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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마진단] 북핵 협상, 응답하라 2008

  • 입력 : 2018.11.22 00:05:02   수정 :2018.11.26 17:5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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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는 과거와 현재의 끊임없는 대화다." 우리에게도 잘 알려진 역사가 에드워드 핼릿 카의 말이다. 하지만 그가 영국 외교관이었다는 것을 아는 이는 많지 않다. 20년간 소련 문제를 주로 다루었던 그는 외교문서 해석에 탁월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역사가로서 과거의 사실(fact)과 대화했던 것처럼 외교관으로서도 과거의 사실에서 교훈을 찾았던 것 같다. 지난 20일 워싱턴에서는 북핵 공조를 위한 한미 워킹그룹이 출범했다. 이도훈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과 스티브 비건 미국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는 북핵 및 북한 현안에 대해 정책 공조 방안을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같은 날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은 "우리가 알지 못하거나, 의견이나 생각을 전할 기회 없이 한국이 행동하지 않는 것"이 워킹그룹의 목적 중 하나라고 밝혔다. 남북관계가 비핵화 협상보다 앞서가지 않기를 바라는 우려를 표명한 것이다.

정부는 올해 들어 진행되는 대화가 두 가지 점에서 새롭다고 말한다. 최고지도자 간의 `톱다운(top-down)` 방식이라는 점과 김정은 위원장이 `완전한 비핵화`를 언급했다는 점이 그것이다. 전례 없는 접근이기에 북한의 전략적 결단을 믿어야 하고 신뢰 구축을 위한 남북관계 개선이 중요하다고 한다.

이러한 설명은 역사의 교훈과 다르다. 그간의 북핵 협상은 모두 출발 당시에는 새로운 시도였다. 1994년 `제네바 합의`는 처음으로 미국과 북한의 당국자들이 `직접 대면`하며 합의문을 만들었다. 2005년의 6자회담 `9·19 공동성명` 역시 다자체제를 통한 최초의 비핵화 합의였다. 하지만 이들 모두 합의문 이행 과정에서 북한의 비협조로 진전을 보지 못했다.

과거 북한 비핵화에 가장 가까이 갔었던 2008년을 돌아보면 오늘의 상황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된다. 그해는 6자회담의 운명에 있어 매우 중요한 시기였다. 북한 핵능력의 신고·검증에 가장 가까이 갔었기 때문이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그해 1월 1일 신년사에서 강성대국을 기치로 내세웠다. 정치·사상강국, 군사강국은 완성됐다고 주장하며 경제강국 건설을 외쳤다. 1월 말에는 왕자루이 중국 공산당 대외연락부장을 만나 6자회담 합의사항을 잘 이행할 것을 밝혔다. 6자회담이 비핵화 협상인 만큼 소위 `비핵화 의지`를 밝힌 것이다. 5월에는 영변 원자로 가동일지를 신고했고, 6월에는 영변 원자로 냉각탑을 외신이 지켜보는 가운데 폭파했다. 정부는 물론이고 대다수의 전문가들도 북한 비핵화에 희망을 갖던 시기였다.

하지만 7월에 들어서며 검증 문제가 제기되자 상황은 돌변했다. 북한은 현장 방문과 문건 확인 그리고 인터뷰만으로 검증을 마치려 했다. 시료 채취와 같은 실질적 검증은 반대하며 시간을 끌었다. 미국이 완전하고 정확한 검증을 요구하자 8월 말에는 영변 핵시설 불능화 조치 중단을 선언했다. 그리고 6자회담은 12월 회의를 마지막으로 역사 속에 사라졌다. 큰 기대로 출발했지만 큰 실망만 남긴 한 해였다.

김정은 위원장이 비핵화 의지를 밝히고, 경제건설 노선을 채택하고, 풍계리 핵실험장을 폭파했다고 해서 `이번만큼은 다르다`고 말하긴 이르다. 하반기 들어 검증 문제가 제기되자 북한이 거부 반응을 보이는 것 역시 2008년과 유사하다. 정상회담 역시 비핵화의 실질적 진전을 위한 동력으로서 의미가 있지, 이벤트에 머물고 만다면 큰 의미를 두기 어렵다.

핵문제와 관련한 북한 지도자의 말은 바뀌어왔다. 합리적 의심과 신중한 접근이 필요한 이유다. 지금까지 가보지 못한 비핵화 협상의 길은 검증부터 시작된다.
북한의 진정성을 판단하는 기준도 검증일 수밖에 없는 이유다. 협상 상황은 늘 가변적이었다. 우리 안보의 근간인 한미 공조가 중요한 이유다. 2008년의 사실이 오늘 우리에게 전하는 교훈이다. 정부는 이 메시지에 응답할 것인가?

[신범철 아산정책연구원 안보통일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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