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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마진단] 학생부종합전형을 위한 변명

  • 입력 : 2018.01.03 17:04:26   수정 :2018.01.03 18:0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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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대학입시 제도에서 사람들에게 가장 많은 비난을 받는 것은 수시입학전형, 그중에서도 소위 학생부종합전형인 것처럼 보인다. 수능 점수에 따라 학생을 선발하는 정시에 비해, 학생부종합전형은 수능최소학력 기준을 제외하면 학생생활기록부를 중심으로 학생을 선발하는 방식이다.

학생부종합전형이 비난을 받는 것은 대략 다음의 이유 때문인 것 같다. 첫째, 주관적인 평가요소가 많아 공정하지 못하고 결과를 납득하기 어렵다.
둘째, 학생부에 소위 스펙을 쌓기 위해서 비용이 많이 든다. 셋째, 그런 이유로 입시의 결과가 부모의 사회·경제적 배경에 따라 영향을 많이 받는다. 넷째, 극단적으로 정유라의 이화여대 부정 입학 사례에서 보듯이 부정이 끼어들 여지가 있다. 이런 비난들은 사람들의 경험을 통해 나온 것으로 분명히 타당성이 있다. 그렇다고 학생부종합전형을 폐지하고 시험 위주의 입시제도로 돌아가기에는 따져봐야 할 점이 많다.

우선 평가의 주관성과 이에 따른 불공정을 생각해보자. 평가 과정이 공정하다는 것은 뽑혀야 될 사람이 뽑히는 것을 의미한다. 그런데 주관적 평가는 동일한 기록을 평가자에 따라 다르게 평가할 가능성이 있으므로 불공정해 보인다. 하지만 시험을 통한다고 하더라도 불공정은 발생할 수 있다. 만약 항상 성적이 우수했던 학생이 시험 당일 아파서 다른 학생들보다 시험 성적이 좋지 않았다면 이 시험 결과는 공정한가? 어쩌면 모든 선발 과정에 운이 작용하는 것은 불가피한 현실일 것이다. 시험은 단지 객관적으로 점수를 확인할 수 있다는 이유만으로 사람들이 쉽게 그 결과를 받아들인다.

공정함을 논할 때 곤란한 점은 누가 뽑혀야 할 사람인지에 대해 정확하게 알 수 없다는 것이다. 어떤 특질이 좋은 학생을 만드는가라는 질문에 대한 다른 의견이 서로 다른 주관적 평가로 이어졌을 수도 있다. 이를 시험 점수로 대체하게 되면 그 이견들은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다만 드러나지 않을 뿐이다.

단 한 번의 시험이 아닌 다양한 활동을 위해서는 더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고 이를 준비하는 학생의 피로감은 크다. 고등학교 때 다양한 활동을 하기 위해 중학교 때 미리 선행학습을 하는지 모른다는 염려도 깊이 숙고해야 할 의견이다. 하지만 이런 피로감은 순전한 낭비일까? 비교과활동의 하나인 봉사활동을 예로 보면 학생들은 노인요양원에 가서 어르신들을 돌보고, 저소득층 아이들을 가르치는 활동 등을 한다. 서류에만 나타나는 기록일 뿐이라고, 학생들이 원해서 자발적으로 하는 활동이 아니라고 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이런 요소가 중요해질수록 서류를 조작하는 것은 어려워진다. 무작위의 기숙사 배정을 통해 유색인종과 같이 생활한 학생들이 인종에 대해 더 관대한 태도를 보인다는 실험에도 보이듯이, 학생들은 의도하지 않은 경험을 통해서도 배운다. 똑같은 시간으로 수능 문제를 한 번 더 보는 것이 좋을지, 이런 활동을 하는 게 더 나을지 생각해볼 일이다.

이런 비교과활동의 소위 스펙들이 부모의 사회·경제적 배경에 영향을 많이 받을까? 소위 입시컨설팅 학원의 존재는 그럴 것 같다는 걱정을 낳는다. 하지만 이런 전형이 확대되면서 이를 준비하는 고등학교가 늘어나고, 대학의 입학사정관들은 이런 학교들에 주목한다. 다른 입학 전형에서 학생의 사회·경제적 배경이 미치는 영향력의 차이는 실증적으로 검토해봐야 할 문제다. 종합적인 결론을 내는 연구를 보지는 못했지만, 몇몇 통계들은 수능을 통한 정시에서 오히려 특수목적고 졸업생의 비중이 높고 저소득층의 비중은 낮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이는 로스쿨제도에 대한 일반의 비판과는 달리 사법시험 합격자들의 사회·경제적 배경이 로스쿨 졸업자들의 사회·경제적 배경보다 더 높더라는 통계와 일맥상통한다.


우리나라는 사회시스템에 대한 신뢰도가 높은 편이 아니다. 따라서 복잡해 보이고 주관적 요소가 개입할 여지가 있으며 결과를 숫자로 비교하기도 어려운 학생종합부전형에 대해 불신이 있는 것도 놀라운 일은 아니다. 하지만 신뢰가 하루아침에 생겨나는 것은 아니며 그렇다고 신뢰가 필요한 제도를 모두 배척할 수는 없다. 현재의 제도가 완벽한 것은 아니지만, 이를 개선하면서 신뢰를 점차 높여가는 과정이 필요한 이유다.

[이삼호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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