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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한반도 비핵화 앞에 놓인 4가지 함정

  • 입력 : 2018.11.09 00:05:01   수정 :2018.11.09 17:36: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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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8일 뉴욕에서 열기로 했던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과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의 북·미 고위급 회담이 다시 연기됐다. 4월과 5월 두 차례의 남북정상회담, 6월 역사적인 북·미정상회담으로 가동하고 9월 평양 남북정상회담으로 가속한 한반도 비핵화 평화 과정이 북·미 고위급 회담을 계기로 추동력을 얻을 것이라 기대됐지만 무산된 것이다.

필자는 그 회담이 열렸으면 어설픈 타협안이 도출돼 비핵화 과정은 굴러가겠지만, 결정적 전기는 마련하지 못할 것이라고 봤다. 내년 초 제2차 북·미정상회담 일정에 합의가 도출되겠지만 그 과정에서 지난 5월과 같은 장면, 즉 실무 차원에서 주고받는 언사가 정상을 자극하고, 예정된 회담을 취소하고, 다시 번복하는 식이 반복될 수 있다고 봤다.
그 이유는 핵과 미사일 개발을 `완성`한 국가가 그것을 폐기하는 초유의 여정에 임하는 여러 나라의 처지가 다르고 그에 따라 자칫 빠질 수 있는 함정이 곳곳에 널려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 함정을 뛰어넘기 위한 발상의 전환을 제안한다.

첫째 함정은 북한 앞에 있다. 북한이 특유의 살라미 전술을 사용해 비핵화 과정을 잘게 쪼개고 미국과 단계별로 협상해 결국은 경제제재의 해제 또는 완화를 얻어낸 다음 완전한 비핵화는 하지 않는, 그리하여 사실상의 핵보유국으로 인정받으려 한다고 보는 시각이 있다. 그렇다면 북한에 매우 위험한 함정이다.

둘째 함정은 미국 앞에 놓여 있다. 미국은 북한을 믿지 않는다. 협상 과정에서 속이거나 협상 결과를 뒤집을 것으로 생각한다. 그래서 속지 않기 위해 그리고 협상 결과를 뒤집지 못하게 하려고 사전 약속을 요구하고 그 약속을 철저하게 검증하고자 한다. 그러나 그것은 현실적이지도 않고 현명하지도 않은 접근법이다.

셋째 함정은 한국 앞에 놓여 있다. 지금의 국면 전환이 평창올림픽을 계기로 남북 관계의 개선을 단초로 해 열렸듯이, 남북 관계를 통해 한반도의 비핵화 평화 과정을 이끌 수 있다는 자신감이다. 그러나 이 모든 과정의 핵심은 북한의 비핵화와 미국의 체제 보장인데, 그중 한국이 주도적으로 할 수 있는 것은 없다.

넷째 함정은 중국 등 주변국 앞에 놓여 있다. 중국·러시아는 비핵화 과정을 빌미로 동북아에서 미국의 군사적 존재를 축소하고픈 유혹을 느낀다. 일본은 납치자 문제를 비핵화 과정에 얹어 정치적 이득을 얻고자 하는 유혹이 있다. 그러나 그것은 가뜩이나 무거운 비핵화 여정에 짐을 더 얹어 그 여정을 좌초시킬 위험이 있다.

제한된 지면이니 두 가지만 논의하자. 첫째, 북·미회담에 임하는 북한이 추구해야 할 목표는 `핵보유국`의 지위가 아니라 `비핵보유국`의 지위다. `완전한` 비핵화가 아니라면 위기는 언제든지 재발할 수 있고, 북한이 간절히 원하는 기업 투자가 들어갈 리가 없다. 그런 북한에 투자한 기업은, 그것이 삼성이든 누구든 `냉면이 목구멍에 넘어가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둘째, 미국은 비핵화를 `물리적`으로 접근하면 안 된다. 북한이 핵물질과 시설을 `신고`하고, `폐기`하고 `검증`하는 것은 최소 10년이 걸리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과정이다. 북한 땅 곳곳을 다 뒤질 수도 없거니와, 그렇더라도 비핵화를 `입증`할 수는 없다. 언제든지 `반증`이 나올 수 있기 때문이다.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그 출발점은 핵무기의 본질에 대한 재인식이다.
미국 외교협회에서 발간하는 시사전문지 포린 어페어스 최근호는 `핵무기가 대수인가?`라는 제목의 특집을 실었다. 그런 특집이 나온 배경에는 핵무기가 불용무기, 즉 사용하지 않고 목적을 달성해야 하는 정치적 무기라는 인식이 있다. 그렇다면 왜 핵무기가 필요한가.

요컨대 북한이 정상국가가 되어 미국을 두려워할 필요가 없고, 한국 등 주변국을 핵무기로 겁박할 이유가 없으면 핵무기는 아무런 효용이 없다. 비핵화 여정의 출발선에 선 북한과 미국은 그 점에 주목해야 한다.

[김태현 중앙대 국제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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