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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경시평] 경제위기의 기승전결

  • 입력 : 2018.10.29 00:07:01   수정 :2018.10.30 18:0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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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0만명 이상의 관객을 동원할 수 있는 영화를 만들기 위한 가장 중요한 출발점은 영화의 시나리오가 얼마나 좋은가 여부다. 탁월한 시나리오를 만들기 위해 대부분의 작가들은 이야기를 흥미진진하게 전개하는 방법으로 기승전결(起承轉結) 구조를 채택한다.

일반 사람들이 이해하기 어렵고 복잡한 경제위기도 영화 시나리오의 기승전결 과정으로 구조화시켜 보면 매우 쉬워진다. 그리고 경제위기의 단계별로 정부가 어떤 일을 해야 하는지도 명확하게 판단할 수 있다.
특정 국가 혹은 글로벌 시장에서 경제위기가 시작되는 첫 번째 단계는 기승전결의 기(起)에 해당한다. 이 단계에서는 시장에서 경제위기가 발생할 것이라는 사람들과 그렇지 않을 것이라는 사람들 사이에 갑론을박이 벌어지는 시기다. 특히 소수의 전문가들이 경제위기가 발생할 수 있는 이유와 가능성을 지적하지만, 일반 소비자는 쉽게 이해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이 단계는 정부에서 경제위기의 가능성에 따른 다양한 대비책을 준비해야 하는 시기지만, 권력을 잡고 있는 대부분의 정부는 위기의 가능성을 부정하기 위한 노력을 한다. 하지만 시장에서 발생하는 현상을 예의 주시하면 경제위기가 발생할 수 있는 중요한 계기들이 시작되는 단계임을 알 수 있다.

경제위기의 두 번째 단계는 기승전결의 승(承)에 해당한다. 이 단계에서는 시장에서 경제위기에 해당하는 현상들이 서서히 나타나기 때문에 일반 사람들 대다수가 경제위기가 올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을 갖기 시작한다. 일부 기업들이 매우 힘들어지고, 실직하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시장이 침체하기 시작한다. 이때가 되면 전문가들은 자신들이 1~2년 전에 지적했던 현상들이 예상대로 일어나고 있다는 진단을 하기 시작한다. 경제정책을 주관하는 정부에서도 이 단계가 되면 더 이상 경제위기 가능성을 부정하기 어려운 상태로 발전한다.

경제위기의 세 번째 단계는 기승전결의 전(轉)에 해당한다. 세 번째 단계에서는 더 이상의 토론과 논란이 필요 없을 정도로 경제의 거의 전반에 걸쳐서 다양한 위기 현상이 나타난다. 기업들은 무너지기 시작하고, 실직자 숫자가 의미 있게 증가해 실직이 중요한 사회적 관심사가 되고, 주식시장을 비롯한 자산들의 가치가 무너지고, 정부는 뒤늦은 대책들을 발표하지만 백약이 효력이 없는 상태가 된다. 전문가들은 위기에 빠진 경제를 구하기 위한 다양한 대책을 제시하면서 이런 현실을 제대로 대비하지 못한 정부를 비판하기 시작한다. 하지만 실상 정부나 시장이 채택할 수 있는 명확한 대안이 없어진 상태에 도달하게 된다.

경제위기의 마지막 단계는 기승전결의 결(結)에 해당한다. 이 단계에서는 변화된 시장 환경에서도 생존할 수 있는 일부 기업들을 제외한 대다수의 기업들이 없어진다. 근로자들 역시 현재 직장을 유지할 수 있을 정도로 충분한 경쟁력을 갖춘 사람들 외에는 대부분 실직하게 되고, 자산 가치도 더 이상 하락하기 어려운 상태까지 추락하게 된다. 전문가들은 바닥까지 추락한 경제를 복구하기 위한 응급 대책들을 주문하기 시작한다. 이 단계에 이르면 정부는 사실상 경제위기에 대한 대응책이 아니라 무너진 경제를 다시 재건하기 위한 정책들을 찾아야 하는 상태가 된다.

현재 한국 경제는 경제위기의 기승전결 중에서 이미 승의 단계를 지나서, 전의 단계로 진입하고 있다. 일부 기업들은 IMF 위기 때보다도 훨씬 어렵다고 하소연한다.
소비자들은 이미 오래전에 지갑을 닫았고, 주식시장에서는 우량주들마저 가격이 30% 이상 하락했다. 10%대에 육박하는 청년 실업률을 넘어서 한창 일을 해야 하는 30대와 40대의 실업률조차 전년 대비 큰 폭으로 상승하고 있다. 특히 40대 고용률 하락은 2009년 금융위기 이후 최대폭이다. 작금의 한국 경제 상황에도 불구하고 가장 심각한 문제는 신뢰할 수 있는 경제정책을 제시하는 정부가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박남규 서울대 경영대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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