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k

  • 구독신청
검색전체보기
 

오피니언오피니언

[기고] 개인정보 활용·보호 사이에 절충점을 찾다

  • 입력 : 2018.10.11 00:04:01   수정 :2018.10.11 14:41:56
  • 프린트
  • 이메일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스토리
  • 공유
631485 기사의 0번째 이미지
개인정보의 활용과 보호 사이에는 딜레마가 존재한다. 활용을 더 이상 머뭇거리다가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 한국이 낙오될 수 있다. 반면 개인정보가 노출되면 2차 가해 등 개인에게 걷잡을 수 없는 피해가 간다. 둘 사이의 `절충점`을 찾는 것이 그만큼 중요한 이유다.
지난 8월 말 대통령 주재 규제혁신 현장간담회에서 대략적인 해법이 나왔다. `가명정보`라는 개념을 새롭게 도입한 것이다. 가명정보는 다른 정보를 추가하지 않고는 누구인지 알아볼 수 없게 처리된 개인정보다. 내용을 간략히 소개하자면 다음과 같다. 우선 가명정보로 처리한 개인정보는 통계 작성, 연구, 공익적 기록 보존과 더불어 산업적으로도 이용하도록 허용된다. 가명정보의 활용 가능성을 제도적으로 열어줌으로써 서로 다른 영역의 데이터와 데이터 간 결합이 가능해진 셈이다. 예를 들면 심야에 택시가 많이 다니는 길이 어디인지, 그리고 이동전화나 데이터 통신이 활발히 오가는 지역이 어디인지 보여주는 두 가지 정보를 하나로 결합하면 심야버스의 최적 노선이 구해진다. 또한 사회적 약자에 대한 고리대금업자의 수탈도 막을 수 있다. 사회 초년생인 청년이나 오랫동안 주부로서 역할만 하던 여성은 이렇다 할 신용정보가 없다. 그러나 그들의 통신요금 및 이용 정보를 추가하면 비교적 신뢰할 만한 평가가 가능해진다. 그에 기초해 이들에게 중금리 대출 상품을 제도금융권이 제공할 수 있게 된다. 이런 데이터와 데이터 간 결합이야말로 빅데이터 산업의 꽃이다. 다만 결합 과정에서 개인정보 유출이나 프라이버시 침해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문제가 상존한다. 가명정보끼리 결합해 특정인을 유추할 수 있는 위험성이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해 정부는 엄격한 보안시설을 갖춘 국가 지정 전문기관에서만 결합 작업을 수행하도록 제한하고 데이터 결합 시에는 특정인의 재식별 방지를 위해 원상태로 복원하기 위한 추가 정보는 별도로 분리·보관하도록 의무화할 계획이다. 또한 만약 가명정보를 사업상 목적 등을 위해 고의로 원본 개인정보로 되돌리다가 적발되면 아예 문을 닫아야 할 정도로 무거운 징벌적 과징금을 부과할 방침이다. 특정인의 개인정보를 기업이 가명 처리해 활용하는 경우에도 정보 주체의 처리 중지 요구 절차 등을 마련해 개인정보 자기결정권이 보장되도록 할 것이다.

여기까지는 사회적 합의를 봤다. 하지만 한 발자국 더 나아가기 위해선 추가 조치가 필요하다. 이에 행정안전부는 관리감독 권한을 내려놓고자 한다. 그동안 정보기술 업계에는 `개망신법`이라는 말이 있었다. 개인정보보호법, 정보통신망법, 신용정보법 등 3법을 가리킨다. 법들이 이리저리 얽혀 있어 어느 법을 따라야 할지 모르겠고 움치고 뛸 재주가 없게 온통 규제투성이라는 불만이 컸다. 거기다 감독기구까지 일원화돼 있지 않아 여기저기서 툭하면 불러대니 언제 일을 하느냐는 볼멘소리도 높았다.

개인정보보호법 담당 부처인 행안부는 관리감독 권한을 개인정보보호위원회에 넘겨줄 생각이다. 이를 계기로 향후 국회 입법 과정에서는 금융위원회나 방송통신위원회 등으로 분산돼 있던 감독 기능도 통합되길 기대한다. 그렇게 되면 법은 `개인정보보호법`으로, 감독관리체계는 `개인정보보호위원회`로 시원하고도 명쾌하게 정리될 것이다.

8월 말 규제혁신 현장간담회에서 대통령은 `데이터 고속도로를 만들어 데이터를 가장 안전하게 잘 쓰는 나라를 만들겠다`는 청사진을 내놓았다.
고속도로에서 차들이 씽씽 달릴 수 있는 이유는 사고가 나지 않을 것이라는 믿음이 있기 때문이다. 설계부터 가급적 직선 구간일수록 좋고, 노면은 요철 없이 평탄해야 하며, 곳곳에 과속 카메라가 설치돼야 하고, 수시로 교통경찰이 순찰을 도는 고속도로가 바로 믿을 수 있는 도로다. 그 도로의 `안전`은 정부가 담당하고자 한다. 잘 쓰는 건 이제 기업 몫이다.

[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피니언 목록

박재현의 경제노트 더보기

박재현의 경제노트 썸네일Gold 투자 할 때인가?

포토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