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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경시평] 서서히 다가오는 '금융전쟁'

  • 입력 : 2018.10.08 00:02:01   수정 :2018.10.08 10:2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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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과 중국의 무역 분쟁이 최고조에 달하고 있다. 미국은 1차로 500억달러의 중국산 제품에 대해 25%의 관세를 부과한 데 이어 지난 9월 24일부터 2000억달러 상당 제품에 대해 10%의 추가 관세를 부과하기 시작했다. 이에 맞서 중국은 600억달러 상당 미국산 제품에 관세를 부과했다.

미·중 양국은 무모한 `치킨게임`을 벌이고 있다.
어느 한쪽도 양보하지 않고 있다. 대화 자체를 거부한 채 언론 등을 통해 상대방을 공격하고 나섰다. 미국의 윌버 로스 상무장관은 "중국은 실탄이 떨어졌다"고 했고, 중국 상무부도 "굴복하지 않겠다"고 응수했다. 최근 사태는 1930년대 세계 대공황 전개 과정과 유사하다. 미국이 `스무트-홀리 관세법(Smoot-Hawley Tariff Act)` 시행으로 고율의 관세를 부과하자 캐나다, 프랑스 등이 보복 관세조치를 단행했다. 이에 1933년 `런던 세계경제회의(London Economic Conference)`가 열렸으나 타결되지 못했고 각국은 경쟁적으로 자국 환율을 절하함으로써 불황을 더욱 가속화시켰다.

지금까지는 미국이 조금 우세에 있는 것으로 보인다. 중국의 대미 수출은 5000억달러 내외고 미국의 대중국 수출은 1300억달러 정도다. 미국 입장에서 보면 물가 부담이 일부 있지만 감내할 만하다. 반면에 중국은 미국 수출시장이 막히면 생산과 고용에 엄청난 타격을 받을 수 있다.

중국은 내부 결속을 다짐하고 나섰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무역전쟁으로 중국의 자력갱생의 길을 가져올 것"이라면서 구조개혁을 강조했다. 하지만 상당한 시간이 걸리고 성공 여부도 불투명하다.

중국이 생각하고 있는 비장의 무기는 `금융보복`이다. 위안화를 대폭 평가절하해 가격경쟁력을 높이거나 미국 달러화 중심의 국제금융체제를 흔드는 것이다. 중국은 3조달러가 넘는 외환보유액이 있어 마음만 먹으면 세계 금융시장을 쥐락펴락할 수 있다.

우리에게 최악의 시나리오는 관세보복으로 시작한 무역전쟁이 `금융전쟁`으로 확산되는 것이다. 강대국 간 관세 부과는 잘 대처하면 오히려 반사이익도 볼 수 있다. 그러나 국제금융시장의 불안은 소규모 개방경제인 우리에게 치명적인 부담이다.

`치킨게임`을 하고 있는 무역전쟁과 달리 `금융전쟁`은 `눈치게임`을 하고 있다. 중국의 미국 국채 대량 매각이나 미국의 대중국 금융제재 같은 극단적인 대응은 피하고 있다. 미·중 모두 엄청난 손실이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강펀치 대신 잔 펀치를 주고받고 있다.

중국 위안화는 금년 초 대비 6% 가까이 절하되었고 중국 정부는 `일대일로(一帶一路)` 사업을 명분으로 아시아, 아프리카 국가들에 막대한 차관을 제공하고 있다. 드러나지 않게 중국 주도의 국제금융질서를 조금씩 구축하고 있는 것이다. 이에 미국은 중국이 환율을 인위적으로 조작하고 신흥국의 부채위기를 조장하고 있다고 비난하고 있다.

속도는 느리지만 `금융전쟁`은 `현재진행중`이다. 어느 순간 쓰나미가 되어 우리를 덮칠 수 있다. 크리스틴 라가르드 국제통화기금(IMF) 총재는 최근 사태로 신흥국에서 최대 1000억달러가 빠져나갈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외환위기를 겪은 우리로서는 경계심을 갖고 대비할 때다.

유럽의 작은 나라인 스위스는 `스위스프랑화`라는 준기축통화를 갖고 있고 어떤 글로벌 금융위기에도 끄떡없었다. 탄탄한 실력과 인맥을 갖춘 금융 전문가들의 `금융외교` 덕분이다. 2008년 위기 당시 미국과 `무제한`의 통화스왑을 체결한 것이 이를 증명한다.


금융 부문 협력은 배타성이 상대적으로 강하다. 재무부, 중앙은행 등 금융 전문가들끼리 소통하며 그나마 평소 친분관계가 없으면 기본 정보도 잘 공유하지 않는다. 국제금융시장에 불안한 기운이 감돌고 있다. 기존의 금융협력 네트워크를 재점검하고 보완해 적극적인 `금융외교`에 나서야 한다.

[신제윤 태평양 고문·전 금융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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