인다. 그래서 정부가 정신 바짝 붙들어야 한다. 우버 창업자가 한국에서 시작하겠다고 선언한 가상주방 개념이 그렇지 않나. 우리 배달 업체의 `속도`를 경쟁력으로 삼아 오프라인에는 없지만 앱상으로 음식을 배달하는 서비스를 곧 낼 것이다. 임차료, 시설 구입 비용을 확 줄인 아이디어가 우리의 밀집한 부동산, IT 인프라스트럭처를 타고 새로운 공유 비즈니스를 창출하는 것이다.


요즘 대통령은 회의 중 작년과 다른 게 뭐가 있느냐고 얼굴이 굳어지는 경우가 많다는데 부처별 보고서, 호치키스로 묶는 관성 말고, 규제로 공무원 자리가 생기는 타성 말고, 세계의 수준 높은 인력과 자본을 빨아들이는 허브로 거듭나겠다는 각오가 나올 때도 됐다. 기업 설립과 운영이 자유로운 나라, 취업과 교육이 보장되는 나라. 요즘 경제지표를 발표할 때마다 정부는 해설과 각주 풍부한 자료를 내지만 경제가 어떻다는 건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국민이 이미 피부로 더 잘 안다. 말은 이미 차고 넘쳤다. 행동을 보고 싶다.

[김은혜 MBN 앵커·특임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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