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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칼럼

[매경데스크] "네가 가라! 중소기업"

  • 전병득 
  • 입력 : 2018.09.28 00:07:01   수정 :2018.09.28 15:3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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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엔 취직해야지. 중소기업도 괜찮아." 추석 덕담이랍시고 한 말인데 결국 `꼰대`라는 말을 듣고 말았다. 별 대꾸 없는 친척 아이를 보고 바로 후회했다. 그 애도 마음이 복잡할 텐데 괜한 말을 했나 싶어 집에 돌아와서도 마음 한편이 영 걸린다.

요즘 청년들은 중소기업에 취직하려 하지 않는다.
작년 중소기업학회에서 졸업을 앞둔 전국 대학생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했는데 공공기관, 대기업이 취업선호도 1·2위를 차지했다. 중소기업은 자영업·창업보다도 밑인 9위다. 그 아래는 `기타`이므로 사실상 최고 취업 기피 직장이다. 청년실업률이 10%로 고공 행진을 하고 있지만 중소기업에 갈 바에는 차라리 편의점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살겠다는 소리가 나온다. 반면 매년 삼성이나 현대차 공채 시험에는 수십만 명이 매달린다. 수십만 명이 낙방하고, 합격한 친구들과 자신의 차이가 도대체 뭔지 몰라 좌절하고 사회를 원망한다. 그러면서도 중소기업에 가지 않으려는 이유는 뭘까. 임금이 대기업의 절반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설문조사에서도 `급여가 낮아서`가 가장 큰 이유로 꼽혔다. 잡코리아가 최근 4년제 대졸 신입 초임 평균 연봉을 조사해보니 대기업은 4060만원으로 4000만원을 처음 넘겼다. 중소기업은 같은 대졸인데도 2730만원으로 연봉 격차가 무려 1300만원에 달했다. 회사에서 제공하는 복지는 또 어떤가. 대기업에 가면 특별급여에 자녀 학비, 휴가철 콘도, 건강관리, 해외 연수 등 화려하다. 중소기업은 그런 건 꿈도 꾸지 못한다. 상황이 이럴진대 누가 중소기업에 취직하려고 하겠는가. 중소기업은 인재를 구하지 못해 성장하지 못하고 취업을 포기한 청년들은 결혼·출산마저 포기하는 사태가 보통 심각한 것이 아니다.

통계를 찾아보니 처음부터 이랬던 것은 아니다. 1993년 대기업 대비 중소기업의 임금 비율은 73.5%였다. 그랬던 것이 외환위기 이후 격차가 `악어의 입`처럼 벌어졌다. 작년엔 중소기업 임금수준이 대기업의 55.8%까지 떨어졌다. 고용 형태나 업종별·성별 차이가 아니라 기업 규모로 임금격차가 벌어지는 것은 국제적으로도 이례적이다. 미국 영국 독일 일본 등은 임금격차가 지난 20년간 큰 변화 없이 75%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뭐가 잘못된 것일까. 가장 큰 원인으로 지목되는 것은 우리나라의 독특한 산업구조다. 우리 중소기업의 절반 이상이 대기업 협력업체다. 협력 중소업체가 수출 대기업을 둘러싸고 적시에 부품을 조달하는 구조다. 독일 같은 나라는 다르다. 대기업 특정 협력업체라는 것이 없다. 다국적기업은 현지 중소기업에서 부품을 조달한다. 우리가 구축한 `수직적 기업 생태계`는 스피드가 생명인 글로벌 경쟁에서 대단한 경쟁력을 발휘했다. 세계적인 대기업이 탄생했고, 많은 낙수효과가 있었다. 하지만 저성장시대가 되자 상황이 달라졌다. 대기업이 협력 중소기업에 비용을 전가하면서 이익을 유지하고, 납품단가를 깎아 생긴 이익은 대기업 귀족노조로 흘러간다. 강성 노조가 포진한 주요 대기업 직원 평균 연봉은 1억원에 육박하지만 중소기업은 최저임금 올리는 것마저도 힘겹게 됐다. 중소기업 대표들이 "동고동락하는 직원들 임금을 올려주고 싶어도 여력이 없다"는 것은 허튼소리가 아니다. 납품단가가 10년 전과 똑같으니 어떻게 하겠는가.

앞으로 근로시간 단축이 중소기업에도 시행되면 초과근로, 휴일·야근 수당까지 줄어들어 대·중소기업 임금격차는 더 커지게 될 것이다. 시장경제에서 생산성에 따른 임금격차는 어쩔 수 없다고 하지만 지금처럼 차이가 너무 커지면 시스템 자체가 위험해진다.

독일 히든챔피언 기업의 임금수준은 대기업을 능가하는 경우가 많다. 우리 중소기업도 그렇게 하면 될 일이지만 하루아침에 세계 강소기업이 될 수는 없다.
중소기업에서 대기업으로 이직할 수 있는 `고용 사다리`도 막혀 있다. 동반성장위원회가 임금격차 해소 캠페인을 벌이고 있지만 아직 큰 반향이 없다. 전체 산업의 80%를 차지하는 중소기업에 우수 인재가 들어가야 경제가 성장한다. 벌어지는 임금격차는 그냥 두고 "중소기업도 괜찮다"는 소리를 해댄다면 청년들의 대답은 똑같을 것이다. "그럼, 네가 가라. 중소기업."

[전병득 중소기업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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