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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장섭의 기업과 경제] 폭우 쏟아지려는데 담요 말리겠다고?

  • 입력 : 2018.11.05 00:07:01   수정 :2018.11.14 18:1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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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가포르에 있는 금융인들과 대화를 나누면서 최근 가장 인상적으로 들었던 얘기는 "지금 한국은 폭우가 쏟아지려는데 좀 눅눅하다고 햇볕에 담요 말리기만 하는 것 같다"는 것이었다. 국제금융환경이 악화되고 있는데 내부만 쳐다보며 `적폐청산`에 몰두하고 있는 상황을 빗댄 말이었다.

실제로 국제여건은 한국 경제를 어렵게 만드는 쪽으로 흘러가고 있다. 미·중 분쟁은 장기전으로 치닫고 있다.
한국은 자칫하면 고래 싸움에 새우 등 터질 판이다. `홀로 호황`을 구가하는 미국은 금리를 계속 올리고 있지만 가계부채와 경기 둔화 문제를 동시에 안고 있는 한국은 금리를 따라 올리지 못한다. 이미 한미 간 금리가 역전됐고 국제자금의 대규모 유출 압력이 상존하고 있다. 필자는 2009년 `금융전쟁`이라는 책을 내면서 국제금융시장이 전쟁터라는 사실을 강조해왔다. 국제금융의 대세는 `윈윈(win-win)`이 아니라 `윈루즈(win-lose)` 금융이다. 함께 잘사는 것이 아니라 남을 잘못되게 만들면 내가 떼돈을 버는 것이 주류이다. 외환시장은 처음부터 `윈루즈`였다. 한 나라 통화가치가 떨어지면 다른 나라 통화가치는 올라간다. 채권과 주식도 선물·옵션 등 파생금융상품이 현물을 압도하면서 `윈루즈` 시장이 돼 있다.

파생상품에는 항상 `반대매매포지션`이 있다. 누군가 `롱(long)`, 즉 올라가는 방향으로 베팅하면 다른 누군가는 `쇼트(short)`, 즉 내려가는 방향으로 베팅해 놓고 있다. 경제가 취약해지는 듯한 조짐이 보이면 쇼트 세력의 힘이 갑자기 강해진다. 롱에 베팅한 세력은 자산가치가 떨어질 뿐만 아니라 환차손까지 입을 가능성이 생기면서 돈을 빨리 빼고 싶어진다. 쇼트 세력은 그 나라에 대해 나쁜 소문을 확산시키면서 하락폭을 키우려고 한다. 지난 10월 한국 증시는 19% 떨어졌고 원화가치는 2.5% 떨어졌다. 한국 주가지수에 쇼트한 세력은 최대 21.5%의 표면수익률을 올렸다. 파생상품은 레버리지를 많이 쓰기 때문에 실제로는 그 몇 배의 수익을 올렸을 것이다.

금융위기는 항상 자본 유출이 벌어지고 `쇼트`가 기승을 부리면서 발생한다. 위기 가능성을 막기 위해 정책당국은 `선전전(宣傳戰)`에서 먼저 이겨야 한다. 경제가 실제로 그렇게 많이 나쁘지 않고, 쇼트 공격을 응징할 힘이 있다는 것을 시장 참가자들에게 설득해야 한다.

그러나 지금 정부는 전투력도 전투태세도 갖추지 않고 있는 것 같다. 경제를 튼튼히 하기보다 기업인들을 죄인 취급하면서 선심성 예산 쓰기에 몰두하고 있다. 노조와 시민단체 공화국이 됐다는 얘기마저 나온다. 그 과정에서 모든 경제지표가 하강세를 거듭하고 있다. 경제사령관인 김동연 경제부총리마저 "그것이 우리 현실이고 실력"이라며 이념과 정치의 벽에 막혀 아무것도 할 수 없다고 국회에서 자인하는 상황이 됐다.

한국은 이에 더해 우군들도 잃어가고 있다. 미국과의 관계에 균열 조짐이 나타난다. 일본을 적폐청산 구도에 넣고 틈만 나면 반일 감정을 부추긴다. 한국은 1997년 외환위기 때에 미국과 일본이 등을 돌리면서 국제통화기금(IMF) 체제로 들어갈 수밖에 없었다. 미국은 한국을 IMF 틀에 넣어 원하는 방향으로 구조조정하려고 했고, 김영삼 대통령으로부터 "버르장머리를 고쳐주겠다"는 말을 들었던 일본은 그 기회에 한국의 버르장머리를 단단히 고쳐주려고 했다.

반면 2008년 세계 금융위기는 우군들이 많았기 때문에 쉽게 헤쳐나갈 수 있었다. 미국, 일본, 중국이 다 통화스왑 계약을 체결해줬다.
우군 동원 가능성에서 한국은 지금 2008년이 아니라 1997년을 판박이처럼 닮아가고 있는 것 같다.

아무리 잘나가는 기업, 잘나가는 나라를 들여다봐도 눅눅한 부분이 있고, 잣대를 강하게 들이대면 비리나 적폐로 둔갑할 여지가 있다. 문제를 완전히 없앤 다음에 할 일을 하기보다 문제를 관리하며 할 일을 해나가야 한다. 그러나 지금 정부는 담요만 쳐다보며 폭풍우 대비를 전혀 하지 않는 것 같다.

[신장섭 싱가포르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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