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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읽기] 자본과 과학

  • 입력 : 2018.09.13 00:06:01   수정 :2018.09.13 17:58: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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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의 힘은 놀랍다. 자본은 현대 과학을 움직이는 동력이며 자본 없이는 온전히 과학을 수행할 수 없다. 과학자는 연구에 필요한 자원을 확보하기 위해 경쟁한다. 연구 지원금은 대부분 정부와 기업에서 나오며 과학자는 정부와 기업의 연구 지원 목적에 부합한 연구 주제를 기획하고 수행한다.
자본이 모이는 곳에 과학이 모인다. 자본 활용에 있어서 과학의 수월성과 효용성을 강조하는 추세다. 사실 과학의 본질은 진리 추구지만 그 바탕에 창의성과 다양성이 있어야 한다. 자본이 집중하는 방향으로 과학이 몰리면 과학 본연의 창의성과 다양성이 떨어질 수 있다. 과학의 다양성을 지키려면 자원의 올바른 분배가 필요하다. 자원이 합리적으로 분배될 때 과학의 수월성·효용성과 창의성·다양성을 동시에 지킬 수 있다.

과학자도 부자가 될 수 있다. 현대사회는 과학 성과로부터 경제적 보상을 받는 것이 정당하다고 가르쳤다. 실제로 과학 성과의 상업화는 현대 과학 발전을 추동하기도 했다. 과학자가 이익을 추구하는 것이 문제는 아니다. 과학의 성과를 사회에 환원하는 과정에서 경제적 보상을 받는 것은 오히려 장려돼야 마땅하다.

현대사회에서 자본과 과학의 관계는 갈수록 복잡하고 심오하다. 미국 국립환경건강과학연구소의 생명윤리학자 데이비드 레스닉 교수는 그의 저서 `과학의 윤리`에서 "과학이 기업과 맺는 상호의존적 관계가 증가하면서 과학적 가치와 상업적 가치 사이의 윤리적 갈등이 증가한다"고 지적한다. 과학 성과의 상업화에 있어서 무엇을 주의해야 할지 살펴보자.

첫째, 자본이 과학을 압박할 때 이해충돌 문제가 발생한다. 과학이 자본에 종속돼 있을 때 막대한 이익이 걸린 사안이라면 심의 과정에서 과학이 제 기능을 발휘하지 못하거나 과학 성과가 이익에 치우쳐 왜곡될 수 있다. 자본 활용과 추구에 관해 과학자는 언제나 이해충돌 개연성을 명확하게 인식하고 신중하게 처리할 의무가 있다. 과학 성과에 대한 공로를 인정받고자 할 때 이해충돌 가능성을 의무적으로 공개하고 적법한 절차를 따라야 한다.

둘째, 자본과 과학의 갈등 조정을 위해 제도 장치와 준수가 필요하다. 세계 벤처 중심지 실리콘밸리를 움직이는 스탠퍼드대는 교수의 대외 활동이 가장 활발한 대학 중 하나로서 교수의 이해충돌에 관한 규정을 명확하게 제시하고 있다. 규정에 따르면 대학 활동 또는 대학 자원을 활용한 연구에 의한 지식재산권은 `연구비 출처와 관계없이 대학에 귀속한다`고 명시한다. 지식재산권은 대학이 관리하고 로열티 수입은 발명자의 기여에 따라 정당하게 분배해야 한다. 연구 중심 대학은 교수의 직무 발명 보상에 대한 제도적 장치가 잘 갖춰져 있다. 그 장치가 잘 작동하면 된다.

셋째, 성과 과장은 경계해야 한다. 과학계는 최근 유전자 편집 기술에 관한 두 연구기관의 특허 분쟁에 대해 이례적으로 집중 조명하고 있다. 유전자 편집 기술은 유전자가위로 특정 염기서열을 인식해 절단하고 편집하는 첨단 기술이다. 유전자 편집 기술이 가져올 광범위한 영향과 이익을 고려할 때 이들의 분쟁은 비상한 관심을 끈다. 초기에 발견된 특정 유전자가위의 특허권을 두고 두 기관이 치열한 법정 공방을 벌이고 있다. 하지만 생물학이 발전하면서 더 나은 유전자가위가 속속 발견되고 있어 이전 기술은 가치를 상실할 가능성이 높다고 특허 관련 법학자는 전망한다.

넷째, 사회적 책임을 고려해야 한다. 대규모 연구비를 집행하는 국가 석학이라면 당연히 연구비 관리에 막중한 책무가 따른다.
국민으로부터 받은 혜택에 비례해 과학자의 사회적 책임도 증가한다. 사익을 추구하는 것이 과연 옳은 일인지 숙고해야 한다.

현대사회의 복잡성을 고려할 때 자본과 과학의 관계는 그리 단순하지 않다. 다만 원칙적으로 이해충돌을 제거하고 적법한 제도를 준수하며 성과를 과장하지 않고 사회적 책임을 다할 때 과학자의 공로 인정과 경제적 보상도 정당할 것이다.

[원병묵 성균관대 신소재공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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