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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칼럼

[매경포럼] 제 발등 찍기 '김치 프리미엄'

  • 이진우 
  • 입력 : 2018.01.29 17:13:19   수정 :2018.01.29 17:2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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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와 따로 놀다간 큰 탈이 난다.` 한국 경제가 본격적인 성장궤도에 오른 1960년대 이후 한국인들이 좌충우돌, 우여곡절의 과정을 겪으면서 체득한 경험칙이다. `글로벌 스탠더드`에서 벗어나면 결국 손해를 본다는 사실이다. 이런 체험을 바탕으로 한국은 나라의 방향이 헷갈릴 때마다 해외 선진국들을 참고했다.
그렇게 시행착오를 줄여나갔다. 이런 맥락에서 `김치 프리미엄(Kimchi Premium)`은 불길하다. 알다시피 김치 프리미엄은 한국의 가상화폐 가격이 외국보다 비싼 현상을 가리킨다. 재정거래(한 물건이 두 시장에서 다른 값으로 거래될 때 가격이 싼 시장에서 매입해 비싼 시장에서 매도함으로써 차익을 얻는 거래)가 제한적인 가상화폐 특성을 반영하는 것이지만, 근본적으로 가상화폐 수요가 한국에 비정상적으로 쏠려 있기 때문에 벌어진 현상이다. 다른 나라에선 안 내도 될 비용을 한국만 물고 있다는 뜻이다. 한때 50%에 육박했던 김치 프리미엄은 최근 10% 수준까지 쪼그라들었다. 다행스러운 일이지만 완전히 안정화한 것은 아니다. 롤러코스터처럼 연일 들쭉날쭉한다.

흔히 간과되고 있지만 유별난 가상화폐 열풍은 개인의 투자 손실을 넘어 엄청난 국가적 손실을 초래할 수 있다. 한국이 글로벌 자금세탁의 온상으로 치부될 수 있기 때문이다. 소규모 개방국가 한국으로선 절대 피해야 할 리스크다.

예를 들면 이런 거다. 지난 27일 일본 가상화폐 거래 사이트인 `코인체크`가 해킹을 당해 고객이 맡겨둔 580억엔(약 5600억원)어치의 가상화폐가 사라졌다. 지금 당장은 고객 보호가 `발등의 불`처럼 보인다. 그러나 이런 사고가 반복될수록 주안점이 달라질 것이다. 어마어마한 규모의 가상화폐를 훔친 세력은 누구이며, 무엇을 위해, 어떤 경로로 처분되는가에 관심이 쏠릴 수밖에 없다. 작게는 국가안보, 크게는 세계안보와 직결된 문제다. 불량국가·테러단체 등이 익명성이 보장된 가상화폐를 활용할 개연성은 충분하다. 가상화폐를 활용한 자금세탁 경로에 한국이 엮이면 이만저만한 골칫거리가 아니다. 그 대가를 한국 국민 전체가 치러야 할 수도 있다.

사실 김치 프리미엄이 새삼스러운 것은 아니다. 증권시장에선 `코리아 디스카운트(Korea discount)`가 반세기 넘게 존재해왔다. 달라진 점은 주로 북한에 초점이 맞춰졌던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주원인이 다변화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요즘은 제 발등을 찍는 것 같은 한국의 정책 리스크가 자주 거론된다(북한 핵문제가 전 지구적 골칫거리로 번진 영향도 있을 것이다). 세계적인 법인세 인하 경쟁을 외면하고 법인세율을 끌어올린다거나, 노동유연성을 강화하기는커녕 친노조정책에 몰두한다거나, 뒷감당이 걱정되는 탈(脫)원전을 밀어붙인다거나, 잇단 대형 사고에도 안전불감증은 여전한 점 등이 코리아 디스카운트 요인으로 회자된다. 안 맞아도 될 매를 일부러 얻어맞는다는 점에서 김치 프리미엄과 오십보백보다.

김치 프리미엄이든, 코리아 디스카운트든 한국 국민이 한국 스스로를 객체화해 바라볼 수 있는 `눈`을 잃었기 때문에 생기는 일이다. 국제적인 관점에선 아주 비정상적인 일이 한국에서 벌어지는데 브레이크가 걸리지 않는다. `이상하다` `뭔가 잘못되고 있다`는 경보가 제때 울리지 않는 탓이다.

범위를 좁혀 한국 증시에서도 요즘 찜찜한 일들이 이어진다. 삼성전자 주가의 과열 가능성을 지적한 지난해 모건스탠리 보고서와, 셀트리온에 대한 부정적 시각을 담은 노무라·도이체방크 보고서는 명백한 경종(警鐘)이다. 외국계 증권사가 아니라 국내 토종 증권사들이 이런 보고서를 먼저 냈어야 했다.
보고서 내용의 옳고 그름을 떠나 그게 건강한 모습이다.

혹시 지금 우리는 스스로를 냉철하게 되돌아볼 수 있는 능력을 상실한 것은 아닐까. 한국의 궤도 수정 능력을 걱정하는 사람이 점점 많아지고 있다. 고집불통의 사소한 실패가 쌓여 대란이 일어난다. 아직 기회가 남아 있을 때 글로벌 스탠더드에 주파수를 맞춰야 할 것이다.

[이진우 증권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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