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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광필의 인생 낚시터] 낚시꾼의 '역지사지'와 교육

  • 입력 : 2018.10.11 00:04:01   수정 :2018.10.11 14:4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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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낚시꾼이다. 1990년 수배 상태에서 전국 조직을 통합하는 일을 하면서 안전하게 지방을 다니는 방편으로 낚시를 시작했다. 원주 저수지에 텐트를 치고 2박3일을 머물면서 춘천팀, 태백팀, 원주팀을 교대로 만났다. 우선 오가는 동선이 자연스럽고, 옆자리 낚시꾼들과의 만남이 감쪽같았다.
그러다 손맛을 알게 되면서부터 머리가 복잡해지면 물가로 나서는 처지가 됐다. 지난달 당시의 조직국 멤버들을 만났다. 추억의 낚시 모임을 하자는 성화에 날짜를 잡았다. 모두 어디로 갈 건지 당장 정하자고 난리다. 낚시꾼에게는 참으로 난감한 요구다. 한 달 후 붕어 마음을 어찌 알 수 있겠나. 임박해서 날씨를 보고 정하자고 했다.

붕어 마음, 참으로 알기 어렵다. 월척 잘 나온다는 유명 포인트에 좋은 장비와 미끼를 들이댄다 해서 붕어가 낚이는 것이 아니다. 40년 가까이 무수한 꽝과 반성을 거쳐 이제 조금 깨친 것은 붕어의 마음으로 물속을 봐야 붕어를 낚을 수 있다는 사실이다.

일차적으로는 날씨다. 그런데 기상대 날씨 예보와 무관한 붕어는 오로지 수압 변화만으로 날씨를 읽는다. 저기압이 되면 붕어가 느끼는 수압이 낮아지고, 붕어는 이를 통해 위험을 감지한다. 그러면 깊은 수심에 들어가 근신한다. 그러다가 고기압으로 바뀌면 수압이 덩달아 높아지는데, 붕어는 이를 물이 불어나는 것으로 느껴 낮은 곳에 가서 먹이 활동에 나선다. 게다가 비가 오면 수위 상승으로 이 상황이 훨씬 역동적이다. 또한 빗방울이 수면을 튕기면서 물속 산소 용존량을 늘려 붕어의 활성도를 높인다. 그렇지만 가을비는 봄비와 달라 붕어는 잘 움직이지 않는다. 그래서 출조 날짜가 임박해 하늘의 변화를 읽고 장소를 정하는 수밖에 없다.

그다음은 미끼다. 가까운 낚시 멤버 중에 떡밥만 고집한다 해서 `떡고`라 불리는 분이 있다. 몇 십 년 전 고삼 저수지에서 만난 고수 노인에게 들은 이야기를 신조처럼 아직도 고집하고 있다. 떡밥을 한 번 던질 때마다 먼 곳의 붕어도 1m씩 다가온다고. 그때는 육식외래종인 배스나 블루길이 없을 때라 붕어가 순진하던 시절이지만 지금은 어려서부터 조심스럽게 행동하며 살아남은 처지다. 그래서 사소한 움직임에도 민감하게 반응하며 움츠러든다. 오죽하면 `노래하는 놈은 데려가도 춤추는 놈은 낚시터에 데려가지 말라` 했을까. 이제는 떡밥을 자꾸 던지면 잔챙이는 몰라도 덩치 큰 붕어들은 점점 멀어져 가는 판이다.

멤버들 사이에서는 떡고를 `20년 전 일방적인 강의 방식을 아직도 고집해 아이들 괴롭히는 선생과 똑같다`며 놀린다. 그런 떡고도 지난여름 충주댐에서는 떡밥을 고집하지 않고 새우 미끼를 쓰는 것을 보고 놀랐다. 이제 별명을 바꿔야 하나.

이렇듯 낚시꾼이 아니라 붕어 입장에서 생각하는 고수의 풍모를 보이며, 늘 낚시 사부를 자처했다. 한술 더 떠 교육철학과 인생의 깊은 맛을 나눈다 싶었다. 그런데 지난주 50+인생학교 수업은 몇 분이 `너무 재미없다`는 멘트를 날릴 만큼 30년 교육 인생에서 최악이었다. 지난여름 인생학교 강사진과 함께 50+인생학교의 철학에 대해 인생 최고의 수업을 했다. 그 기세를 믿고 워크숍 방식이 아닌 강의 방식으로도 새로 시작하는 분들의 영혼을 흔들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번지수를 잘못 짚은 모양이다.


그동안 남들에게는 강의하는 입장에서 무엇을 말했느냐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듣는 입장에서 와닿는 게 무엇인지, 그를 통해 어떤 변화가 있었는지가 중요하다고 역설했는데, 사돈 남 말한 것이 되었다.

붕어란 낚시꾼이 잡으려 한다고 해서 순순히 잡히는 녀석이 아니다. 자신이 먹고 싶은 미끼를 적절한 때와 장소에 던질 때 비로소 무는 녀석이다. 그러니까 붕어가 먹고 싶은 때에 맞춰 먹고 싶은 미끼를 던지는 것이 낚시꾼의 시작이고, 교육자의 출발점이다.

[정광필 50+인생학교 학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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