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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칼럼

[충무로에서] 북극은 '안보'다

  • 노현 
  • 입력 : 2018.01.31 17:20:41   수정 :2018.01.31 17:3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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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중국 정부가 `북극 정책 백서`를 발간했다. 9000자에 달하는 백서의 내용을 요약하자면 이렇다. "중국은 북극 인근 국가이자 북극 문제의 중요한 이해당사자다" "북극권 국가들과 `빙상 실크로드`를 구축하겠다". 영토가 북극해에 접해 있지도 않고, 심지어 북극과 가깝지도 않은 나라(북극과 중국의 거리는 3000㎞)가 북극을 자국 세력권에 편입하겠다는 야심을 대놓고 드러낸 것이다. 백서 발간이 `북극 공정(工程)`의 시작을 알리는 이벤트가 아니었나 싶을 정도다.
중국은 왜 이토록 노골적으로 북극에 대한 지정학적 야심을 드러냈을까. 경제 문제만으로도 이유는 차고 넘친다. 북극에는 전 세계 천연가스의 30%, 석유의 13%가 매장돼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북극 항로 개척으로 인한 이득도 크다. 중국 매체들은 북극 항로를 이용할 경우 유럽까지 화물을 운송하는 데 수에즈운하를 통과하는 기존 항로 대비 운송 기간을 보름 이상 단축할 수 있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하지만 중국이 북극을 노리는 보다 근본적인 이유는 `안보`다. 향후 미국과 갈등이 불거지더라도 에너지 안보가 위협받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는 북극을 자국 세력권으로 포섭해야 한다는 판단이 기저에 있을 것이라는 얘기다.

중국은 원유와 천연가스 등 에너지 자원 절반 가까이를 중동에서 수입한다. 수입처는 사우디아라비아, 이란, 이라크 등 페르시아만 인근 국가들이다. 문제는 페르시아만이 미국의 앞마당이라는 것이다. 가공할 위력의 항모전단이 배치돼 있고, 인근 알다푸르 공군기지에는 F-22 스텔스 전투기 부대까지 대기 중이다. 중국은 미국에 목줄을 잡혀 있는 셈이다. 하지만 북극은 상황이 다르다. 미국의 영향력이 제한적이고, 지역 주도권을 쥐고 있는 러시아와는 이해관계가 잘 맞는다.

북극은 러시아의 안보에도 중요한 지역이다. 러시아는 미국이 주도하는 서방세력이 새로 개발되는 북극 항로를 공격 축선으로 이용할까 봐 두려워하고 있다. 이를 막기 위해 핵추진 쇄빙선을 도입하고 군사기지와 활주로·항만을 건설하는 등 서방의 경제 제재 와중에도 북극 지역 군사력 강화에 박차를 가해 왔다.


우리에게도 북극은 경제 문제인 동시에 안보 문제다. 북극 개발을 논의하고 관련 이해당사국들의 갈등을 조절할 협의체 형성에 참여함으로써 역내 다자외교를 주도할 기회를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북극 개발을 매개로 한·중·러 3국이 모이면 자연스럽게 북한 문제도 테이블 위에 올릴 수 있다. 구호만 있고 실체가 모호한 정부의 `신북방정책`에도 손에 잡히는 카드를 제공해 줄 수 있을 것이다.

[노현 국제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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