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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칼럼

[서양원 칼럼] 대전환(Great Transformation)

  • 서양원 
  • 입력 : 2018.10.24 00:07:01   수정 :2018.10.24 15:2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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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사람들 머리는 세계에서 두 번째로 좋다. 골프게임에서도 시대 상황을 반영한 룰을 만들어 즐긴다. OECD룰(일정 수준 이상 돈을 딸 경우 기준을 정해 벌금을 내도록 한 규칙)은 지금도 인기 있다. 이런 골프장에 최근 씁쓸한 룰이 등장했다.
이른바 `J노믹스골프`. 문재인 대통령의 경제정책을 빗대서 만든 룰이다. 참가자들이 일정액씩, 예를 들면 인당 10만원씩 내 40만원의 게임머니를 만들고 이를 빼먹는다. 통상 5년 이상 골프를 친 멤버는 다 같은 조건이다. 보기를 하면 1만원, 파를 하면 2만원, 버디를 하면 3만원을 받아간다. 잘 치는 멤버들이 많으면 금세 재정이 파탄 난다. 그때 멤버들은 각자 주머니를 연다. 적게 먹은 멤버의 수익을 기준으로 그 이상을 먹은 사람은 초과분을 다시 게임머니로 낸다. 이런 식으로 18홀이 끝났을 때 각자 주머니로 돌아간 돈은 같다. 잘 치고, 못 치고는 상관없다. 재계는 문재인정부의 정책을 대체로 이런 J노믹스골프처럼 생각하는 듯하다.

문재인정부 키맨 중 한 분에게 이런 골프장 분위기를 전했다. 이 키맨은 "우리 정책이 이 정도는 아니다. 정책 홍보를 더 열심히 하겠다"고 말한다. 홍보만 잘해서 될까.

산업 현장에서 나타나는 모습은 엄중하다. 설비투자는 6개월째 마이너스 행진이다. 20년 만에 최장 감소세다. 자영업자는 길거리로 쏟아져 나온다. 부동산 정책 실패 속에 늘어난 가계부채는 내수의 발목을 잡고 있다. 지난 12일 세계지식포럼에 온 재닛 옐런 전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 의장은 "한국의 대중국 무역이 타격을 받으면 급작스러운 위기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경고했다.

가장 큰 문제는 일하려는 의욕이 꺾인 것이다. 한 중견그룹 회장은 "한국에 그대로 남아 있을 경우 고사되고 말 것이라는 주변 기업인들이 늘고 있다"며 "경제가 골병들고 있다는 느낌"이라고 지적한다. 경제심리는 이미 IMF 외환위기 수준으로 추락했다. 한강의 기적을 일궈냈던 기업가정신은 약해졌고, 경제 역동성도 추락하고 있다. 외국인들의 자금 이탈 추세는 영 찜찜하다.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과 근로시간 단축이 소득주도성장을 세게 할퀴고 있는 것이다.

이런 상황인데도 정책 당국자는 소득주도성장의 한계를 인정하지 않고 기다리라고 한다. 언제까지 기다려야 하는가.

인식의 대전환(Great Transformation)이 필요한 시점이다.

우리 경제 규모는 이미 세계 10대의 항공모함 수준이다. 하지만 정책은 돛단배 수준의 획일적인 것들이다. 이런 정책으론 격랑을 헤쳐 나갈 수 없다. 부자들 돈을 뺏어 가난한 사람에게 나눠주는 제로섬(zero sum) 게임 식의 경제 운영을 포지티브 게임으로 바꿔야 한다. 이미 문 대통령은 "좋은 일자리는 기업이 만든다"고 깜빡이를 켰다. 참모들은 이 신호대로 제대로 움직여야 한다.

신호 반대로 가는 참모들이 있다면 바꿔야 한다. 이미 물밑에서 인선 작업이 진행 중이라는 얘기가 들린다. 산업 현장의 어려움을 있는 그대로 보고, 시장을 이해하는 프로가 일하도록 해야 한다.

아울러 기업인들이 마음대로 투자하고 일자리 창출에만 매진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온갖 군데서 조여오는 압수수색이나 규제로부터 `경제적 자유`를 보장해줘야 한다는 얘기다. 특히 최고의 특권 세력으로 부상한 귀족노조도 나만 살자는 몽니를 버리고 노사정 사회적 대타협에 나서야 한다.

문재인정부의 실력을 골프로 평가하면 88(핸디 16)에서 시작했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계속 힘주고 뒤땅 치고, 오비(Out of Bound)를 내면 108개를 금세 칠 수 있다. 108개를 치는 상황이면 정권 재창출이 안 된다. 김영삼정부 5년 차에 IMF 환란이 일어나면서 김대중정부로 정권이 교체됐다.
박근혜정부는 국정농단의 오비를 내면서 탄핵됐다. 문재인정부도 임기 말쯤 돼서 후회하지 말고, 지금 정신 바짝 차리고 대전환의 결단을 해야 한다.

머리 좋고 열정 있는 우리 국민과 기업은 충분한 복원력을 갖고 있다. 문재인정부가 대전환의 리더십으로 골병들어가는 우리 경제에 다시 역동성을 불어넣기를 기대한다.

[서양원 편집담당 이사 겸 세계지식포럼 총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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