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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칼럼

[매경포럼] 인권보호 잣대로도 같은 생각인가

  • 윤경호 
  • 입력 : 2018.01.31 17:26:46   수정 :2018.01.31 17:3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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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은 바빠졌다. 웃고 싶은데 내놓고 그럴 수 없으니 표정관리까지 한다.

이철성 청장은 사흘 전 기자간담회에서 국가정보원의 대공수사권을 넘겨받으면 안보수사본부를 설치하겠다고 했다. 수장을 개방직으로 하겠다고 여유까지 부렸다.
수사권을 행사하는 국가수사본부가 따로 생긴다. 자치경찰을 확대해도 행정경찰로 남는 기존 조직까지 갖는다. 이쯤 되면 비대를 넘어 공룡으로 변하는 셈이다. 검찰은 입을 닫았다. 경제 금융 등 일부 특수수사 외엔 직접 수사를 못하게 될 판이다. 2차 수사권을 부여한다지만 힘을 잃는다. 영장청구권만 남는다. 대통령 직속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가 검사들을 수사할 수 있다. 갖고 있던 수사권은 뺏기고 외부 기관으로부터 수사를 받는 대상으로 전락하니 우울할 것이다.

1월 14일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의 권력기관 개혁안 발표 후 검찰과 경찰의 희비는 극명하게 엇갈린다.

나는 수사권 조정으로 바뀔 검경의 권한과 조직엔 별로 관심 없다. 하지만 검찰과 경찰의 줄다리기에 가려져 자칫 소홀해질 인권 보호를 생각하면 심한 우려를 하지 않을 수 없다. 인신구속이 남발될 수 있고 이에 제동을 걸 장치가 사라질 판이어서다.

수사권 조정은 형사소송법상 수사 주체 및 절차 등 개정을 통해 구체화된다. 인신구속에 관한 규정만 보자.

현행 형사소송법 제200조의3에는 경찰의 긴급체포 땐 즉시 검사의 승인을 얻어야 한다고 규정돼 있다. 승인을 받아도 48시간 이내 영장을 청구해야 한다. 우리 법체계에서는 경찰에서 최장 10일 구속할 수 있고, 송치 후 검찰에서도 20일간 더 구속해둘 수 있다. 무죄추정의 원칙을 적용받아야 할 피의자 입장에서는 세계 어느 나라에도 없는 가혹한 제도다. 미국, 영국, 일본 등에서는 원칙적으로 48시간 이내 구금만 가능하다. 2016년 한 해에만 경찰이 신청한 구속영장은 3만8000여 건에 달했다. 이 가운데 검사의 승인 과정에서 6000건가량이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다시 법원에서 5300여 건이 기각됐다. 최대한 신중을 기하려고 국가기관인 검사와 법관에게 제동을 걸도록 했다. 그래도 경찰의 수사 과정에서 인신구속은 언제나 과하다.

2011년 개정된 형사소송법에서 수사 개시 및 진행권이 경찰에 부여됐다. 종결권은 아직 검찰에 있다. 경찰이 사건 수사를 시작했다가 혐의를 못 찾아내면 그냥 덮어버리면서 생길 인권유린을 막기 위한 장치로 볼 수 있다. 수사권 조정으로 경찰에 수사종결권을 부여하면 큰 변화가 초래될 수 있다. 일반인의 생활과 밀접한 고소사건에서 더 심하다. 현재는 경찰이나 검찰에 각각 접수할 수 있는데 경찰이 수사만 하고, 검찰은 기소만 하면 고소장은 모두 경찰에만 제출될 수밖에 없다. 모든 고소사건을 경찰이 알아서 수사 개시했다가 종결해버리면 국민이 이를 받아들일지 의문이다.

현재 추진되는 수사권 조정이 어떻게 법제화될지 미정이다. 그런데 더불어민주당 소속 박범계 의원이 1월 8일 이미 대표발의한 형사소송법 개정안이 관련 규정을 담고 있다. 박 의원의 여당 내 비중을 감안하면 주목을 끌 수 있을 텐데 논란의 여지가 많다. 박 의원의 개정안은 형소법 200조의3 경찰의 긴급체포 시 검사의 즉시 승인 규정을 삭제했다. 경찰에 수사종결권을 부여했다. 경찰에서 48시간 동안 피의자 신병을 자의로 확보할수 있도록 하고, 경찰이 수사 개시와 진행 그리고 종결까지 하도록 해 사건관계인의 이의 제기가 없는 한 불기소로 사건을 종결할 수 있도록 했다. 지나친 권한 부여다.

과도하게 집중된 검찰과 잘못된 방향으로 쓰인 국정원의 권한을 분산시키는 것은 좋다.
그렇다고 경찰에 권한을 몰아주다 인권보호에 구멍을 만들면 더 큰 문제를 야기한다. 실적주의와 승진에 매몰된 경찰의 건수 채우기가 과잉 인신구속을 얼마든지 부를 수 있음을 주시해야 한다. 체포나 구속은 아무리 절차를 복잡하게 해놓아도 지나치지 않다. 99명의 범죄자를 잡는 것도 중요하지만 1명의 무고한 피의자를 만들어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인권보호 잣대로도 검경 권한 조정을 그대로 밀어붙일 건가.

[윤경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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