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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읽기] 사안의 경중

  • 입력 : 2018.10.25 00:06:01   수정 :2018.10.25 09:22: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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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일상에서 `무게`라는 말을 자주 사용한다. 그런데 `무게`는 사물의 경중을 판단하는 데 충분하지 않다. 몸무게를 물어보면 대부분 `~㎏`이라고 답한다. ㎏은 무게가 아니라 질량의 단위다.
과학은 무게와 질량을 다르게 정의한다. 질량은 물체가 속도 변화에 저항하는 관성의 크기이며 뉴턴역학에서는 물체에 힘이 작용해 가속도가 생길 때 힘을 가속도로 나눈 양과 같고 특수상대성이론에서는 에너지를 광속의 제곱으로 나눈 양과 같다. 질량은 물체의 고유한 양을 나타낸다.

물체의 질량이 주어져야 무게가 정의될 수 있다. 무게는 질량에 중력가속도를 곱한 값과 같다. 물체에 작용하는 중력의 크기에 따라 물체의 무거운 정도가 달라진다. 중력이 클수록 물체가 무겁다. 예컨대 지구보다 달에서 무게가 더 가볍다. 물체의 질량이 같아도 무게는 환경에 따라 얼마든지 달라진다. 질량이 물체의 본질에 관한 양이라면 무게는 환경을 반영한 양이다.

좀 더 살펴보자. 물체의 질량(m)에 가속도(a)를 곱하면 힘(F)이 된다. 이것이 바로 뉴턴의 법칙 `F=ma`이다. 가속도를 중력가속도(g)로 바꾸면 힘은 물체의 무게(mg)와 같다. 질량은 `㎏`을 단위로 쓰고 무게는 힘과 같은 `N(뉴턴)`을 단위로 쓴다. 질량과 무게의 개념이 엄연히 다르다.

질량과 무게는 일상에서 자주 혼용된다. 중력가속도를 대략 10이라고 하면 질량이 60㎏인 사람의 몸무게는 질량에 10을 곱해 약 600N이라고 해야 맞는다. 그런데 지표면에서는 어디나 중력가속도가 거의 같아 물체의 질량이 크면 무게도 무겁다. 그래서 사물의 경중을 비교할 때 질량 대신 무게를 사용해도 큰 무리가 없다. 질량을 무게로 표기하는 오랜 습관은 일상뿐만 아니라 과학에도 일부 남아 있다. 분자의 양을 뜻하는 `분자량`은 영어로 `molecular weight`라고 한다. 사실 분자량은 중력과 무관한 분자의 질량이다.

사안의 경중을 일컫는 말에도 무게의 개념이 쓰인다. 중요한 사안은 가벼이 다루면 안된다. 특히 `가중치`는 무게에서 나온 말이다. 사안의 본질이 물체의 질량과 같다면 가중치는 중력가속도와 같다. 사안의 본질에 가중치가 곱해져야 사안의 중요도가 결정된다. 본질이 중요하거나 가중치가 높은 사안은 힘을 발휘한다.

사안의 경중을 따지려면 본질과 가중치를 동시에 살펴야 한다. 관심이 집중된 가중치가 높은 문제만 다루면 자칫 본질의 문제를 놓치기 쉽고 문제의 본질만 다루면 가중치가 높은 시급한 문제를 따라가지 못한다. 가중치는 과학에서 중력의 영향과 같다. 마치 중력이 큰 곳에서 물체의 무게가 무거운 것과 같이 많은 사람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문제는 가중치가 높다. 대중의 관심은 사안의 가중치를 결정한다.

정부는 국민청원 제도를 통해 사안의 중요도를 파악하고 있다. 그동안 국민의 목소리를 귀담아들은 적이 없어 이번 정부의 국민청원 제도는 매번 관심의 대상이며 그 파급력이 대단하다. 하지만 자칫 본질적으로 중요한 문제를 놓칠 수도 있다. 사회연결망에서 급속히 회자되는 이슈가 언론의 집중 조명을 받으며 국민청원으로 이어지는 일련의 과정을 지켜보며 과연 우리는 중요한 사안을 제대로 풀어가고 있는지 묻고 싶다.

청원 추천 수는 관심의 크기를 반영할 뿐 사안의 본질과는 무관하다. 많은 관심이 여론의 중력을 형성하며 사안에 가중치를 부여하지만 사안의 본질을 꿰뚫는 통찰도 필요하다. 대중의 관심과 지성이 사안의 본질을 올바로 향할 때 옳은 힘이 발휘될 수 있다. 더 깊이 본질을 파고들어야 보편타당한 원인을 밝히고 적절한 해결책을 찾을 수 있다. 관심은 상황에 따라 바뀐다.
무게가 아닌 질량으로서 사안의 본질이 더 중요하다. 본질적으로 중요한 문제는 관심이 부족해도 문제를 제대로 풀어야 한다. 다시 묻고 싶다. 우리는 중요한 사안을 제대로 풀어가고 있는가. 질문을 멈추면 안된다.

[원병묵 성균관대 신소재공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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