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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마진단] 소리없는 도서관의 '거대한 기여'

  • 입력 : 2018.09.27 00:06:01   수정 :2018.10.01 10:02: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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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서 맥도널드 매장은 어디를 가도 볼 수 있을 만큼 많다. 시골 구석구석은 물론 남태평양의 미국령 사모아에도 있다. 그런데 미국 전역에 맥도널드보다 더 많은 것이 공공도서관이라는 사실은 주목할 만하다. 현재 전국에 걸쳐 공공도서관은 7000여 개의 동네 도서관을 포함해 1만6500개에 달하니 미국 경제의 상징인 맥도널드보다 2500여 개나 더 많다.
돈벌이만 중요시하는 것 같은 미국에서 세금으로 운영되는 공공도서관이 무슨 연유로 이렇게 많이 설립된 것일까. 미국 공공도서관은 1850년대부터 시작해 20세기 초 앤드루 카네기의 기부로 크게 확산됐다. 모든 국민에게 평등하게 정보를 제공하는 민주주의 원칙을 실현하는 지역사회의 공공기관으로 도서 열람과 반출의 기본 서비스 외에도 정보를 보다 효율적으로 이용하는 배움의 장소이자 지역주민에게 편한 만남과 소통의 장소로 이용되면서 발전해 왔다.

공공도서관은 단지 책을 읽는 곳이라기보다는 주민 간 융합을 촉진하는 지역센터였다. 2000년대 초 미국 도서관협회장을 지낸 낸시 크레니치는 공공도서관이 사회적 자본을 창출해 내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주장했다. 사회학자 로버트 퍼트넘은 다른 저자들과 함께 쓴 책에서 도서관을 지역사회의 심장부로 묘사하면서 시카고 정부의 공공도서관과 직원에 대한 투자가 지역주민 삶의 질을 향상시키고 지역사회 재개발을 유도하는 촉진제 역할을 했다는 사례를 제시했다.

캐나다, 스코틀랜드, 노르웨이, 덴마크 등지에서도 공공도서관이 어떻게 사회적 자본을 생성하는지에 대한 연구가 많은데 이 연구 결과들은 공공도서관 이용과 지역사회 참여 사이에 상당한 상관관계가 있음을 증명하고 있다.

사람들의 왕래가 많은 동네 중심가에 아기를 유모차에 태우고 책을 열람하는 엄마들, 조용한 곳을 찾아 신문을 읽는 노인들, 방과 후 친구들과 함께 숙제를 하는 학생들, 휠체어에 의지하는 장애인들이 북적이는 곳으로 누구에게나 자료와 시설이 개방된 곳이 공공도서관이다. 어린이들을 위한 스토리 타임 시간이나 문학 강좌가 열리고, 지역 자영업자들의 비즈니스 미팅이 열리는가 하면 이민자들을 위한 언어 강좌가 이뤄진다. 3D프린터가 있어서 직접 창작하고 실험물을 만들 수 있는 곳, 시청각 장애인들이 이용할 수 있는 자료와 장비가 비치된 곳이 공공도서관이다. 공공도서관은 모든 세대가 자유롭게 정보를 중심으로 만나서 소통을 하는 지역사회의 공공장소 역할을 한다.

2016년 퓨리서치센터 조사에 의하면 미국 성인 절반 이상이 공공도서관을 이용했다. 이들은 도서관이 지역사회에 중요한 기여를 한다고 생각하며 특히 여가시간을 안전하게 보내는 장소, 모든 연령층에 배움의 기회를 제공하는 곳, 청소년들에게는 창의력을 키우도록 장려해 주는 사회간접자본으로 간주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이에 더해 공공도서관은 지역사회의 현안이나 사회적 이슈에 대처하는 정보 서비스를 제공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그래서 공공도서관은 제3의 장소, 배움센터, 지역센터, 안전한 천국 등 여러 수식어가 따라다닌다.

문재인정부가 최근 243개 작은 마을 도서관 설립과 문화체육기관 등 사회적 자본을 생성하는 기관에 대해 예산 지원을 적극적으로 하겠다고 발표했다. 시민 누구나 동네 도서관에서 손쉽게 정보를 이용할 수 있는 공간이 마련된다는 반가운 소식이다. 공공도서관이 전국 방방곡곡에 세워져 주민을 위한 정보 제공과 문화 프로그램으로 지역사회를 발전시키고 지역주민의 긍지를 높이는 데 기여하기를 기대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공공도서관 신축에 필요한 재정 지원과 더불어 지역주민 요구에 맞는 프로그램을 개발해야 한다. 전문 자격을 갖춘 사서를 고용하고, 많은 자원봉사자들의 적극적 참여도 이뤄져야 한다. 지역 공공기관과의 협력 등 공공도서관 기능과 역할을 성공적으로 이끌 수 있는 구체적인 방안도 마련해야 한다.

200여 년 전에 시작된 공공도서관의 설립이 미국 발전에 소리 없이 기여해 온 것처럼 문재인정부의 사회적 자본에 대한 예산 지원이 먼 훗날 강대국 대한민국 발전의 밑거름이 되기를 기원한다.

[최영옥 美 가톨릭대학교 문헌정보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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