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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칼럼

[매경데스크] 작은 나라 경제정책

  • 노영우 
  • 입력 : 2018.11.09 00:06:02   수정 :2018.11.09 17:36: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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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는 작은 나라다. 땅도 작고 인구도 적다. 한국의 땅 크기는 전 세계 땅덩어리의 1000분의 1도 안된다. 사람 수는 세계 인구의 100분의 1에 못 미친다.
자존심 상하는 얘기지만 우리나라 하면 먼저 드는 생각이 `좀 더 컸으면` 하는 바람이었다. 땅덩어리와 인구에 비해 경제력은 훨씬 크다. 우리나라 국내총생산(GDP)은 전 세계 GDP의 50분의 1 정도다. 글로벌 국가 순위는 12위권이다. 세계는 우리 경제성장을 `한강의 기적`이라고 불렀다. 큰 발전이 있었지만 경제 잣대로도 여전히 작은 나라다. 경제적 기준으로는 한 국가의 경제행위가 세계시장에서 형성되는 가격에 영향을 미치면 큰 나라, 아니면 작은 나라로 분류된다.

한국에 풍년이 들어 쌀 생산이 아무리 늘어도 국제 곡물 가격은 변하지 않는다. 우리가 차를 많이 만들어도 세계 자동차 가격은 별 영향이 없다. 금융도 마찬가지다. 정부가 시중에 많은 달러를 풀어도 글로벌 시장에서 달러값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하다. 국내 외환시장에서 원화값만 오를 뿐이다. 반면 큰 나라의 경제행위는 국제 가격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작은 나라인 우리가 선택한 생존 방식은 문을 열어젖히고 다른 나라와 교역하고 경쟁하며 실력을 키운 것이었다. 이 과정에서 숱한 설움과 어려움을 헤쳐나왔다. 그게 싫어 문을 닫았던 북한은 아직도 경제적으로 가장 낙후된 나라다.

우리는 작고 개방국가를 일컫는 소규모개방경제를 선택한 나라 중에서 발전 속도가 가장 빨랐다. 그렇다고 소규모개방경제의 애환이 사라진 것은 아니다. 여전히 큰 나라가 기침을 하면 독감에 걸린다. 국제 금융시장에서 미국 금리와 달러값이 오르면 돈이 빠져나가 경제가 휘청거린다. 외환보유액을 4000억달러나 갖고 있다고 자위하지만 이 정도는 미국 국채 하루 거래량에도 못 미친다. 미국·중국 등 큰 나라가 무역전쟁을 하면서 관세를 올리면 물건이 안 팔릴까봐 노심초사해야 한다. 중동 위기로 국제 유가가 급등하면 걱정이 태산처럼 커진다. 큰 나라가 힘을 앞세워 윽박지르면 때론 달래고 때론 설득하고 때론 맞서면서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 것이 소규모개방경제의 운명이다.

속이 상한다고 이제 와서 나라 문을 닫을 수도 없고 그렇다고 우리 경제가 큰 나라처럼 하루아침에 커지는 것도 아니다. 칼날 위에 중심을 잡고 서 있는 것처럼 조금이라도 발을 헛디디면 벼랑 끝으로 떨어질 수 있다는 위험을 인식하며 경제를 운용해야 한다.

소규모개방경제의 경제정책은 대외 환경 변화에 대처하는 것이 으뜸이다. 특히 밖에서 위험이 몰아칠 때는 바다를 항해하다 태풍을 만난 배처럼 조심스럽게 태풍을 먼저 헤쳐나가야 한다.

올해 들어 유독 해외에서 강한 태풍이 몰아치는데 그동안 우리 경제정책은 국내 이슈에만 매몰돼 있었다. 김동연 기획재정부 장관과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으로 대표되는 문재인정부 경제팀의 투 톱은 국제 경제 속에서 우리가 처한 상황에 대한 인식이 안이했던 것 같다.

미·중 무역전쟁, 글로벌 금리 인상, 고유가 등 해외에서 밀려오는 삼각파도를 헤쳐나갈 아이디어를 내놓지 못했고 정책 대응도 기대에 못 미쳤다. 그사이 많은 국내 기업들이 타격을 입었고 외국 자본은 빠져나갔다. 미국 보호무역에 대응하기 위해 일본·캐나다 등 여러 나라들이 다자간 무역협정을 맺고 힘을 합쳤지만 거기에도 끼지 못했다.

경제외교가 실종되면서 우리나라의 경제적 고립은 심해졌고 이로 인한 타격은 계속 커지고 있다. 현 경제팀이 책임져야 할 부분은 정권이 내세운 소득주도성장을 성공시키지 못한 것이 아니다. 소규모개방경제의 경제책임자로서 대외 정책을 사실상 실종시킨 책임이 훨씬 더 크다. 이 점에서 투 톱의 교체는 불가피하다.


문제는 교체 이후다. 새로 구성될 경제팀이 최우선적으로 할 일은 급변하는 대외 경제 환경 변화에서 오는 충격을 최소화하는 것이다. 소규모개방경제라는 한국의 위치를 정확히 인식하고 여기서부터 문제를 풀어나갔으면 하는 바람이다. 해외에서 몰아치는 풍랑을 먼저 헤쳐나가고 국내로 눈을 돌려야 개혁도 성공할 수 있다.

[노영우 국제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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