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k

  • 구독신청
검색전체보기
 

오피니언칼럼

[매경데스크] 노무현정부 양도세 중과의 추억

  • 김인수 
  • 입력 : 2018.09.21 00:07:01   수정 :2018.09.21 09:33:14
  • 프린트
  • 이메일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스토리
  • 공유
596372 기사의 0번째 이미지
솔직히 그때에는 고개를 끄덕였다. 2006년 노무현정부 당시 국토부 실무자가 2주택 이상 보유자들에게 50~60%라는 고율의 양도소득세를 왜 매겨야 하는지 이유를 설명했을 때 수긍이 됐다. 땀 흘려 일해 번 근로소득에 매기는 세율과 주택 양도세율이 같다는 게 부당하게 느껴졌다. 불로소득에는 더 높은 세금을 매기는 게 `정의` 같았다.
더욱이 정부 당국자의 공언대로, 양도세 중과를 피하기 위한 아파트 매물이 선제적으로 나올 경우, 집값 안정에도 도움이 될 것만 같았다. 그러나 매물은 나오지 않았다. 특히 양도세 중과가 시행되자 매물은 씨가 말라 버렸다. 당시에 부동산 취재를 담당하다 보니, 서울시내 아파트 중개업소를 돌아다니곤 했는데 "매물이 아예 없다"라는 하소연을 숱하게 들었다. 2000~3000가구 이상의 대규모 단지에도 매물이 2~3개뿐이라는 거짓말 같은 얘기가 들렸다.

이는 양도세 중과의 당연한 귀결이었다. 50~60%의 양도세를 내고, 집을 팔겠다는 사람은 없다. 아파트 가격이 몇억 원씩 올랐는데, 그중 몇억 원을 세금으로 내겠다는 사람이 누가 있겠는가. 다주택자는 집을 임대하고, 계속 보유하면 그만이었다.

그러나 수요는 여전히 있었다. 자녀를 위해 교육 환경이 좋은 곳에 집을 사겠다는 사람은 맹자가 살던 전국시대를 비롯해 시대를 막론하고 반드시 있었다. 더욱이 사람들은 집값이 더 오르지 않을까 두려움에 떨고 있었다. 지금이라도 `아파트 매입`이라는 차에 올라타야 한다라는 강박에 빠진 사람들을 만나는 건 어렵지 않았다. 당연히 수요는 공급을 앞섰고, 양도세 중과 후에도 집값은 올랐다.

당시 나는 기자라는 신분을 알리지 않은 채 실제 중개 현장을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여러 중개업소에 인맥을 가진 부동산 컨설턴트에게 부탁했다. 고객에게 아파트 매물을 소개할 때 동행할 수 있게 해달라고 했다. 그 고객은 30대 중반의 젊은 부부였다. 두 사람에게는 기자 신분을 알리고 양해를 얻어 함께 아파트를 보러 다녔다.

그날 하루 그 부부는 후회와 불안, 공포의 감정을 오갔다. 왜 일찍 집을 사지 못했나 하는 회한으로 가슴을 쳤다. 컨설턴트가 부부를 위해 확보한 매물을 볼 때면 불안해하고 두려워했다. 예상보다 가격은 높았고, 집은 기대보다 볼품이 없었다. 혹시 아파트를 사고 난 뒤에 가격이 떨어지면 어쩌나 하는 불안과 공포에 휩싸이곤 했다. 부부는 종종 한숨을 쉬었고, 답답해했다.

고백하건대, 그날 나 역시 그 부부와 똑같은 감정을 느꼈다. 당시 나 역시 30대 중반의 나이였고, 집값 광풍에서 비켜 나 있던 강북에 소형 아파트 1채를 가진, 재테크 실패자였다. 부동산을 취재하기 이전부터 취재로 만난 여러 사람들이 "왜 거기에 집을 샀느냐"라며 안타까워했지만, 한 귀로 흘려만 들었다. 당연히 집값 광풍 앞에서 좌절을 느끼지 않을 수 없었다.

당시 나는 대학교 때 배운 경제학의 오랜 격언 `세상에는 공짜 점심이 없다`라는 걸 절실히 깨달았다. 선택에는 항상 대가가 따른다. `양도세 중과`라는 선택에는 `매물 품귀`라는 대가가 따른다. 어떤 계기든 수요가 증가하면, 주택가격이 급등할 위험을 안게 된다.

그때 이후, 나는 좀 더 공리주의자가 됐다. 어떤 선택이든 편익과 비용을 따져, 편익이 더 큰 쪽을 선택하는 게 옳다는 믿음을 갖게 됐다. 양도세 중과로 불로소득을 환수하고 투기수요를 억제해 얻는 편익과, 매물 품귀로 인한 집값 급등의 비용을 계산해 어느 쪽이 사회에 더 이득이 되는지 따지게 됐다. 주택 양도세 중과가 보다 정의에 가깝다고 한들, 이로 인해 집 없는 사람들이 손해를 보고, 집값 거품을 키운다면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문재인정부가 들어섰을 때, 노무현정부의 부동산 정책으로부터 교훈을 얻기를 기대했다. 공리주의적이고 실용적인 입장에서 집값 문제에 접근하기를 바랐다. 보유세는 높이되, 양도세는 올리지 않기를 기대했다.
그러나 문재인정부 역시 양도세를 크게 올렸다. 또다시 매물은 급감했고, 집값은 크게 올랐다. 과거로부터 배우는 건 이렇게 어렵다. 그래서 더욱더 안타깝다.

[김인수 오피니언부 부장]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피니언 목록

박재현의 경제노트 더보기

박재현의 경제노트 썸네일Gold 투자 할 때인가?

포토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