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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목발 번쩍 든 탈북자 초청해 북한 압박한 트럼프 국정연설

  • 입력 : 2018.02.01 00:0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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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30일(현지시간) 미 하원에서 행한 국정연설은 정치인이 도덕적 가치를 앞세워 불의에 맞설 때 그 말이 얼마나 큰 힘을 갖는지 보여주는 좋은 사례다. 이날 의회 초청 인사 중에는 탈북인 지성호 씨가 포함돼 있었다. 10대 때 사고로 한쪽 팔과 다리를 잃은 지씨는 목발에 의지해 북한을 탈출한 뒤 지금은 전 세계를 돌며 북한 인권 운동을 하고 있다. 트럼프는 지씨가 북한에서 겪었던 고난을 상세히 소개하며 인권이 말살된 북의 참상을 전했다.
그는 "지씨의 이야기는 자유를 열망하는 인간 영혼을 증거한다"며 "250년 전 미국을 탄생시킨 자유에 대한 열망과 동일한 것"이라고 규정했다. 트럼프는 북한 문제를 단순히 핵과 미국의 안전보장을 넘어 자유라는 보편적 가치 관점에서 접근하고 있다. 트럼프는 "북핵 위협의 본질을 이해하려면 북한 정권의 타락한 성격을 보면 된다"며 지씨와 북한에서 받은 고문 후유증으로 숨진 오토 웜비어 사례를 언급했다. 그가 북한 김정은을 상대로 불타협 기조를 유지하는 배경엔 이런 도덕적 분노가 있다고 봐야 한다. 그는 "지난 경험은 (북한에 대한) 안주와 양보는 침략과 도발을 불러들일 뿐이라는 사실을 가르쳐줬다"며 과거 정부 실수를 되풀이하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김정은도 이를 엄포로 여기지는 못할 것이다.

미국이 세계의 리더로 인정받는 것은 경제력과 군사력 같은 하드파워뿐 아니라 자유, 인권, 민주주의 등 인류 공통의 가치에 대한 지향성 때문이다. 미국의 진정한 위대성은 가치를 위협하는 도전이 생겼을 때 싸움을 피하지 않는 전통에 있다. 역대 패권국 중에서도 가장 많이 전쟁을 치른 나라가 미국이다. 이날 트럼프의 연설은 이런 전통과 도덕, 용기, 국가 정신의 힘을 드러내고 있다. 한국 정치인들은 북한 문제를 이야기할 때 자유와 인권을 얘기하는 경우가 드물다. 인권 문제에 가장 민감하게 반응해야 할 진보진영일수록 그렇다. 북한을 자극하기보다는 보듬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북한의 부도덕에 분노하지 않는 것은 가장 근본적인 모순을 외면하는 것이다. 그래서는 북한을 변화시킬 수도, 싸워 이길 수도 없다. 적어도 이 점에 있어서 트럼프는 북한 문제의 본질을 국내 그 어느 정치인보다 정확하게 꿰뚫고 있다. 한편으론 다행스럽고 또 한편으론 안타까운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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