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k

  • 구독신청
검색전체보기
 

오피니언칼럼

[매경포럼] 양날의 검, 정권의 시장개입

  • 김명수 
  • 입력 : 2018.11.29 00:07:01   수정 :2018.11.29 17:46:18
  • 프린트
  • 이메일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스토리
  • 공유
745889 기사의 0번째 이미지
1985년 9월 22일. 일본은 40년 만에 또 한 번 항복 선언을 해야 했다. 일본 본토 원폭 투하 직후 연합군에 패배를 시인하고 항복한 데 이어 두 번째다. 바로 뉴욕 플라자합의다.

당시 일본은 상품 수출로 대미 무역흑자를 엄청 냈다.
미국은 좌시하지 않았다. 세계 2위 경제대국으로 급부상한 일본을 상대로 `통화전쟁`을 벌인 결과 2년 만에 엔화 가치를 60% 이상 끌어올렸다. 미국을 비롯한 일본 프랑스 독일 영국으로 구성된 G5 재무장관들이 1985년 도출한 플라자합의의 결과였다. 이후 일본 수출은 망가졌고 수년 뒤 일본 경제에 낀 거품 붕괴의 단초를 제공했다. 그로부터 일본의 `잃어버린 20년`이 시작됐다. 플라자합의 이후 30년이 지나자 일본을 대신해 중국이 세계 2위 경제대국으로 등장했다. 대미 무역흑자도 엄청났다. 더욱이 시진핑 주석은 `중국 제조2025`를 내걸고 미국 첨단 산업에 맞먹는 제조업 육성에 나섰다. 한국과 일본은 물론 미국의 주력 산업까지도 제치고 세계 최강이 되겠다는 목표였다. 시 주석은 진시황 이래 최고 권력자로 등판했다. 하지만 복병을 만났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등장이었다. 트럼프의 자국 우선주의라는 미명 아래 추진되던 미국 보호무역주의의 최종 타깃은 중국으로 판명되고 있다. 미국은 핵심 기술마저도 도난당했다고 주장하면서 중국의 기술굴기를 제압하려 하고 있다. 마침내 중국 상품에 대해 막대한 관세를 부과하면서 총성 없는 전쟁이 한창이다. 미국 기업들이 중국 기업에 미국 시장을 내주면서도 정작 중국 본토에서는 성장하지 못하자 공격에 나선 셈이다. 사실 미국 대표 기업 `FAANG(페이스북 아마존 애플 넷플릭스 구글)`의 중국 내 활약은 미미하다. 중국의 텃세 탓이다.

미국의 중국 견제는 전 세계 경제의 파탄으로 결론날 공산이 크다. G2 무역전쟁에서 시 주석이 물러서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여기서 물러날 경우 시 주석의 중국몽은 물거품이 된다. 지지 기반 이탈은 물론 권력 자체에도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는 구조다. 결국 시 주석은 당장 다음달 1일로 예정된 트럼프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일부 양보하는 듯하는 제스처를 취하겠지만 근본적 문제 해결엔 나서지 않을 전망이다. 그러면 미국의 보복은 이어질 것이고 중국 경제는 과거 플라자합의 이후 일본 경제 버블 붕괴의 재판이 될 가능성이 크다. 일각에선 내년 중국 성장률이 6%에도 못 미칠 것이라는 전망마저 제기한다.

그렇다고 미국이나 유럽이 향후 세계경제를 떠받쳐주기도 어려워 보인다. 미국 경제성장률은 올해 정점을 찍고 하향 곡선을 그릴 것이다. 유럽에선 또다시 2010년 경제위기를 연상케 하는 징조들이 나오는 국면이다.

한국 경제도 자유로울 수 없다. 중국 경제에 상당 부분 의존하는 한국으로선 중국 경제 타격은 치명타다.

이런 와중에 정부나 여당은 우리 경제의 적폐를 해소한다며 경제에 깊숙이 개입하고 있다. 최저임금 인상이나 주52시간 근로시간 단축처럼 노동시장에 직접 개입하는 것을 필두로 유통산업발전법, 공정거래법, 상법 등 법을 개정하거나 협력이익공유제 같은 제도를 도입하면서 기존 산업질서를 흔들고 있다. 재계는 사업 못하겠다고 아우성이다. 정부는 심지어 신용카드사의 가맹점 수수료라는 가격에 개입하면서 자영업자들의 경영난을 금융권에 떠안기고 있는 실정이다.

일자리 창출도 민간 기업이 아닌 공공 부문에 집중하고 있다. 공무원을 늘리겠다는 방침이다. 지방 공공부문이 비대한 한국적 특수성을 무시한 채 OECD 회원국 평균이라는 잣대를 적용한 결과다.

정권 초기에 힘이 있을 때 집권 철학에 맞게 정책을 펼치겠다는 취지는 이해한다. 하지만 갈수록 `퍼펙트 스톰` 징후가 짙어가는 세계경제를 감안하면 현 정권이 향후 경제 실패의 모든 책임을 다 지겠다는 자세다. 스테이크를 자르기 위해 나이프 손잡이가 아닌 나이프 칼날을 쥐고 식탁에 앉아 있는 꼴이다. 지켜보는 사람이 오히려 불안하다.

민간 입장에선 정권의 수명 단축까지 걱정해주기엔 여유가 없다. 자체 생존이 더 걱정되기 때문이다.
실제로 한국 주요 산업 중 반도체와 석유화학 말고는 대부분 업종이 겨우 버티고 있다. 그러나 정부와 여당은 세금이 잘 걷힌다는 환상에 빠져 경제가 잘 돌아간다고 착각하는 듯하다. 요즘 세수 증가는 인위적 증세와 기업들의 투자 부진에 따른 결과인데도 말이다. 이제라도 착각에서 벗어나 시장 자율을 존중할 때다.

[김명수 부국장 겸 지식부장]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피니언 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