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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칼럼

[매경데스크] 韓日, 98년 파트너십 정신 회복할 때

  • 김대영
  • 입력 : 2018.01.28 17:17:58   수정 :2018.01.28 18:2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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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한국에 우호적이던 상당수 일본인들이 최근 들어 부정적으로 돌아섰다."

서울을 방문한 일본인 사업가와 직장인들이 이구동성으로 일본의 달라진 분위기를 전해줬다. 과거 일본의 잘못을 지적해온 일본 진보 언론들도 불과 2년 전에 한일 정부 간 맺은 위안부 합의를 뒤집은 한국의 발표에 대해 비판적 기사를 쏟아내고 있다.

2018년은 일본이 메이지유신을 단행한 지 150년이 되는 해다.
일본 근대사에 대한 재조명 작업이 이뤄지고 있다. 일본 정가에 보수우파적 색채가 짙어져 한일 관계가 악화되기 쉬운 해다. 따라서 양국은 20년 전의 정신을 되살릴 필요가 있다. 1998년 당시 김대중 대통령은 일본을 방문해 오부치 게이조 총리와 21세기의 새로운 한일 파트너십을 선언했다. 오부치 총리는 일본이 식민지 지배로 한국에 많은 손해와 고통을 안겨준 것에 대해 사과했다. 그러자 김 대통령이 이를 수용하면서 양국이 불행했던 역사를 극복하고 미래지향적 관계로 나가자고 화답했다. 한국 대통령이 일본의 사과를 받아들였다는 점에서 이 선언문은 한국과 일본 모두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다. 두 정상은 구체적인 행동지침도 만들었다. △매년 1회 정상회담 실시 △일본수출입은행이 30억달러 상당의 한국에 대한 융자 등 경제적 지원 △2002년 월드컵을 계기로 국민 교류 사업을 확대하기로 했다. 김 대통령은 그 후에도 일본에 대한 깊은 이해와 외교적 통찰력을 바탕으로 한일 관계를 잘 관리했다. 그러나 2011년 당시 이명박 대통령과 노다 요시히코 총리의 교토 정상회담 때부터 한일 관계는 급속히 악화됐다. 물론 그사이에 한일 양국의 사회와 국민 의식도 많이 변했다. 한국에서는 정치적 입장에 따라 `보수정권=친일`이라는 패러다임이 확산됐다. 일본 사회도 한반도 침략 등 과거 역사를 잘 모르고 한국에 대한 부채의식이 없는 젊은 세대가 크게 늘어났다. 그런데도 두 나라 정치인들이 상대를 바라보는 관점은 달라지지 않았다. 상대를 잘 모르니까 국민의 의식 변화도 감지하지 못했다. 그러나 일본은 중국과 달리 한국과 민주주의·시장자본주의를 공유하며 언론의 자유가 있는 나라다. 작년 말 청와대 수행기자단을 집단폭행하고도 사과 한마디 없는 중국과 달리 일본은 상식이 통하고 인권이 존중받는다.

일부지만 한국인 중에는 일본에 대해 막말을 해도 괜찮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개인은 물론 국가 간에도 `대접받고 싶은 대로 남을 대접해야 한다`는 황금룰이 적용된다. 무엇보다 상호 신뢰가 중요하다. 신뢰는 예측 가능하고 일관성 있는 모습을 보일 때만 생긴다. 이제는 무조건적인 일본 때리기나 실익 없는 자극은 자제해야 한다. 차라리 일본이 들어주기 쉽고 우리나라에도 실질적인 도움이 되는 요구를 해보자. 한일 관계 논의의 틀을 바꾸고 지금 양국의 10대·20대들이 공유할 수 있는 참신한 주제를 다뤄보자. 미래를 위한 새로운 화두를 꺼내보자. 방법론에서는 `너 죽고 나 죽자`는 식이 아니라, `나도 살고, 너도 사는` 방향을 모색해보자. 반일파(항일)-반한파(혐한)가 아니라 지일파-지한파가 늘어나도록 하자. 이게 어렵다면 일본을 이용하자는 `용일(用日)파`와 한국을 활용하자는 `용한(用韓)파`가 늘어나도록 묘안이라도 짜내보자.

일본을 대하는 우리의 태도도 세분화돼야 한다. 역사를 왜곡하고 망언을 일삼는 편향된 우익 세력과 한국에 선의(善意)를 가진 일본 국민을 구별해서 대해야 한다. 후쿠다 야스오 전 일본 총리는 한일 관계가 극도로 경색된 2015년 9월 매일경제와 단독 인터뷰하면서 "위안부 문제 때문에 한일 간 다른 사안들에 대한 협의가 중단돼선 안된다"고 조언했다. 정치인들이 외교 관계를 개선하지 못한다면 제 역할을 못한 것이란 쓴소리도 했다. 그는 "한일 양국은 영원한 이웃인 만큼 우리에게는 과거뿐 아니라 미래가 있다는 것을 명심하라"고 주문했다. 지금 시점에도 정확히 들어맞는다.

돌이켜보면 2002년 한일월드컵을 치르면서 두 나라 국민은 가까워졌고 일본에 한류 열풍이 불었다. 아베 신조 총리의 평창동계올림픽 참석과 한일 정상회담은 관계 개선을 위한 모멘텀이 될 수 있다. 2020년 도쿄올림픽을 치르는 일본으로서도 이웃 국가와의 관계가 계속 악화되길 원치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번에 문재인 대통령은 한국을 찾는 아베 총리를 손님으로서 환대했으면 좋겠다. 20년 전 양국 정상이 지혜를 짜내 만든 `21세기 새로운 한일 파트너십 선언문`을 꺼내 함께 읽으면서 양국에 도움이 될 협력 프로젝트를 만들어보면 더욱 좋겠다. 두 나라가 얽힌 역사를 바꿀 순 없다.
과거사에 대한 완전한 타결도 불가능하다. 그러나 미래는 바꿀 수 있다. 상대국을 바라보면 100% 화해나 협력이 어렵겠지만, 시선을 돌려 `미래의 공동이익`이란 과녁을 함께 바라본다면 상생할 분야가 무궁무진하다. 이제 한일 관계를 `합의(타결)`가 아닌 `관리할 대상`이라고 생각하자. 한국과 일본 정치인들부터 발상을 전환할 때다.

[김대영 금융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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