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k

  • 구독신청
검색전체보기
 

오피니언오피니언

[음식 한류 이야기] 민속을 찾아 떠나는 여행

  • 입력 : 2018.10.13 00:05:01
  • 프린트
  • 이메일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스토리
  • 공유
637539 기사의 0번째 이미지
여행의 기원은 자연이 인류에게 부여한 식량을 찾아 이동하는 유랑으로부터 시작됐다. 충분히 비축된 식량 자원이 있는 시대가 열리며 더 이상 생존을 위해 떠날 필요가 없어졌음에도 우리에게 남아 있는 이동의 본능은 새로운 여행의 개념으로 즐거움과 휴식이라는 목적을 부여하며 미지의 곳으로 떠날 것을 부추긴다.

사계절마다 한 번씩 떠나는 나의 국내 여행은 각 산지에서 제철에 나는 특산품을 좋은 값에 사고 새로운 식자재를 찾기 위한 목적을 갖고 있으니 여행의 원시적 목적에 부합된다고 볼 수 있을까. 도심을 떠나 푸른 자연을 보고 각 분야 식품 명인을 만나 각 지방의 소식을 들으며 책에서는 배울 수 없는 그들만의 전통 음식 제조법을 배워오기도 하는 이 여행은 내게는 열린 학교와도 같다. 이번 가을 기행은 지리산 자락을 따라 무주, 구례, 화개, 하동, 진주까지 둘러봤다.
올여름을 쓸고 간 폭염과 태풍에도 짙은 단맛의 머루와 풍성한 향의 송이버섯을 보니 안심이 되고 겨울철 시원한 육수를 낼 푸짐한 크기의 겨울수박, 동과를 확보하니 마음까지 든든해진다. 코스모스 길 걷기, 허수아비 만들기 등 각 고장의 가을 축제가 한창이라 많은 관광객이 몰려 있었고 몇 년간 더욱 깨끗해지고 확장된 화개장터에도 많은 인파가 있었으나 외국인 관광객을 찾아보기는 힘들었다. 장터에서 보기 드문 대장간의 주인장이 저렴한 칼 가격에도 불구하고 지나치는 손님들 속에 낮잠을 자고 있는 것을 보니 얼마 전 오사카만에 위치한 사카이시를 찾았던 기억이 났다. 중세시대 이래 일본의 가장 중요한 항구였던 사카이시는 칼·융단·총기·양조 등의 전통공업이 발달됐던 곳으로 다도의 발상지 중 하나이다.

박물관에는 그들의 산업물인 칼, 가위, 전통 상품과 여러 가열 방식을 통해 건조한 해조류 등의 식자재 상품이 놓여 있었고 전통을 소개하는 도우미들은 친절한 설명을 곁들여 판매까지 담당한다. 다른 곳에서는 볼 수 없는 그 지역만의 전통 공예품을 사기 위해 많은 외국 관광객이 줄지어 구매하는 것을 볼 수 있었는데 어떻게 공예품이 만들어지는가를 물어보니 그 지역 주민들이 손을 보태 만들고 판매 후 수공비가 지급된다고 했다.

637539 기사의 1번째 이미지
매년 두 자릿수로 증가하는 관광객을 가진 일본을 찾는 외국인들에게 손꼽히는 매력은 일본만이 갖고 있는 전통 체험이 으뜸이 된다. 이 중 지역 주민 손으로 만들어 내는 공예품이 그 매력을 가중시키는 역할을 하는 데 반해 우리 장터에서는 각 지방에서만 볼 수 있는 차별화되는 민속 공예품을 찾아보기 힘들다.

올해로 창립 40주년을 맞는 온양민속박물관의 김은경 관장은 10월 16일 개관하는 특별 전시로 `일상의 유산, 유산의 일상`이라는 주제를 잡았다. "민속이라면 고리타분한 옛것으로만 알고 있나요? 사실 민속은 한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가장 보편적으로 쓰였던 생활 양식으로 그 시대를 주도했던 트렌드입니다. 이 생활 양식이 이어져 다음 세대로 자연스럽게 전해져야 하는데 우리는 빠른 발전 속에 타 문화권의 양식을 받아들이는 급격한 변화를 맞으며 한 시대의 민속 흐름이 끊긴 것으로 볼 수 있지요. 현재의 문화가 미래의 민속이 된다는 점에서 우리만이 갖고 있었던 생활 양식인 민속을 자긍심 있게 보여주고 싶어요."

우리의 전통 생활용품이 빠르게 사라지던 1970년대, 부친인 구정(龜亭) 김원대는 사비를 털어 우리 생활 전반에 걸친 민속 유물들을 체계적으로 모으기 시작했고 1978년, 국립기관에서도 갖기 힘든 2만점의 유물로 박물관을 설립했다. 선조로부터 받은 생활의 유산인 민속을 박물관에서 박제화만 하지 말고 우리의 실생활 속에 쓰이는 것으로 만들려는 김 관장의 포부와 같이 `미지의 끝 속에서 새로운 것을 발견할 수만 있다면….`이라는 보들레르의 시구처럼 단절된 우리 민속을 찾아 여행을 떠나보는 것은 어떨까.

[한윤주 콩두 푸드&컬쳐 대표]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피니언 목록

포토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