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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칼럼

[매경데스크] 외국인 투자자가 한국을 등지는 진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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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말 집권한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가장 먼저 한 일은 중앙은행 총재 교체였다. 이전 민주당 정권에서 선임된 시라카와 마사아키를 성장론자인 구로다 하루히코로 바꿔버렸다. 그것도 전임자의 임기가 채 끝나지도 않은 상황에서 밀어내다시피 했다. 중앙은행 독립성을 훼손한다는 비판은 "경제부터 살려야 한다"는 아베 총리의 주장에 묻혀버렸다.
구로다 총재는 대규모 양적완화를 통해 엔고를 엔저로 바꿔놓았다. 수출 의존도가 높은 일본 대형 제조업체들은 신이 났다. 글로벌 시장점유율이 빠르게 올라갔고, 해외에 나가 있던 공장이 국내로 유턴하는 사례도 빈번했다.

아베 총리는 매년 새해 첫 골프를 한국의 전경련 격인 게이단렌 회장과 함께하고 있다. 매일 공개되는 그의 일정에는 기업인과의 회동이 수시로 포함된다. 그들을 만나 애로를 듣고 정부 차원에서 요구할 건 당당히 요구했다.

일본 경제와 기업을 짓눌렀던 엔고를 해결해서 실적을 좋게 만들어줬으니 국가를 위해 고용과 투자를 늘려달라고 주문했다. 기업들도 적극적으로 화답했음은 물론이다. 지금 일본 청년들은 사실상 `100% 취업률`을 즐기고 있다. `기업부터 돈을 벌어야 한다`는 총리의 국가 운영 방침이 효과를 본 것이다.

아베 총리의 친기업 행보는 지금도 여전하다. 25일부터 2박3일 일정으로 기업인 500여 명을 이끌고 중국을 방문했다. 철저히 경제협력이 목적이다. 태국 스마트시티 건설 협력, 제3국 인프라스트럭처 개발 공동 참여, 양국 간 통화스왑 재개 등을 논의한다. 50여 건의 양해각서 체결이 예정돼 있다.

중국과 일본은 한일 관계 이상으로 불편한 사이다. 센카쿠열도를 둘러싼 영토 분쟁이 생겼을 때는 평범한 일본인이 중국 도심에서 테러를 당하기도 했다. 일본 기업의 중국 현지 공장이나 법인은 방화 또는 파괴 피해를 입었다. 하지만 미국의 보호주의에 직면한 아베 총리는 국가적 자존심보다는 기업들이 먹고살 거리를 마련해주는 게 급선무라고 판단했다.

한국은 어떤가. 문재인정부 출범 이후 기업들이 잔뜩 움츠러들었다. 선진국들이 경쟁적으로 법인세를 내리는 와중에 우리는 되레 올렸다. 최저임금 인상, 주52시간 근무제 도입 등으로 비용 증가가 불가피하다. 사회적으로는 기업 오너와 경영자가 단죄의 대상이 된 듯한 분위기까지 형성됐다.

정부가 나서서 기업과 기업인들의 기를 살려주면 좋으련만 그렇지도 못하다. 대통령이 대기업 총수들과 정식으로 만난 것은 지난해 7월 호프미팅 한 차례뿐이다. 평양 방문 때 4대 그룹 총수가 동행했지만 기업 목소리를 듣는 자리는 아니었다. 일부 대기업의 국내외 사업장을 방문하는 형식으로 개별 기업과 회동이 몇 차례 있는 정도다.

되레 정부는 최근에도 기업 옥죄기를 더욱 강화하고 있다. 지난 18일 열린 국정현안점검조정회의에서는 경제민주화 관련 입법 과제들이 올해 정기국회에서 처리되도록 총력을 기울이자는 다짐이 있었다. 주요 내용으로 공정한 시장질서 확립, 재벌 개혁, 대·중소기업 및 노사 간 상생협력 강화, 소비자 보호 강화, 과세형평 제고 등이 나열됐다. 기업 오너들의 지배권을 약화시키고, 한편으로는 기업이 버는 돈을 최대한 주변과 나누도록 하기 위한 조치들이다.

9월 미국 금리 인상 이후 글로벌 증시가 동반 하락하고 있다. 10월 하락률로 보면 한국 증시는 주요국 지수 중 최악의 수준이다. 외국인이 10월에만 4조원 이상 돈을 빼나갔다.
미국 금리 인상과 글로벌 무역분쟁으로 신흥국이 타격을 받을 것으로 예상됐지만 가장 큰 타격을 한국이 받고 있다. 주식 투자를 위해 기업을 선택하려면 우선 그 회사의 오너나 CEO를 분석한다. 회사를 성장시킬 의지가 있는지 돈 벌 능력은 있는지 등은 기본이다. 한국 증시 투자 여부를 저울질하는 외국인은 우리 정부를 어떻게 판단할까. 요즘 외국인들의 거센 매도 공세를 외부 요인으로만 치부하는 건 너무 순진한 시각이 아닌지 걱정이다.

[임상균 증권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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