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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과 식품의 과학] 아이들이 채소를 싫어하는 이유

  • 입력 : 2018.11.03 00:05:01   수정 :2018.11.03 22:1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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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들은 커피에 빠져 산다. 그래서 연간 10조원 이상이 팔릴 정도로 대인기다. 그런데 아이들은 커피를 싫어한다. 쓴맛 때문이다.
어른들은 아이들이 커피를 싫어한다고 뭐라고 하지 않지만 나물이나 된장 같은 발효제품을 싫어하면 왜 이렇게 몸에 좋고 맛있는 것을 먹지 않느냐며 억지로 먹이려 한다. 똑같이 쓴맛 때문인데 그렇다. 미각은 어릴 때 예민하고, 크면서 필요한 만큼만 남기고 줄어들어 10세 무렵이 되면 많이 둔화된다. 그리고 사람마다 민감도가 다르다. 보통 사람은 혀의 1㎠당 미뢰 수가 200개 정도인데, 둔감자는 100개 정도로 숫자가 적고 민감자는 400개로 많다. 미뢰 숫자가 많으면 맛을 정확하게 느끼기보다는 쓴맛에 유난히 예민해지기 쉽다. 쓴맛은 매우 적은 양으로 작용하는데 보통 사람이 느끼기 힘든 쓴맛을 잘 느껴 싫어하는 음식이 많아지기 쉽다. 25% 정도의 사람이 어른이 돼서도 평범한 음식에서 쉽게 쓴맛을 느끼는 민감자라고 한다.

맛에 민감한 시기인 어린이, 그중에서도 미뢰 수가 많은 어린이는 정말 사소한 양의 쓴맛 성분에도 엄청나게 쓰게 느끼기 쉽다. 그런데 채소나 발효제품을 먹으면서 왜 먹지 않느냐고 말하면 쓴맛이 강해 싫다고 꼬집어 말하지 못하고 그냥 맛이 없다고 말한다.

채소는 자신을 보호하는 수단으로 쓴맛 성분을 만들고, 발효제품은 단백질이 아미노산으로 분해되면서 단맛, 감칠맛, 쓴맛 성분이 된다. 양으로는 감칠맛 성분이 많지만 종류로는 쓴맛이 많고, 쓴맛은 감칠맛보다 적은 양으로 작용한다. 그러니 쓴 커피나, 쓴 술도 맛있다고 먹을 수 있는 어른들에게 매력적인 음식이 어린이, 특히 민감한 혀를 가진 아이에게는 고역이 될 수 있다.

사람마다 미각에 개인차가 있어 어떤 사람은 적당하다고 한 것을 너무 달거나 너무 시다고 느낄 수 있다. 하지만 개인차는 10배를 넘기지 않는데 쓴맛은 100~1000배 차이가 나기도 한다. 미국 유타대 유전과학센터에서는 `TAS2R38` 유전자의 차이에 따라 사람들을 쓴맛에 민감한 PAV 타입과 둔감한 AVI 타입으로 나눴다. PAV 타입의 사람은 쓴맛을 100~1000배 정도 더 민감하게 느끼는데, 오이 혐오자들은 PAV 타입일 가능성이 높다고 한다. 이런 사람들은 오이는 물론 참외, 수박, 멜론에도 쓴맛을 느껴 싫어할 수 있다고 한다.

그러나 쓴맛에는 묘한 매력이 있다. 깊이가 있다. 학습에 의해 거부감이 둔화된다.
커피, 차, 술 등 사람들이 즐기는 기호식품의 상당수는 쓴맛을 가지고 있다. 먹다 보면 몸에 나쁘지 않으니 그게 독이 아니라고 뇌가 기억하는 것이다. 차나 커피에 있는 카페인과 술에 있는 알코올은 뇌에서 도파민 분비를 촉진하는 물질이라 금방 거부감이 줄어든다. 봄에 나는 씀바귀의 쓴맛도 봄나물의 상큼한 향과 어우러지기에 몇 번 먹어보면 부정적인 느낌이 극복돼 맛을 즐기게 된다.

[최낙언 식품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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