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k

  • 구독신청
검색전체보기
 

오피니언오피니언

[매경의 창] 시대가 요구하는 역량을 기르고 있는가

  • 입력 : 2018.09.14 00:05:01   수정 :2018.09.17 09:13:21
  • 프린트
  • 이메일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스토리
  • 공유
579743 기사의 0번째 이미지
`미스터션샤인`이라는 드라마가 화제다. 구한말 조선이 속절없이 무너져 가는 모습과 그럼에도 포기하지 않는 의병들에 대한 이야기가 안타까운 멜로와 섞여 긴박하게 그려지는 시대극이다.

남주인공 유진 초이(이병헌)는 어려서 노비 출신으로 처참하게 조선을 탈출했다가 미국 해병대 대위로 조선으로 돌아와 점차 의병을 돕는 역할을 하게 된다. 미군이지만 조선에서 노비 출신이었다는 것 때문에 모두가 처음에는 주저했으나, 끝내 고종황제도 그에게 무관학교를 맡아달라 하고, 의병 측도 그에게 의탁한다.
여주인공 고애신(김태리)은 조선 최고 명문가의 손녀딸로, 귀한 애기씨로만 살다가 총포술을 단련해 의병의 길에 뛰어든다. 둘 다 자신이 속해 있는 세계에서 알을 깨고 나오게 된 계기는 `배움`이었다. 노비 출신인 유진 초이는 다른 노비들과 달리 죽을 힘을 다해 탈출했고 영어와 일어를 배웠으며 군인이 되는 교육을 받아 이제는 의병들을 살리고 있다. 양반 출신인 고애신은 다른 사대부 여인들과 달리 방물장수의 장신구보다 세상의 정보를 알리는 기별지 읽기에 집중했고 총포술을 익히고 영어를 배워 의병의 중심이 됐다. 둘 다 그들이 속한 세계에 갇히지 않고 시대가 요구하는 역량을 길렀고, 그리하여 시대가 필요로 하는 역할을 하게 됐다. 공맹을 읽던 기존 공부로는 더 이상 아무것도 할 수 없던 시대였다.

구한말을 다룬 시대극은 언제나 답답하다. 왜 그리 무력했을까. 우리가 당한 것에 치를 떨면서도 일본은 어떻게 저리 주도면밀하게 조선을 삼킬 수 있었을까 주목하게 된다. 그들은 시대의 흐름을 먼저 읽었다. 우리처럼 극소수가 아닌, 국가적으로 교육문화혁명을 추진했다. 시대의 흐름을 읽고 아시아 최초로 메이지유신에 성공해 서양 열강에 휘둘리지 않고 한 세기 이상 아시아를 선점했다.

요즘 신임 교육부 장관이 최우선 순위를 두고 추진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 자문해달라는 요청을 많이 받는다. 부디 시대를 정확히 읽기 바란다. 지금은 구한말 이상의 격동의 시대다. 강대국들 사이에서 정세는 여전히 불안하고, 경제는 벼랑 끝에 있고 인구는 절벽이 코앞이다. 무엇보다 지난 수십 년간 국가 발전의 원동력이 됐던 우리의 `공부`가 이제는 더 이상 우리를 지켜줄 수 없게 됐다. 그런 공부로 유효했던 직업의 80% 이상이 사라질 것이다. 시대의 흐름을 정확히 읽고 인공지능 시대에 우리는 어떤 능력을 길러야 할지, 그걸 어떻게 평가할지, 이 두 가지 비전을 먼저 세워야 한다.

백수십 년 전 우리보다 먼저 시대를 읽었던 일본이, 또다시 작금의 시대를 읽고 신메이지유신을 하겠다며 교육혁명에 착수했다. 인터내셔널 바칼로레아(IB)의 공교육 도입과 대입시험 개혁을 이미 수년 전부터 추진하고 있다. 그런데 우리 교육당국의 한 수장이 일본에 다녀온 후 일본의 IB 공교육 도입이 200개 학교`밖에` 안 되기 때문에 걱정할 것 없다고 했단다. 기가 막혔다. 200개 학교`씩이나`로 보이지 않는단 말인가. 우리는 칼과 창이 2만개 있는데 저들은 총이 200개밖에 없다고 무시하는 것 같은 어리석음이다. 시대의 역량을 기르는 교육은 칼과 총의 차이처럼 전혀 차원이 다른 힘이다.

2013년 1월 집권 후 한 달 만에 `경제 회생`과 `교육 재생`이 정권의 최우선 과제라고 선언한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메이지유신 주동 가문 출신이라는 것도 예사롭지 않다.
최근 일자리가 넘쳐나서 한국에서도 일본으로 취업하러 갈 정도로 경제 회생은 이미 성공했고 아베는 장기 집권의 교두보를 마련했다. 이제 교육 재생까지 성공하면 일본은 그 후에 무엇을 할까.

임진왜란 직전 선조의 명으로 일본을 다녀온 후 황윤길은 전쟁이 날 것 같으니 대비하자고 했고, 김성일은 전쟁이 날 가능성이 없으니 걱정할 필요 없다고 했다. 선조는 후자를 믿고 방심했고 우리는 처참하게 임진왜란을 겪었다. 구한말에는 전쟁 없이도 나라를 잃었다. 작금의 시대와 일본의 변화를 우리는 어떻게 읽어야 하겠는가.

[이혜정 교육과혁신연구소장]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피니언 목록

포토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