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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칼럼

[매경데스크] 부동산정책 '머리는 차갑게'

  • 김선걸 
  • 입력 : 2018.10.05 00:05:01   수정 :2018.10.05 17:48: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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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대쯤엔 한두 번씩 비슷한 경험이 있을 것이다. 집값이 비싸다고 함께 걱정하던 친구가 어느 날 갑자기 말이 바뀐다. 집을 샀기 때문이다. 그 후부턴 집에 대한 관심이 더 높아진다.
이젠 집값이 오르길 바란다. 적어도 떨어지진 않기를 간절히 원한다. 서울 아파트값 평균은 올 초 이미 7억원을 넘어섰다. 도시근로자 가구의 월평균 소득(3인 가구 기준) 500만원을 대입하면 월급을 한 푼도 안 쓰고 다 모아도 집 한 채 사는 데 11년이 걸린다. 이러니 몇 년 동안 허리띠 졸라 모으고 대출까지 받아 산 집 한 채가 전 재산인 사람이 국민의 대부분이다. 수십 년간 오른 집값이 자기가 사자마자 떨어질까 가슴 졸인 경험도 한 번씩은 거친다.

이들은 평생 대출을 갚으며 아이들을 키우면서 한두 번 이사를 간다. 은퇴를 바라보는 나이가 되면 집을 팔아 자녀 시집·장가도 보내고 노후생활도 계획한다. `중산층`이란 호칭을 듣는 우리네 보통 사람 얘기다. 누군가는 자녀 교육을 위해 무리해서 강남에 집을 샀고, 누군가는 용산, 마포 혹은 분당에 집을 샀다. 누군가는 재건축에 투자해 오랫동안 낡은 집살이를 한다. 베이비부머 혹은 X세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모습이다. 그리고 이들이 바로 부동산정책의 대상이 되는 `집주인`들이다. 머리에 뿔 달린 게 아닌 그냥 보통 사람들이다.

며칠 전 심상정 정의당 의원이 자료를 내놨다. 청와대와 정부 고위 공직자 3명 가운데 1명이 강남 3구에 거주하며, 특히 부동산 관련 세제 등을 결정하는 기획재정부 고위 공직자는 절반 이상이 강남 3구에 집을 갖고 있다는 것이다. 심 의원은 그래서 부동산정책이 신뢰가 가지 않는다고 했다. 얼마나 답답하면 이런 조사까지 하나 싶긴 하다. 그러나 이런 접근법은 부동산 이슈를 엉뚱하게 인신공격으로 몰고 가 버린다. 우리 헌법 14조는 거주이전의 자유를 보장한다. 한 사람의 `생활인`이자 한 가족의 가장인 이들을 집값 상승의 원흉으로 보는 건 비약이다.

포퓰리즘의 가장 흔한 수단이 증오나 질시의 감정을 부추기는 것이다. 실제 중남미 포퓰리즘 정부는 예외 없이 기업과 부자에 대한 증오를 부추겨 많은 사람들이 해외로 도피해야 했다. 그리고 나라는 망가졌다. 정상적인 나라는 비싼 집에 사는 사람에 분노하진 않는다. 미국 맨해튼이나 홍콩 도심은 집값이 수백억 원이라서 신상을 캐거나 망신을 주진 않는다. 그들은 그들일 뿐, 세금 많이 내고 돈 많이 쓰면 우리에게 이익일 뿐이다.

필자는 최근 정부가 내놓은 부동산 규제를 전부 반대하진 않는다. 그러나 일부 정책 뒤편에 어른거리는 증오, 질시의 그림자는 불길하다. 양도세 비과세 기준을 강화하고 다주택자 세율을 높여 집을 팔려던 사람도 매물을 거두게 만들 수 있다. 재건축·재개발을 더 옥죄겠다며 시장을 얼어붙게 만들고 있다. 더구나 다음 정권에 곧 정책이 바뀔 것을 삼척동자도 안다. 모두 버티기 작전에 돌입한다. 결국 `미운` 집주인을 잡으려다 중개인, 기업, 정부, 지자체 모두 손해를 본다. 경제가 쪼그라든 뒤에도 `그래도 가격은 잡았다`고 자축할 것인가. 증오의 에너지는 발전적으로 돌려야 한다. 주택 인프라에 투자해 젊은 층과 신혼부부가 편히 살 수 있고 아이도 낳고 교육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2018년 연간 출생아 수는 32만명대에 그친다. 2075년으로 예상됐던 대한민국의 `인구소멸`이 100년 이상 앞당겨질 것이란 전망까지 나온다. 부동산정책은 이런 걸 대비해야 한다.

세상일 안 풀릴 때 남 탓 하긴 쉽다.
심상정 의원 자료를 보면 `강남 살면서 강남 집값 못(안) 잡는` 장하성 정책실장 등 청와대 사람들에 대한 분노와 불신이 묻어난다. 현 정부 사람들이 늘 전 정부 탓, 기업 탓을 하더니 자업자득인가 생각도 들지만 여하튼 이런 인신공격성 접근은 도움이 안 된다. 감정을 잔뜩 집어넣어 동력을 만드는 정책은 성공할 수도 없지만 혹여 성공해도 오히려 불길한 일이다. 강남 주민, 용산 주민, 마포 주민… 주변 사람을 투기꾼으로 보지 말고 한 사람의 성실한 국민이자 가장으로 보라. 이들에게 희망을 주면 백년지계의 정책이 나온다.

[김선걸 부동산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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