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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광필의 인생 낚시터] 교장의 '보이지 않는 손'

  • 입력 : 2018.11.08 00:05:01   수정 :2018.11.14 18:1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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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장 선생님에 대한 기억은 운동장의 뙤약볕 아래 줄을 선 채 들어야 했던 길고 지루한 훈화가 아닐까. 지금도 선생님들과 대화하다 보면, 교장의 깨알 같은 간섭과 통제 때문에 새로운 교육적 시도가 힘들다는 말을 종종 듣는다.

이런 말을 들을 때마다 8년 동안 교장을 했던 사람으로서 늘 야단을 맞는 기분이다. 당시에 내가 앞서 실천한다고 믿었던 혁신적인 학교 운영이나 교장의 권한 내려놓기조차 선생님들에게는 다른 방향의 강요로 받아들여졌을 지점을 이제와 발견하고 얼굴이 붉어지기도 한다.

왜 그럴까? 학교에서 교장은 인사, 재정, 교육과정 운영, 장학 등에서 막강한 권한을 갖고 있다.
그다음에 중요한 결재 라인을 책임지고 있다. 그래서 지난 십여 년 사이 학교 혁신과 관련해 가장 많이 나온 얘기는 교장 때문에 뭘 못하겠다는 것이다. 그런데 역으로는 이런 생각을 해봤다. 교장 때문이라고 말하는 순간 내가 뭔 일을 나서서 할 필요가 없어진다. 교장 때문에 잘 안 될 테니까. 그런데 다 교장 탓이라고 떠넘기면 될까? 그러면 교장 입장에서도 생각해 보자. 유별난 분들이 있기는 하지만 대부분 교장은 학교를 개판 치고 싶거나 선생님들을 괴롭히고 싶어하지 않는다. 오히려 모두가 다니고 싶은 학교를 만들고 싶고, 아이들의 행복한 미래를 위해 학교를 혁신하고 싶다. 그래서 나름 준비를 해서 선생님들에게 제안하는데, 반응이 별로 없거나 이런저런 문제제기에 제동이 걸린다. 속으로는 부글거리지만 이를 드러내기도 어렵다. 이런 경우가 몇 번만 이어지면 의욕도 떨어지고, 걱정도 앞선다. 교육부와 교육청에서 쏟아내는 온갖 규정과 지침, 매뉴얼에 없는 새로운 시도를 하다가 괜히 사고가 나거나 감사에 걸리면 어쩌나? 그러다 보면 교육청 지시를 충실히 이행하는 관리자로 머물게 된다.

반면 선생님들 입장에서 뭔가를 바꾸려고 하는 경우는 어떨까? 몇몇 분이 의기투합해 자신이 속한 학급이나 학교의 어느 분야를 바꾸기는 그리 어렵지 않다. 그런데 그분들이 교사들 사이 문화, 학생과 관계, 수업, 생활교육 등 학교 전체를 혁신하려고 하면 얘기가 달라진다. 열심히 하면 하는 만큼 분란만 커지는 경우도 많다. 특히 교장은 뭘 하기는 어렵지만 뭘 못하게 하기는 쉽다. 그래서 분란이 커지면 가운데 끼어 있는 이도 저도 아닌 사람들은 점점 학교 일에 마음이 멀어져 가기 십상이다.

이렇듯 누가 나서도 쉽지 않은 학교 혁신을 어찌할 것인가? 지난 4월부터 교육부 지원으로 열 명이 모여 새로운 교장 연수를 기획했다. `학교장의 새로운 리더십과 민주적 학교 운영 연수`는 교장들이 연수 참여자인 동시에 연수 내용을 함께 만들어가며, 강의식 연수가 아닌 흐름이 있는 실습형 연수를 준비했다. 연수 후 소감 한마디. "민주적 리더십을 갖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나 혼자만의 착각이었다." 이분은 학교에 돌아가면 어떤 노력을 할까?

연수가 끝나고 소감 나누기에서 가장 많이 나온 이야기는`보이지 않는 손`이다. 교장이 학교 운영에서 리더십을 어떻게 발휘할 것인가? 교장이 나서서 능력을 발휘하면 그 학교는 교장의 학교가 되고, 학교의 다른 구성원들은 따라가는 꼴이 된다. 그래서 재미도 없고 신명도 나지 않는다. 그럼, 선생님들을 학교 운영의 주체가 되게 하려면 어떻게 할 것인가? 교장이 보이지 않는 손으로서 선생님들과 사전에 충분히 교감하고, 그분들이 나서서 제안하고 진행하도록 돕는 역할을 해야 한다.
그래서 의미 있는 성과가 있으면 온전히 그분들의 공으로 돌려야 한다. 그럴 때 학교는 교장의 학교를 벗어나 모두의 학교가 된다.

그런데 학교 선생님들은 교장이 좋은 연수를 다녀왔다고 하면 또 새로운 일을 벌이겠다 싶어 긴장한다. 그러기에 선생님들에게 티 나지 않게 보이지 않는 손이 되는 길은 어렵지만 중요하다.

보이지 않는 손, 학교만 필요할까? 누가 먼저 따뜻한 손을 내밀어야 할까?

[정광필 50+인생학교 학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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