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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칼럼

[매경포럼] 靑참모 줄이는게 답이다

  • 윤경호 
  • 입력 : 2018.11.08 00:07:01   수정 :2018.11.08 17:34: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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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년 전 미국 워싱턴DC에 특파원으로 갔을 때 처음 몇 달간 땀깨나 흘렸다. 생소했던 그들의 제도와 명칭에 익숙해지기 위해서다.

우리는 예산결산특위이지만 미 의회는 세입위와 세출위를 나눠 상설 운영한다. 세입위(ways and means committee)만큼이나 막강한 세출위(appropriations committee)의 권한과 역할에 놀랐다.
세출위에서 그해 예산을 제대로 썼는지 따로 심사받고 세입위에서 다음해 예산 심의를 받는다. 그래서 명칭에 세출위는 인가나 승인을, 세입위는 조달 방안과 용도라는 말을 넣었다. 장관을 세크러터리(secretary)로 부르는 것은 더 의아했다. 영국에서 장관을 미니스터(minister)라고 부르는 것과 비교된다. 대통령제와 의원내각제의 차이겠지만 굳이 비서라는 의미의 세크러터리라는 명칭을 장관에게 붙인 이유는 따로 있었다. 국무부에서부터 보훈부까지 15개 부가 대통령을 보좌하는 비서로서 일한다는 것이다. 그런 구조이니 백악관에 각 부를 관장하는 수석이나 비서관 혹은 보좌관을 따로 두지 않는다. 백악관엔 총괄 비서실장 외에 안보보좌관 그러고는 정무, 인사, 의전, 연설 참모와 대변인 정도만 있다. 우리 식의 민정이나 인사 검증 업무는 연방수사국(FBI) 같은 본연의 기능을 담당하는 조직을 활용한다. 경제정책은 국가경제위원회(NEC)라는 자문 조직만 활용한다. 대통령 주변의 수석 따로, 현장에서의 장관 따로 같은 모습은 존재하지 않는다.

미국 얘기를 장황하게 쓴 건 요즘 최대 관심사인 경제정책 투톱 교체 때문이다. 김동연 경제부총리와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을 바꾸는 건 기정사실로 돼버렸다. 떡 본 김에 제사 지내려는 듯 정책실 내 수석들 간에 맡고 있던 업무를 조정했다는 사실도 뒤늦게 공개됐다. 탈원전정책은 경제수석실로 한 달여 전에 이관했고, 부동산 정책도 넘기는 것을 검토 중이라고 한다.

경제부총리는 후임자를 당장 지명해도 청문회 등을 감안하면 예산안 처리 법정시한인 다음달 2일을 넘겨야 가능하다. 일각에서 지적하듯 물러날 경제부총리에게 내년도 예산안을 맡기는 점에서는 김 빠지는 일이지만 본인도 그만두겠다고 작정한 이상 적임자를 빨리 내세우는 게 모두를 위해 좋을 것이다. 최적임자는 이런 사람이다. 시장 친화적인 철학을 갖고 기업 투자를 이끌어내 고용을 늘리고 성장을 일궈냄으로써 위기론을 잠재워줄 인물 말이다.

문제는 청와대 정책실장이다. 정부조직법을 그대로 둔 채 대통령령으로 직제를 만든 것도 그렇지만 같은 업무를 겹겹이 맡는 옥상옥 같은 구조가 더 못마땅하다. 기획재정부 장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고용노동부 장관 등을 버젓이 두고도 청와대에 경제수석, 일자리수석, 사회수석을 따로 앉혔다. 경제보좌관과 과학기술보좌관이라는 수석급 두 자리가 더 있고 그들 위에 정책실장이 또 올라서 있으니 위인설관이고 세금 낭비다. 이번 투톱 교체를 계기로 차라리 정책실장을 없애라는 일각의 지적에 쌍수를 들어 동의한다. 한발 더 나가 일자리수석, 경제보좌관, 과학기술보좌관 같은 특임 참모 자리도 같이 없애기를 촉구한다. 정책실장을 비롯해 옥상옥 같은 자리에 있는 청와대 참모를 정리하는 것이 같은 대통령을 보좌하는 장관과 참모 간의 불협화음 운운하는 코미디 같은 상황을 원천적으로 막는 길이다.

대한민국 청와대에서는 3실장, 12수석, 49비서관을 포함해 500여 명의 비서가 대통령을 보좌하고 있다. 역대 정부마다 이어온 관행적인 체제로 주저 없이 물려받았다. 오히려 몸집을 더 불려왔다. 하지만 누군가는 욕을 먹더라도 물꼬를 돌려야 한다. 국민의 뜻을 가장 잘 받들겠다고 자임한 문재인 대통령이 해야 한다. 연말까지 국회에서는 정치개혁특위에서 선거제도 개편과 개헌의 불씨를 살리려 안간힘을 쓰고 있다. 청와대는 비서실 조직 줄이는 일로 화답하면 좋겠다.
정권 출범 1년 반을 맞는 시점에 생뚱맞아 보일지 모르지만 효율적인 정치제도를 구축하기 위해 펼쳐야 할 노력의 하나다. 물론 문 대통령과 참모들이 귀담아듣지 않을 거다. 바위에 계란 던지는 꼴일 것이다. 그렇지만 티끌 모아 태산 쌓듯이 여론을 끌어모으도록 계속 되풀이하련다.

[윤경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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