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k

  • 구독신청
검색전체보기
 

오피니언오피니언

[책과 미래] AI가 수능을 치르면

  • 입력 : 2018.12.01 00:05:01
  • 프린트
  • 이메일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스토리
  • 공유
751257 기사의 0번째 이미지
체스나 바둑 같은 게임에서는 인공지능(AI)이 이미 인간의 실력을 뛰어넘었다. 미국 퀴즈 프로그램 `제퍼디` 같은 팩토이드 형태의 문제, 즉 질문의 답이 고유명사 또는 `몇 명`처럼 단위가 붙은 숫자로만 나오는 문제의 풀이 능력도 인간을 능가했다. 그렇다면 알파고 같은 인공지능이 수능시험을 치르면 어떻게 될까?

일본 국립정보학연구소 교수인 아라이 노리코의 `대학에 가는 AI vs 교과서를 못 읽는 아이들`(해냄)에 따르면 2011년부터 `로봇은 도쿄대에 들어갈 수 있는가`라는 프로젝트가 일본에서 진행 중이다. 한국의 수능에 해당하는 일본 대입센터시험에 `도로보군`이라는 인공지능이 도전하고 있다.
결과는 놀랍다. 2013년 첫 모의시험에서 도로보군은 900점 만점에 387점을 받아 전국 평균 459.5점을 크게 밑돌았지만, 2016년 모의시험에선 950점 만점에 525점을 받아 전국 평균 437.8점을 웃돌았다. 메이지대, 도시샤대, 리쓰메이칸대 등 일본 유명 사립대에 합격할 만한 실력이었다. 본래 목표인 도쿄대는 어떨까? 인공지능도 수학의 언어를 사용하는 계산기의 일종이기에 도로보군의 수학 실력은 도쿄대 의대에 들어갈 정도로 이미 충분하다. 세계사 같은 암기에 기반을 둔 과목도 실력이 우수한 수준이다. 그러나 현재로서는 인공지능이 도쿄대에 합격할 가망성은 없다. 의외로 독해력이 문제였다. 도로보군의 일본어와 영어 시험 성적이 도무지 늘지 않았다.

수학은 논리, 확률, 통계라는 세 가지 언어만 사용할 수 있다. 따라서 도로보군은 수억 가지 문장을 통째로 암기해 논리적·확률적·통계적으로 `그럴듯한 답`을 보여줄 수 있어도, 문장의 뜻을 `정확히` 이해하진 못한다. `서울과 인천에 다녀왔다`와 `서씨와 인천에 다녀왔다`를 현재의 인공지능은 구분할 수 없다. 한마디로 `상식`이 부족한 바보인 것이다.

그러나 도로보군이 거둔 성적은 정해진 논리대로 진행되거나 확률적·통계적으로 처리할 수 있는 일들은 앞으로 인공지능이 담당할 것임을 뜻한다. 두렵게도 현존 사무직의 절반가량이 여기에 해당한다.
인공지능이 보급될수록 많은 이들이 `인공지능이 할 수 없는 일`을 할 줄 알아야 한다.

아라이 교수에 따르면 `독해력을 기반으로 하는 소통 능력과 이해력`이 없을 때 미래 아이들은 `좋은 일자리`를 얻을 수 없다. 이런 뜻에서 보면 올해도 수능 국어에서 다양한 수준의 지문을 통해 학생들의 문해력을 요구한 것은 다행이다. 이제는 교육의 중심이 암기와 계산 중심에서 꾸준한 독서를 통해 `제대로 읽고 의미를 파악할 수 있는` 능력을 기르는 쪽으로 옮겨갈 때이기 때문이다.

[장은수 편집문화실험실 대표]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피니언 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