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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칼럼

[필동정담] 푸틴과 마윈

  • 장박원 
  • 입력 : 2018.09.14 00:05:01   수정 :2018.09.14 17:3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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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1일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열린 동방경제포럼 기업가 원탁회의에서 흥미로운 장면이 포착됐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디저트를 먹고 있는 마윈 알리바바 회장 옆으로 다가가 말을 걸었다. "젊은 사람이 왜 은퇴하려는가?" "나는 젊지 않다. 어제 54번째 생일이었고 창업한 지도 19년이나 됐다.
" "그래도 나보다 젊지 않나. 난 66세인데." "회사를 세워 이룬 것도 있지만 지금은 교육과 공익 활동같이 내가 정말 원하는 일을 하고 싶다." 마윈의 갑작스러운 은퇴 선언이 놀라운 사건이라 충분히 물어볼 수 있는 질문이다. 하지만 한 나라 대통령이 기업인을 만나 투자 요청 대신 은퇴 이유를 먼저 물었다는 건 뜬금없다. 18년간 장기 집권하고 있는 권력자 눈에는 자발적 퇴진은 이해할 수 없는 일이었고, 그래서 물어봤을 것이라는 추측은 가능하다. 물론 그냥 말을 걸기 위해 아무 생각 없이 해본 질문일 수도 있다. 어떤 경우든 50대인 마윈의 은퇴 선언이 무한 권력을 추구하는 푸틴에게는 아리송한 일이었던 것만큼은 분명해 보인다.

마윈처럼 절정의 순간에 용퇴를 결정하는 일은 쉽지 않다. 끝까지 버티다가 어쩔 수 없이 자리를 내놓는 사례가 훨씬 많다. 그러나 물러날 시간을 안다는 것과 그러지 못하는 것은 하늘과 땅 차이다. 진나라가 춘추전국시대를 통일하기 전에 한 세대 간격으로 살았던 두 책사 이야기가 그렇다.
먼 나라와는 우호관계를 유지하며 가까운 곳은 공격해 병합하는 원교근공(遠交近攻) 정책으로 통일 기반을 다졌던 범수는 환란이 닥치기 전에 물러나 천수를 누린 반면 진시황을 도와 천하를 통일한 이사는 권력의 끈을 놓지 못해 결국 허리가 잘리는 극형으로 삶을 마감했다. 두 사람 모두 맨손으로 시작해 온갖 시련을 이겨내고 최고 자리에 올랐지만 단 한 번의 판단 차이로 정반대 결말을 맞았다.

마윈은 평소 책을 많이 읽는 사람이니 사마천의 `사기` 중 이 대목을 알고 있었을 것이다. 이를 교훈 삼아 용퇴를 결정했을 수도 있다. 물러날 시기를 스스로 결정한 마윈을 보고 푸틴은 느끼는 게 있었을까. 그의 임기가 끝나는 2024년 러시아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지켜보자.

[장박원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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