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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소득주도성장' 간판 내릴 때

  • 입력 : 2018.09.14 00:04:02   수정 :2018.09.14 17:36: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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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소득 주도 성장을 둘러싼 논란이 사그라들지 않고 있는 모습을 보면 마음이 착잡하다. 분배 정책을 성장 정책이라고 이름 붙인 것도 그렇고, 케인스적 단기 부양 정책 이상의 의미를 부여하기 힘든 정책을 장기적 성장 정책으로 포장하고 있는 것도 문제다. 많은 전문가들이 지적하듯 이 정책은 임금 인상을 중요한 수단으로 삼고 있다. 그러나 임금은 두 얼굴을 갖고 있다.
받는 근로자에게는 소득이지만, 주는 기업에는 비용이다. 임금이 올라가면 소득이 올라가 순기능이 발생할 수도 있지만 이와 동시에 비용이 올라가 역기능이 발생하게 된다. 소득 주도 성장은 임금 인상의 순기능만을 강조하고 있다. 한쪽만 보고 있는 것이다. 임금은 생산활동에 기여한 만큼 지급돼야 한다. 그래야 지속적으로 지급이 된다. 아무런 상황 변화가 없는데 임금이 인상되면서 비용이 갑자기 상승하면 기업의 존속이 위태로워진다. 한두 번은 몰라도 계속 이런 임금을 지급할 수 없는 이유가 바로 기업의 지속성이 사라지기 때문이다. 국내에서 임금을 올려 생산비가 상승하면 제품 가격이 비싸질 수밖에 없고 결국 외국에서 보다 싼 제품이 수입되면서 국내 기업은 경쟁에서 도태된다. 한시도 긴장을 늦출 수 없는 팽팽함이 글로벌 경제에서 작동하고 있다. 많은 기업들이 생산기지를 국외로 이전하거나 외국에서 부품을 아웃소싱한다. 생산비를 조금이라도 줄이기 위해서다. 글로벌 경쟁 시대에 가성비가 좋은 제품은 글로벌 시장을 장악한다. 승자독식의 시대다. 그리고 가성비는 어정쩡하게 좋아서는 안 된다. 화끈하게 좋아야 한다. 우리 기업만 임금을 올리다가는 큰일이 나는 이유다. 국내 생산 제품의 가성비가 나빠지면 국내 기업은 끝이다. 일자리는 외국 근로자에게로 이전된다. 거꾸로 외국에서 기업들이 들어와 국내에서 생산하면서 일자리를 만들게 하려면 임금·전기료·세금 등이 싸야만 가능하다. 그런데 지금 국내에서는 임금·전기료·세금 등이 다 오르고 있다.

최저임금 인상도 그렇다. 소득 주도 성장 정책이 추진되는 과정에서 최저임금과 관련한 정책결정자들은 소득 주도 성장론을 믿고 화끈하게 최저임금을 올려버렸다. 2년간 누진으로 29%를 올렸는데 연간 물가상승률이 불과 1.5% 정도인 상황에서 연간 기준 물가상승률의 10배 속도로 임금을 올렸는데 탈이 안 날 수가 없다. 최저임금을 받는 근로자는 좋아졌을지 모르지만 최저임금을 지급하는 기업들은 힘들어졌다. 그리고 우리 경제의 뇌관에 해당하는 자영업자들이 힘들어졌다. 자영업자 570만여 명은 겉으로는 월급을 지급하는 사장님이지만 실질적으로는 자기 월급 제대로 챙기기도 힘든 경제적 `을`이다. 이들은 장사가 안 돼 힘든 상황인 데다 부채도 600조원을 넘어서 이자 내기도 버거운 상황이다. 그런데 정부가 갑자기 직원 급여를 물가상승률의 10배씩이나 올려주라고 명령하니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격앙돼 있다. 그러지 않아도 힘든데 더 힘들게 만들어놓고는 세무조사를 안 하겠다느니, 금융 지원을 해주겠다느니 하며 엉뚱한 조치를 취하고 있다. 이들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은 최저임금 압박 자체를 줄여 달라는 것이다. 지역별·산업별 차등화 등이 그 대안인데 정부는 꿈쩍도 안 하고 있다.

소득 주도 성장은 국리민복(國利民福)이라는 커다란 목표를 위한 수단으로 채택된 정책이다. 수단이 목표를 달성하는 데 적합하지 않다면 그 수단은 수정되거나 폐기돼야 한다. 논란이 지속되는 사이에 경기는 이미 꺾이고 있고 투자는 감소하고 있다.
투자 감소는 자본스톡 감소로 이어져 시간이 흐르면 일자리가 줄어들게 된다. 경제 살리기를 위한 보다 큰 담론을 갖고 고민해도 시원찮을 판에 경제학 원론 수준의 논쟁을 해야 하는 상황 자체가 답답하다. 목표와 수단이 혼동되고 전도된 현 상황은 빨리 타개돼야 한다. 소득 주도 성장이라는 간판을 내릴 때가 왔다.

[윤창현 서울시립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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