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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칼럼

[매경데스크] 경기道民이 知事에게 바란다

  • 채수환 
  • 입력 : 2018.11.30 00:07:01   수정 :2018.11.30 12:0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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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는 15년째 경기도 고양시 일산에서 살고 있다. 서울시내 직장까지 출퇴근이 좀 멀다는 불편함이 익숙해지면서 지금은 거주 환경에 대해 만족하고 있다. 집값이 다른 동네보다 좀 덜 올랐다고? 그것도 사는 집 한 채 있으면 괜찮다고 개인적으로 생각한다. 그런데 요즘 경기도민으로서 예전에 없던 불만이 생겼다.
아니, 정확하게 말하면 이재명 지사 때문에 생겨난 `피로감`이다. 지난 6월 지방선거가 끝난 뒤에도 이 지사와 관련된 스캔들이나 의혹이 모든 미디어를 도배하고 있다. 여배우 스캔들과 신체 점 논란, 친형 정신병원 강제 입원 논란, 성남 지역 조직폭력단 연루설, 혜경궁김씨 트위터 계정과 스모킹건 진위…. 이런 의혹들은 예외 없이 경찰 기소와 검찰 조사로 이어지며 지금 이 시각에도 꼬리를 물고 의혹들을 확대 재생산하고 있다. 신임 경기지사로서의 정책 비전이나 포부는 자연스럽게 뒤로 밀려났고, 지금은 폭발력 강한 스캔들과 논란에 파묻혀 아무도 관심을 갖지 않게 됐다. 지사와 도민에게 모두 아쉬운 일이다.

다른 지방자치단체장들이 앞다퉈 개발 청사진이나 투자 유치 계획을 내놓는 것을 보면 솔직히 속이 뒤집어진다. 경기도의 행정은 제대로 돌아가고 있는 건지, 괜스레 경기도민들만 유형무형의 피해를 입고 있는 건 아닌지…. 이 지사를 둘러싼 논란과 의혹들을 접할 때마다 그런 상대적 박탈감이 떠나질 않기 때문이다. 신문기자라는 직업을 떠나 경기도민의 한 명으로서 하는 얘기다. 정치적 박해를 받는 게 차기 대권주자로 성장하는 과정이라고? 이 지사의 지지자들은 그렇게 안위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경기도민은 아니다.

이 지사는 정치인이기에 앞서 지금은 엄연히 인구 1300만명이 넘는 대한민국 최대 지자체의 수장이다. 검찰이 경기도청을 압수수색하는데 도청 공무원들의 일손이 제대로 잡힐 리 없다.

최근 논란의 핵심인 혜경궁김씨 트위터 의혹에 대해 이 지사의 `동문서답`이 화제가 됐다. 경찰의 트위터 계정 발표에 대해 기자들이 입장 표명을 요구하자 "삼성바이오 분식회계에 관심을 가져주세요"라거나 "기본소득 문제는 매우 중요한 주제입니다"라는 식이다. 참다 못한 바른미래당은 아예 `이재명 의혹 진상규명 특위`를 만들고 정치 쟁점화를 선언했다. 이 지사가 전국적 인물로 부상한 것은 소위 `사이다 발언`과 `스토리텔링`이 가능하다는 독특한 이력 때문이다. 이 지사를 보면서 혈혈단신으로 중앙무대에 등장해 참여정부를 출범시킨 노무현 전 대통령을 오버랩하는 지지자도 많다. 자신의 아내가 공격을 당하자 "때리려면 나를 때려라"고 얘기한 것은 과거 노무현 대통령이 후보 시절 장인의 좌익 경력이 불거지자 "사랑하는 아내를 버려야 합니까"라고 일갈했던 장면을 떠올리게 한다. 그러나 이 지사의 답변은 지지자들의 감성에 어필했을지는 몰라도, 경찰 수사 발표에 대한 답은 아니다. 대통령 아들 특혜 채용 이슈를 다시 끄집어내거나 경찰 간부들을 맞고발하고 나선 것도 도민들이 원하는 해법은 아니다.

경기도에 자부심이 있는 도민으로서 깨끗하고 투명한 지사를 만나고 싶다. 인구 숫자뿐만 아니라 이제는 삶의 질에서도 서울을 능가하는 경기도를 꿈꾸고 싶다. 여야 정치권까지 불똥이 번진 이번 경찰 수사에 대해 명쾌하게 `사이다 해답`을 내놓을 수 있는 사람은 이 지사 본인뿐이다. 계속 동문서답을 반복하는 것은 지난 6월 지방선거 때 336만2100표(득표율 56.4%)를 몰아준 경기도민들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


이 지사가 정말로 떳떳하다면 왜 직(職)을 걸지 못하나. 지금이라도 "경찰 발표가 만약 사실이라면 당장 지사직에서 사퇴하겠다"고 나와야 한다. 수년 전 `동대구역 할복`을 주장했던 모 정치인처럼, 이 지사도 "성남 모란시장 앞에서 할복할 수 있다"고 자신 있게 말해야 한다. 이 지사의 그런 결기와 용단은 향후 더 큰 정치인으로 성장하는 데 든든한 자양분이 될 것이다. 지금도 늦지 않았다.

[채수환 정치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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