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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칼럼

[매경포럼] 누가 누구를 포용해야 하는지 말해보라

  • 노원명 
  • 입력 : 2018.11.22 00:07:01   수정 :2018.11.22 10:43: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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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함께 잘사는 포용국가`란 말을 들을 때마다 불길한 생각이 든다. 이 정부 사람들은 언제부터인가 `포용적 성장(inclusive growth·이하 포용성장)`이라는 어려운 개념을 유행어로 띄우더니 이렇게 입에 착착 감기게 풀어서 설명한다. 와 닿기는 하는데 `왜 하필 그 말을…` 하는 거부감이 있다. 다 함께 잘사는 실험을 하느라 인류는 끔찍한 시행착오를 겪어야 했다.
마르크스, 레닌, 마오쩌둥, 김일성, 카스트로, 차베스… 다 함께 잘사는 세상을 만들겠다는 다짐은 예외 없이 다 같이 못사는 결과로 이어졌다. 2000년대 이후 개발도상국 연구자들이 발전시킨 포용성장 이론은 사회 양극화가 성장의 지속가능성을 방해한다는 주장이다. 이걸 `다 함께 잘사는`으로 옮기면 색깔을 너무 칠하는 거다. 그렇게 과격한 이론이 아니다. 포용성장은 양극화 해소의 핵심 수단으로 열린 노동시장을 꼽는다. 저임 하층 노동자는 기술을 숙련할 기회가 없고 그 결과 노동시장 사다리를 타고 올라갈 기회도 영영 오지 않는다. 불평등이 고착되면서 한 사회의 혁신과 역동성, 생산성이 사라진다. 이들을 교육시켜 직업 잠재력을 고양하는 것, 노동시장 유연화를 통해 더 나은 고용 기회를 부여하는 것이 포용성장의 요체다. 특히 노동시장 불평등이 타깃이다.

문 정부는 소득주도성장 인기가 떨어지자 포용성장이라는 이름으로 똑같은 일을 하고 있다. 최저임금 인상도 포용성장이라고 주장한다. 최저임금 인상으로 수많은 하층 노동자들이 노동시장에서 축출됐고 소득 분배는 나빠졌다. 어떤 기준에서도 시급 1만원인 세상에서 실업자로 사는 것보다는 시급 8000원에 경제인구로 활동하는 것이 낫다. 포용성장은 경제활동 기회가 늘어나고 더 나은 일자리로 옮겨갈 기회가 열려 있는 상태를 말한다. 일자리는 줄고 노동시장은 동맥경화 지경인데 포용성장의 결과물에 해당할 최저임금부터 올렸고 계속 올릴 거라고 한다. 포용이란 이름으로 하층 노동자들을 아래서부터 쳐내고 있다.

포용성장의 주적은 낮은 임금이 아니라 닫힌 노동시장이다. 한국 노동시장을 닫힌 구조로 만드는 주체는 누구인가. 광주형 일자리를 보면 그림이 나온다. 이 사업은 광주에 반값 임금 자동차 공장을 지어 청년에겐 일자리를, 현대차에는 가격 경쟁력을 보장한다는 취지에서 출발했다. 처음 얘기된 3500만원은 대졸 초임 기준으로 괜찮은 연봉이고 자동차 공장은 숙련 기술을 연마할 수 있는 직장이다. 여기서 경력을 쌓으면 더 큰 사업장으로 옮길 수 있다. 개인 잠재력을 개발하고 상향 이동 기회를 부여하는 이 사업이야말로 포용성장을 위한 `새마을운동`이 되지 않을까.

민주노총과 현대차 노조는 반대한다. 사업에 합의하면 바로 파업한다고 한다. 이유도 솔직하다. 기존 자동차 공장의 생산물량 감소, 그리고 임금 하락 가능성을 거론한다. 솔직한 건 좋은데 이런 노동 카르텔이 없다. 자기네 근로조건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가정을 근거로 청년 또는 최하위 노동계층의 일자리 진입을 봉쇄해 버린다. 19세기 미국 백인 철도 노동자들이 중국 노동자 유입을 반대한 것과 같은 논리다. 다른 게 있다면 현대차 노조원들은 날품팔이 노동계층이 아니라는 것이고 청년실업 해결에 책임이 있는 기성세대이자 기득권이라는 거다.

여기에 온갖 훈수꾼들이 들러붙었다. 광주시와 한국노총 등이 합의해 현대차에 들이민 조건은 원래 취지에서 한참 후퇴한 것이다. 현대차 입장에선 설령 `반값`으로 시작되더라도 그게 안정적으로 이어지리란 보장이 없다. 광주형 일자리가 민주노총과 손잡으면 임금 인상 투쟁과 파업은 불 보듯 뻔하다. 그래서 최소 안전장치로 내건 요구조건이 5년간 임단협 유예였는데 광주시는 못 받겠다고 한다.
정치권은 `조금씩 양보`를 주문하고 있다. 어쩐지 그 양보가 현대차만의 몫이 될 것 같다는 예감이 든다.

포용성장에 노동시장 개혁이 필수라는 주장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2016년 한국경제보고서에서 말했고 며칠 전 김병준 자유한국당 비대위원장도 말했다. 정부가 진짜 포용성장을 하고 싶다면 포용의 주체와 객체를 분명히 해야 한다. 자, 말해보라. 누가 누구를 포용해야 하는가.

[노원명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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