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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사는 이야기] 진실과 마주하는 순간

  • 입력 : 2018.11.03 00:06:01   수정 :2018.11.03 22:1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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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자기 냉면 정국이 됐다. 리선권이 충성 서약하느라 `오버스윙`했을 수도 있고 북한 당사자도 아닌 우리의 `들은 것 같지 않다`는 해명이 공방 국면을 한동안 지속시킬 수도 있을 것 같다. 진위 여부를 떠나 본의 아니게 또 몸을 사리게 된 기업들, 지금의 경제 상황에 우리에게 어떤 의미인지 들여다보고 싶었다.

확실히 기업이 위축돼 있다.
기업보국의 캐치프레이즈가 낯설게 느껴지는 이유도 나라 전체가 기대던 주력 업종의 퇴조, 성장엔진이 약해지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무엇보다 수출이 전 같지 않다. 겉으로 보기에 외형은 커졌지만 반도체를 빼면 나아졌다고 볼 수 없다. 거기에 미국과 중국 무역분쟁의 고래 싸움이 터지면 우리 부품 기업들 중간재 수출이 가로막힐 공산이 크다. 중국의 배타적인 자체 완결형 수급구조인 홍색 공급망이 근육에 힘을 준 지 꽤 됐다. 소비를 봐도 불황이 없었던 자동차가 흔들리고 있다. 개별소득세를 인하해 줬지만 소비자들이 지갑을 열지 않았다. 이어 성장의 비타민 격인 투자가 멈춰 섰다. 외환위기 때 이후 가장 긴 6개월 내리 설비투자 감소 통계가 나왔다. 우리는 어느 길목에 들어선 걸까. 정부가 늘 괜찮다 하는 펀더멘털은? 이래 봬도 우리는 1700조원 국내총생산(GDP)을 보유한 국가다. 단기차입금을 못 막아 절절매던 외환위기 때와 달리 외환보유액도 두둑한 편이다. 그런데도 왜 사람들은 위기를 말하는 것일까. 성장 여력 때문일 것이다. 그리고 생산성에 대한 경시를 기업들이 마주한 탓이라 본다. 역사적으로 기업은 사회 정치적 변혁을 이끌 수단이 못됐다. 변화에는 희생이 필요한데 기업과 고용주 주주들이 그걸 감수할 리 만무하기 때문이다. 달라진 세상은 기업에 대해 `생산성`보다 `신뢰`를 묻는다. 억만장자와 기업들에 세금을 물려서 그 돈을 개인들에게 의식주를 감당할 만큼 급여로 주자는 아이디어가 우리에게서만 나오는 게 아니다. 유발 하라리가 예로 든 `보편 기본 소득제`인데, 핀란드에서 이미 테스트하고 있다. 국가나 지자체가 실직한 국민 2000명을 대상으로 구직 여부와 관계없이 1인당 월 560유로를 지급하는 실험이 2년째 진행 중이다. 빈곤층에는 실직과 경제적 혼란에 대비한 완충제 역할을 해주고 부유층은 포퓰리즘에 의한 대중의 분노에 방패를 댈 수 있다. 기업의 지상모토, 자유주의가 만발한 시대는 가고 있다. 기업과 나라 모두를 살릴 해법, 우리는 그러면 어떻게 해야 할까.

나는 답이 먼 데에 있지 않다고 본다. 대통령이 붉은 깃발을 걷어내자고 한 적이 있다. 마차산업을 보호해 주려고 자동차 앞에서 흔든 붉은 깃발, 기득권을 보호하기 위해 신산업을 묶어둔 규제의 족쇄를 먼저 풀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일자리 창출의 경제 효과가 입증된 사업들이 지금 줄줄이 규제에 가로막혀 울상이다. 오죽하면 정부 부처가 체육대회를 하는 날이 기업하는 사람들이 가장 행복한 날이라는 우스갯소리가 나올까.

넘어야 할 산이 또 있다. 농업과 제조업, 정보통신기술(ICT) 산업에 이르렀던 진화의 속도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변화하는 산업지형에서 요즘 최강자는 데이터를 많이 가진 자, 디지털 플랫폼이다. 영향력을 배가하려면 빅데이터와 알고리즘을 의식해야 하는 때가 아니던가. 그렇게 구글 페이스북 바이두 텐센트 같은 데이터 거인들이 세계 톱10 기업으로 치고 올라왔다. 기업가치가 1조원 이상인 스타트업, 유니콘기업이 중국에서는 사흘에 하나꼴로 생긴다는데 우리는 제로다. 협곡을 건너간 디지털 거인들은 이제 선도의 자리에서 흔들 다리를 자를 태세다. 우리는 남겨질 것인가 건너갈 것인가. 이쯤에서 정부에 잠깐 숨 돌리고 사색할 시간을 추천하고 싶다.
무조건 일을 많이 하는 것이 능사가 아니다. 영업을 주로 하는 기업들이 고객 접점의 현장을 표현하는 말이 있다. 일명 `moment of truth`. 진실과 마주하는 시간, 쓴소리 고운 소리 막론하고 소비자들의 소리만이 기업을 살릴 것이라는 취지에서 나온 말이다. 아직 하늘은 높고 청량한 가을, 정책을 입안하는 분들도 실제 고객, 기업하는 사람들을 만나 진짜 눈 돌릴 틈 없이 홱홱 바뀌는 세상, 진실의 순간을 듣고 마주하는 가을이 되기를 빈다.

[김은혜 MBN 앵커·특임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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