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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칼럼

[서양원 칼럼] 文정부의 역사적 책무

  • 서양원 
  • 입력 : 2018.11.21 00:07:01   수정 :2018.11.21 09:3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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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정부의 핵심 공약이었던 `광주형 일자리`가 벼랑 끝에 몰렸다. 지난 3월 광주 노사민정협의회가 반값 연봉(3500만원)에 5년간 임금협상을 유예하기로 한 결의안이 근본부터 훼손됐기 때문이다. 현대차는 연봉을 매년 협상하고, 동일노동 동일임금을 적시한 광주시-노조 측의 수정 제안을 받아들일 경우 사업성이 없다고 판단하고 있다. 그 조건을 받아들이는 것은 볏짚을 지고 불 속으로 뛰어드는 것으로 보고 있다.
광주형 일자리가 좌초되면 직접고용 1000명, 간접고용 1만명의 꿈을 버려야 한다. 급속한 임금 상승으로 경쟁력을 잃고 있는 자동차산업의 희망도 사라진다. 실업자들이 속출하는 군산 울산 등에서 광주형과 비슷한 일자리 모델이 계획되고 있지만 이 또한 한 발짝도 나갈 수 없다.

광주형 일자리 좌초는 문정부의 실력이다. 문정부의 실세들, 임종석 대통령비서실장과 정태호 일자리수석, 이낙연 총리에 이어 더불어민주당의 이해찬 대표, 홍영표 원내대표까지 나서 합의를 촉구했지만 결국 노조가 발목을 잡은 것이다. 이용섭 광주광역시장도 양측을 오가며 목이 쉬도록 타협을 위해 뛰었지만 노조의 벽을 넘지 못했다.

노조는 과연 누구를 위해 이러는가. 연봉 9200만원을 챙기겠다는 현대차 노조의 철저한 기득권 지키기가 중심에 있다. 그들의 행태는 반값 연봉에라도 감사히 일하겠다는 광주 대학생, 시민들의 열망을 짓밟는 것이다. 반값 연봉으로 좋은 차가 생산되면 자신들이 누리고 있는 혜택이 줄어들까 미리 총파업 카드로 바리케이드를 치고 있는 것이다.

민주노총의 최근 행태는 도를 넘었다. 청와대, 검찰, 국회 어디서든 실력행사를 한다. 탄력근무 기간 확대 반대를 명분으로 21일엔 총파업까지 선언해놓고 있다. 막무가내식 시위이자 법 위에 존립하려는 행태다.

촛불혁명을 자기들만이 했다고 `과잉청구서`를 내밀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촛불현장에서는 민주노총의 무리한 주장에 동의하지 않는 기업인, 주부, 학생, 일반시민들이 더 많았다.

현장에서 아낌없이 지갑을 턴 중견그룹 회장은 "이렇게 노조공화국을 만들 줄 알았으면 촛불을 들지 않았을 텐데 후회된다"고 말한다.

귀족노조의 가장 큰 폐해는 우리 산업 경쟁력을 급속히 약화시키면서 제2의 IMF 위기의 발화점을 만들 수 있다는 점이다. 일부 산업현장에는 한국노총에 이어 민주노총까지 들어가 선명성 경쟁을 벌이며 기업을 멍들게 하고 있다.

화물연대의 도로 봉쇄로 납품 차질을 빚는 성우하이텍 사례는 개탄스럽다. 급격한 임금 인상과 무리한 52시간 시행으로 문을 닫거나 `탈한국`을 추진하는 기업들이 계속 늘고 있다. 많은 외국기업도 노사문제 때문에 한국을 떠나려 하고 있다. 친노조정책 등을 이유로 신용등급을 낮춘 무디스의 경고는 걱정을 더해준다. 우리 외환보유액이 4000억달러나 되는 상황에서 제2의 IMF 사태는 지나친 비관이라고 할 수 있지만, 지금 한반도를 둘러싼 지정학적 구도상 얼마든지 가능한 일이다. 어디로 튈지 모르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한국을 혼내주는 한 전략으로 기관자금 이탈을 유도하면 큰일이다.

귀족노조의 기득권 문제는 진보정권인 문정부에서 풀어야 할 역사적 책무이다. 그러지 않고는 우리 산업의 핵심 축인 한국 자동차 산업을 살릴 수 없다. 현대·기아차 임금은 세계 어느 자동차회사보다 높다. 이 추세대로라면 전체 자동차 산업의 177만 근로자 생계가 위협받을 수밖에 없다. 독일의 폭스바겐과 일본의 도요타는 과감한 임금 삭감과 양보, 노사 대타협으로 함께 부활했다. 이제 민주노총도 우리의 엄연한 현실을 보고 일단 22일 사회적 대화기구인 경제사회노동위원회에 나오고, 대타협을 위해 진지한 대화를 시작해야 한다.

민주노총이 끝까지 총파업으로 맞선다면 문 대통령은 결단해야 한다. 민주노총 회원은 83만명으로 전체 근로자 중 4%에 불과하다. 자기 밥그릇만 챙기겠다는 극좌 프레임으로 가는 것은 `다 함께 잘살자`는 문정부의 철학과도 맞지 않는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2003년 화물연대가 총파업으로 산업현장을 마비시킬 때 단호하게 대처했다. 이런 그이기에 노 전 대통령은 결단을 내릴 줄 아는 지도자였다는 평가가 나온다. 영국의 마거릿 대처 총리 또한 노조의 행태가 나라를 위태롭게 하자 정면 돌파로 침몰해가던 영국을 구해냈다. 국정 최고책임자는 전체 국민을 위해 넘어야 할 장벽이 있다면 과감히 넘는 담대함이 있어야 한다.

[서양원 편집이사 겸 세계지식포럼 총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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